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생애 첫 주택 구입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주택자가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할 경우 200만원까지 취득세를 면제해주는 등 부동산 규제가 대폭 완화한 데다 연립주택과 오피스텔·빌라 등을 대거 사들여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이른바 ‘빌라왕’ 사건으로 임대차 시장을 둘러싼 불안이 커지면서 차라리 매매로 선회하는 모양새입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생애 최초로 아파트나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매매 이전 등기를 신청한 매수인은 총 3만40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만7269명이던 작년 동기와 비교해 11.49% 증가한 수준입니다.
서울 시내 도심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금리에 따른 부담으로 작년 1월(3만521명) 이후 2만명대에서 머물렀던 생애 첫 주택 매수인은 올해 1월 1만7269명, 2월 2만720명, 3월 3만118명으로 4개월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만 19세부터 39세까지 20~30대의 첫 주택 매수가 두드러졌습니다. 지난달 주택을 구입한 무주택자는 1만6796명으로 2021년 말(2만574명) 이후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올해 1월 2030세대 생애 첫 주택 매수자가 8955명까지 하락하며 연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시 반등을 보이는 것입니다. 2030세대 첫 주택 구입비중 또한 1월 51.85%에서 55.24%로 올랐습니다.
무주택자를 움직인 배경에는 규제 완화가 자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부동산 하락장에 급매물이 출회되고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이전보다 쉬워진 까닭입니다.
앞서 정부는 '1·3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과 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제외하고 수도권 분양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줄이는 한편 연 최저 3.25%의 정책 모기지론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고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 LTV를 80%까지 허용해주는 혜택도 내놨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도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깡통전세나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확산하면서 결혼 등으로 본격적인 세대분리를 시작하는 2030세대나 실수요자의 경우 차라리 완화된 대출 요건을 활용해 매수세에 가담한 것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1만2279명), 서울(2655명), 인천(2450명) 등 수도권에 집을 매수한 사람이 57%를 차지했습니다. 증감률로 보면 미분양 우려가 높았던 대구광역시에 매수세가 눈에 띄게 붙었습니다. 올해 4월 대구에서 집을 매수한 무주택자는 1789명으로 전년동기(794명)에 견줘 125.3% 뛰었습니다. 이어 광주(1333명), 경기(1만2279명), 부산(1981명)지역 주택 매수자가 각각 104.5%, 50.9%, 14.1% 증가했습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최근 들어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아파트값이 연초 거래가에 비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특례보금자리론 출시와 은행들의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 하락,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 LTV를 80%까지 허용해주는 혜택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것이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