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절망의 세상 속 희망의 상징 ‘택배기사’
통제와 억압의 시스템 이용 ‘디스토피아’ 세계관 상징 설명
시스템이 만든 괴물, 그 괴물이 만든 진짜 ‘괴물 같은 절망’
입력 : 2023-05-17 07:00:35 수정 : 2023-05-17 16:36:4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제목과 장르 그리고 내용 모두가 상충되는 이질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이자 관심을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될 듯합니다. 굳이 원작 웹툰이 있단 걸 전제로 모든 걸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2차 제작물이기에 그 자체로 보고 느끼고 재미와 불만을 각각의 선택에 따라 받아 들이면 될 듯합니다. 최소한 한국적 SF장르를 표방하고 있단 점에서 이 작품의 힘은 아마도 비주얼적 기대감에 있을 겁니다. 무려 20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알려진 비주얼 완성도는 분명 역대 그 어떤 국내 SF장르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극중 인지하지못했던 뻔한 장면CG로 구현된 뜻밖의 결과물이었단 점은 기술집약적 장르 발전이 앞으로 K콘텐츠 방향성을 기존 장르 카테고리 너머로 이끌어 갈 수도 있을지 모를 기대감마저 갖게 합니다. 그래서 최소한 이 작품이 강력한 호불호 기준점에서 해석될 여지를 분명하게 담고 있다 해도 이런 모든 지점을 포괄한 시도 자체가 묻혀진다면 꽤 안타까운 평가의 영역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구석이 많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는 그런 모든 것을 담고 있단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존재감인 것은 확실합니다. 물론 각각의 취사 선택과 그 선택의 방향성이 이 작품의 어떤 지점을 보고 있는지에 따라 K콘텐츠의 SF장르와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룬 작품 그리고 웹툰 원작 콘텐츠 및 OTT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재고의 방향성 정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제목이 눈에 띕니다. ‘택배기사는 현대 사회 노동 집약 직업을 대표합니다. 직업적 평가의 그 어떤 사적 견해도 투여하지 않은 일반화된 논리로 언급하자면 가장 서민화된 일반 육체 노동 직업군의 대표성을 부여해도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의미보단 이렇게 해석하고 표현한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의 택배기사와 현 시대 택배기사가 갖는 의미적 상충이 보다 좀 더 이해되기 쉬울 듯합니다. 바로 선택권 문제. 현 시대의 택배는 각각의 개개인이 선택한 권리의 수급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속 택배의 개념은 통제의 권한입니다. 가장 극단적이고 가장 상반되는 개념의 충돌. 이 지점이 연출을 맡은 조의석 감독이 흥미를 느꼈고, 또 그래서 파고든 지점입니다.
 
'택배기사' 스틸. 사진=넷플릭스
 
극중 택배자체가 권력과 통제의 수단이라면 이를 뒷받침할 수용자들의 계급도 필요합니다. 현 시대의 택배는 수용자가 곧 선택자입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자신의 선택으로 수급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계관에선 다릅니다. 무너진 세상, 즉 디스토피아 속에서 통제와 억압을 위한 권력의 중추적 역할로 천명그룹이 등장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이용하고 드러내는 방법으로 생존 필수 필요충분조건인 산소와 식량을 배급하는 택배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아마도 택배기사가 디스토피아 배경 다른 콘텐츠와 다를 수 있는 차별성이 여기서부터 일 듯합니다. 이 차별성은 세계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과 구성원 전체의 계급 사회를 구축시킵니다. 이미 원작에도 등장한 일반구역특수구역그리고 코어구역’ 3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3단계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한 이들, 바로 난민 그룹.
 
'택배기사' 스틸. 사진=넷플릭스
 
택배기사는 절대 다수인 난민그룹이 절대 소수인 코어구역특권층에게 지배되는 세상, 그리고 그 지배의 세상을 유지하려는 천명그룹의 야심, 그 야심이 만들어 낸 괴물 같은 권력욕. 그 모든 욕심을 깨 부수려는 5-8과 그를 리더로 하는 12인의 블랙 나이츠. 이들 둘 사이에 존재하고 또 망한 세상의 상징과도 같은 사월이 품은 비밀 등이 엮이면서 흥미로운 얘기의 시작과 끝을 알립니다.
 
'택배기사' 스틸. 사진=넷플릭스
 
여기까지의 대략적 스토리가 총 6부작 가운데 2부 내외까지 안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 정도만 되도 이 시리즈 전개는 충분히 예측되고 납득 됩니다. 문제는 입니다. 5-8을 중심으로 한 택배기사 집단이 주도하는 블랙 나이츠는 천명그룹이 주도하는 세상의 질서를 무너트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입니다. 선별하고 나눠지고 통제되고 길들여 지는 세상의 질서는 천명이 만든 것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혜성 충돌로 세상이 무너졌습니다. 이는 곧 오만불손한 인간들의 욕심과 탐욕에 대한 하늘의 명령이자 경고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망한 세상의 질서를 만들어 가는 이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천명’(天命)인 셈입니다. 그래서 극중 천명그룹 대표 류석의 집무실 공간 뒷배경이 바로 조각가 로뎅이 만든 필생의 역작 지옥의 문’입니다. ‘택배기사세계관에서 류석은 스스로가 망한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구원자를 자처하지만 사실 그는 망한 세상, 즉 지옥의 문을 지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세상은 혜성 충돌로 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천명이 만든 통제와 억압 시스템, 그 자체가 원흉인 것입니다. 류석의 등 뒤로 흉물스럽게 서 있는 굳게 닫힌 로뎅의 지옥의 문’. 금방이라도 입을 벌리고 세상을 삼키려 들 것 같은 강렬하고 내재된 공격성은 류석이란 인물, 그리고 천명이 만든 통제와 억압 그 자체의 상징성과도 같게 다가옵니다.
 
'택배기사' 스틸. 사진=넷플릭스
 
택배기사는 이런 세계관을 통해 명확하고 또 확연하게 말합니다. ‘희망입니다. 세상이 망했습니다. 모두가 절망 중입니다. 삶의 목적은 그저 생존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생존이란 삶의 단일성이 만들어 내는 시대의 모습은 야만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 자리한 통제와 억압. 그리고 그 반대에 존재하는 필연적 대체재 저항. 결과론적으로 이 흐름의 정형성을 깨트리기 위해 조의석 감독은 원작 속 존재하지 않던 블랙 나이츠12사도를 끌어 냅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결과론적 명제를 드러냅니다.
 
'택배기사' 스틸. 사진=넷플릭스
 
망한 세상, 디스토피아 속에서 꿈꾸는 유토피아를 향한 희망. 그 희망은 누구 한 사람의 통제와 억압 그리고 그 이상의 시스템이 만들어 낸 게 아닙니다. 희망도 절망도 한 사람의 몫이 될 수 없단 것. 그것이 바로 택배기사가 말하는 메시지입니다.
 
'택배기사' 스틸. 사진=넷플릭스
 
참고로 이 세계, 지구는 망가졌습니다. 인간들 모두가 망가졌습니다. 삶이 무너졌습니다. 희망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 모두의 착각입니다. 그 착각의 세상 속에서 택배기사는 희망을 배달하는 히어로입니다. 512일 넷플릭스 공개.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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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