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 연동제 탈법행위 입증 위탁사에…법 개정 필요"
중소기업들, 납품대금 연동제 악용 걱정
가스·전기료 연동, 탈법행위 위탁사 입증 책임 요구 많아
입력 : 2023-05-16 15:36:59 수정 : 2023-05-16 17:34:07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10월4일 시행되는 납품대금 연동제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합니다. 원재료 가격이 변하면 납품대금을 조정할 수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기대가 크지만, 원재료 값 하락이나 제도 악용에 대한 걱정도 있습니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납품대금 연동제 안착,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납품대금 연동제를 규정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시행령 등 하위규정 세부내용 마련을 위해 열렸습니다.
 
이날 김규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 교수는 업계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납품대금 연동제 세부 시행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김규환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 교수가 1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안착,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에서 '납품대금 연동제 세부 시행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납품대금 연동제에 대한 중소기업의 불안과 염려가 적지 않습니다.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이 올해 1~2월 중소기업 2611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은 예상되는 애로 사항으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대한 부담 증가(25.7%)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위탁 기업의 연동제 미적용 강요(22.3%), 연동제를 포함한 계약서 작성의 어려움(19.3%)도 적지 않았습니다.
 
집단 심층 면접(FGI) 결과, 기업들은 납품대금 연동재 대상인 원재료 범위가 모호하고 다양한 기준가격을 직접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동제 대상 원재료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원재료가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재료가 될 수도, 아닐수도 있습니다.
 
연동제 대상에 경비와 노무비는 해당하지 않는 점도 부담입니다.
 
예외 적용 범위도 걱정입니다. 특정 품목은 대부분 단기계약이라 90일 미만 단기계약 예외에 포함될 수밖에 없고, 1억원 미만 소액계약 역시 수탁 기업에겐 작은 금액도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위탁 기업이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계약을 하기 위해 수탁 기업에 1억원, 90일 미만 쪼개기 계약을 강요해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법률 시행 전에 맺은 장기계약에는 소급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연동제 약정서 기재 사항에 주 원재료, 위탁기업과 합의해 정한 가스비와 전기료 등 비목을 넣는 안을 제안했습니다.
 
원재료 가격 기준 지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를 보되, 적절한 지표가 없으면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합의해 정한 주요 원재료 판매처의 단위당 가격을 따르자고 했습니다.
 
90일 미만과 1억원 이내 계약의 사각지대 방지책으로는 필요한 경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해당 기간과 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제안했습니다.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에 연동제 미적용을 강요하는 일을 막기 위해 법률상 탈법행위 입증 책임을 위탁 기업에 부여하는 안도 소개했습니다.
 
김 교수는 "탈법행위 유형과 위탁 기업의 입증 책임을 시행령에서 규정하기는 어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법 개정을 해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위탁 기업이 당해 행위를 하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침이나 예규를 마련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은가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기료 등 경비를 연동 대상에 넣고 탈법행위 유형에 대한 지침·예규 마련, 제도 시행 전 맺은 장기 계약을 갱신할 때 연동 계약 추가 권고, 위탁기업 탈법 행위에 조사 시행 관련 지침이나 예규 마련, 위탁기업의 탈법행위 입증책임, 원재료 10% 미만 업종에 대한 상생협력법 추가 개정 등을 제언했습니다.
 
위·수탁 거래에 대한 정기 조사도 필요합니다. 일본 정부는 매년 3월과 9월을 가격협상촉진월간으로 정하고 위·수탁업체 간 가격 협상 조사 결과를 냅니다. 이를 통해 납품 가격에 원재료비와 노무비, 에너지비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1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안착, 무엇이 필요한가'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토론은 좌장인 한정화 한양대 교수가 진행했습니다. 송창석 숭실대 교수는 납품대금 연동제로 공급 사슬 단계에서 2~3차 협력사도 혜택을 누리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정환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연동제 적용 제외가 가능한 내용을 엄격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수탁 기업 대신 분쟁조정 신청할 수 있는 규정을 시행령 개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정부가 표준 약정서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계약책임기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가스비와 전기료 연동을 시행령에 담기 어렵다면, 관련 가이드북에 당사자 간 전기료 등 반영을 합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반면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법률상 연동제 대상이 '주요 원재료'여서 가스비와 전기료 등 경비와 노무비를 연동제 대상에 넣는 건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정기환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관은 10월 제도 시행 전까지 위탁기업이 준비를 서둘러야 2~3차 협력사가 혜택을 볼 수 있다며 대기업과 중견기업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정창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정책관도 중기부와 제도 연착에 힘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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