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 용어변경 논란까지…외교부 "검토한 바 없다"
용어 변경 등 공식 정부 입장, 오는 12일 국무조정실 발표할 예정
입력 : 2023-05-11 18:04:57 수정 : 2023-05-11 18:04:57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출범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한일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국민의힘과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용어를 바꿀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임수석 대변인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오염수라고 부르고 있다”며 “처리수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처리수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방사능 오염처리가 완벽하게 돼,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한 일본 입장이 반영된 용어입니다. 반면, 한국은 그간 일관되게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용어를 사용해왔습니다.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정화하더라도, 삼중수소 등 정화되지 않는 물질이 인체에 축적돼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오염’을 강조한 겁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정화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지을 경우 일본 측 입장이 반영된 용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정부여당 내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중앙일보>는 이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 탱크에 알프스를 통과해 주요 방사능 물질 등을 제거한 물을 보관하고 있지만, 배출 기준에 맞게 처리된 물이 약 30%, 여전히 오염된 물이 나머지 70%정도”라며 “다만 향후 처리 비율이 높아지면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꿔 부르는 게 합리적이라 용어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후쿠시마에 한국 전문가가 포함된 시찰단을 파견하는 이달 23일 이후 용어 변경 검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지난 8일 서울 조계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의 일본 정부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 약속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염수로 용어 변경은 국민의힘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오염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다”며 “다 검증해서 국제법적으로 기준치 이내에 들어온 물을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오염수를 모아 다핵종을 걸러내는 기기가 있는데 이 기기는 문재인정부에서도 검증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과학의 영역을 정치의 오염된 영역으로 끌어들였던 나쁜 선례들이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우려가 광우병 괴담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한일 간 상대 측이 기피하는 단어가 있어 단어보다는 대체 용어를 사용해 분석하고 대응해나가고 있다”며 “(현재까지)처리수라고 용어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라고 일축했습니다. 용어 변경과 관련한 공식적 정부의 입장은 오는 12일 국무조정실에서 밝힐 예정입니다. 
 
정부는 오는 12일 서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을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여기서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용어, 시찰단 구성 등을 협의합니다. 이번 한일 국장급 협의에는 한국 외교부 윤현수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 일본 외부성 카이후 아츠시 군축불확산과학부장을 수석대표로 양측 관계부처가 참석합니다. 
 
정부는 이번 시찰에서 일본의 오염수 정화 시설인 알프스 시스템 가동 상황, 처리 역량 등을 집중 확인할 방침입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전날 저녁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오염수를 처리하는 시설과 해양 방출과 관련된 시설이나 장비, 처리하는 방식이 타당한지 등을 검증할 수 있는 현장을 간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이달 18일 시찰단의 인적 구성, 조사 범위 등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내년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에 65억 8000만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판단, 오는 31일까지 기획재정부에 해당 예산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해양 방사성핵종분석 기술개발, 오염수 방사능 분석실험실 구축 등을 추진하는 데 예산이 필요하다는 설명인데요. 여기에는 시찰단과 관련한 예산이 반영돼 있지 않아 차후 추가적 예산이 필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편, 중국은 일본이 올 여름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안전하고 무해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국내에 방류하거나 농업·공업용수로 쓰지 않는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자아낸다”고 반문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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