무너진 주거사다리…서민삶 더 팍팍해졌다
창간 17주년 특별기획: 2023 대한민국 보고서
"집값 하락, 정책 효과 아닌 시장 영향"
취임 100일 내놓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불투명'
입력 : 2023-05-11 06:00:00 수정 : 2023-05-11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의 부동산 대책 무능을 비판하며 정권을 잡았지만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복원은 요원한 상태입니다. 집값 하락에도 고금리와 대출 규제에 짓눌려 '내 집 마련'이 어렵고, 전세시장 또한 보증금 미반환 문제로 주거 안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이달 첫 주까지 5.67% 하락했습니다.
 
지난 2020년 7.04%, 2021년 13.25%의 높은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집값 폭등세가 잡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윤 정부의 정책 효과라기 보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 거시적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정부 정책의 작용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의한 것"이라며 "가파른 상승세를 해소한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 냉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연 0.5%까지 떨어졌던 금리는 2021년 8월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현재 3.5%까지 왔습니다. 이에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상도 가팔랐죠.
 
여기에 정부가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 한도도 줄었습니다. 매수심리는 급격히 떨어졌고,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은 7.22% 떨어졌습니다.
 
최고 23억8000만원(2021년 9월)까지 거래됐던 서울 송파구의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16억원까지 내렸습니다. 최근 18억~19억원대 거래가 속출하며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합니다.
 
정점 대비 집값이 크게 떨어져도 이자 부담에 내 집 마련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집값 상승기 매수세를 약화시키는 수단이 됐던 DSR 규제가 지금은 실수요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270만가구 공급?…"안 줄면 다행"
 
윤 정부가 계획한 주택공급 확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가파른 공사비 인상과 경기 침체로 확대는 고사하고, 공급 축소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취임 100일에 맞춰 '250만가구+α'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서울 50만가구를 포함해 전국 27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이 담겼습니다. 정비사업 활성화로 수요가 많은 도심에 집중 공급하는 동시에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안입니다.
 
정책과 달리 주택공급 실적은 도리어 줄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국 52만1791가구로, 전년(54만5412가구) 대비 4.3% 감소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동기(11만2282가구)에서 23% 감소한 8만6444가구 인허가에 그쳤습니다.
 
미분양주택이 7만2104가구에 육박하는 가운데 공급 확대는 자칫 부동산 시장 악화를 불러올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추후 시장 회복기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위험이 있어 공급을 멈추면 안 된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전세사기로 얼룩진 임차시장
 
전세시장도 아수라장입니다.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이 심화하며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피해가 연이어 터지는 실정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확 뛴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에 보증금 미반환 우려로 실수요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정부는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요구에 관련 주택 경매를 보류하고, 우선 매수권 부여 검토에 나섰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이런 가운데 전세사기 특별법마저 국회에서 공회전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야당은 전세보증금 채권매입을 요구하는 반면 여당은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며 엇갈리고 있죠.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사기에 따른 불신 확산으로 전세시장이 흔들릴 수 있고, 이는 주택시장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분양 증가에 따른 PF 부실 등의 파장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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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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