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5·18 민주화운동 43주년…광주 시민의 '오월’
17일 제43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 전야제 열려
시민단체 "5.18의 트라우마는 사회 공동체의 상처"
광주시민들, “전우원씨 사죄 잘한 일이지만 아쉬움 있어”
입력 : 2023-05-17 17:36:18 수정 : 2023-05-17 18:29:45
 
 
[광주=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 “5·18을 그냥 그대로 봤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어떤 마음들을 넣어서 해석하지 말고”
 
5·18을 직접 경험했던 한 익명의 70대 여성을 전남 광주에서 만났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그냥 그대로 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는 광주에 살다가 서울에 갔을 때 서울 사람들이 같은 대한민국 민족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광주에 대해서 잘 모르고, 정치적인 시선이나 개인적인 감정을 섞어서 5.18을 각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1980년 목격했던 5·18 희생자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17일 ‘5.18민중항쟁기념행사’ …다양한 체험행사·공연
 
5·18 광주민주화운동 43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월 그날', 계엄군의 집단발포 전까지 30여만 광주시민이 매일 모여 군사독재 저지와 민주화를 촉구했던 금남로에서는 5·18 민중항쟁 기념행사 전야제가 열렸습니다.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 ‘끝까지 우리들은 정의파다’ 등 슬로건으로 열린 ‘제43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는 62개 단체가 참여해 5·18 관련 체험 행사와 공연들을 진행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제43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 전야제 현장 (사진 = 정동진 기자)
 
1980년 5월 시민들에게 주먹밥 나눠주던 정신 이어받아
 
오월어머니집과 해맑은지역아동센터에서는 1980년 5월 고립된 광주에서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줬던 ‘대동정신’을 계승하며 전야제를 찾은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주기도 했습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회 관장은 “우리 어머니들이 80년 당시 자식을 잃거나 남편을 잃었고 저는 오빠를 잃었는데, 그런 어머니들이 모인 것이 오월어머니집”이라며 “80년대에 (어머니들의) 자식과 남편은 떠났지만, 그 어머니들의 마음으로 전 국민들의 마음으로 이렇게 주먹밥을 나누기 위해 어제부터 준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오월심리치유이동센터에서는 광주 시민들이 5·18로 인한 트라우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들을 시민들에게 소개했습니다. 5·18 행사에 처음 참여하게 됐다는 순천 출신 자원봉사자 이민(53)씨는 올해부터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야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무래도 5·18 트라우마는 사회 공동체의 상처이기 때문에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행사의 일원으로서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전야제에서 스케치북 퍼포먼스 하는 청소년들 (사진 = 정동진 기자)
 
초등학교 교사 “광주의 아이들인 만큼 5·18 더 잘 알아야”
 
이날 행사에는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광주 광산구 운남초등학교의 황인중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전남도청에서 금남로로 이어지는 민주항쟁의 현장을 돌아보며 5·18 당시의 현장사진을 아이들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그는 “학교에서 교육을 하긴 하지만 교과서에 (5·18 민주화운동이) 자세히 나와 있지 않은 등 한계가 있어 체험학습을 나오게 됐다”며 “교과서에 자세히 수록돼 있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인 만큼 (광주에 사는) 아이들이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광주 시민들, “전우원씨 사죄 잘한 일이지만 아쉬움 있어”
 
최근 광주를 방문해 사죄의 뜻을 밝힌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에 대해서는 광주시민들의 의견이 갈렸습니다.
 
전우원씨는 지난 3월 30일 광주를 방문해 5·18 유족과 피해자와 만나 사과의 뜻을 밝히고, 광주 북구 운정동에 위치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5·18 희생자들을 참배했습니다. 
 
광주에서 40년 넘게 택시를 운행 중인 70대 조명현씨는 전 씨가 광주를 찾은 것은 잘한 일이지만 가해자의 가족으로서 그 마음이 진심인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조 씨는 “전 씨를 나쁘게는 보지는 않고, (광주에) 온 건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약간 가식으로 보이는 부분도 없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렇지만 (전두환의 최측근이었던) 장세동은 반성의 기미도 없는 걸 보면 훨씬 낫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전남대학교에 재학 중인 오태화(24)씨는 전 씨의 사과가 단순한 반성의 메아리로 끝나지 않고 진상규명 등이 이뤄지며 범국민적인 화해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 씨에 사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보지만, 말로만 이루어지는 사과의 형태보다는 진상규명이나 실질적인 반성의 액션이 없는 것은 아쉽다”고 말하며 “전우원씨가 물론 전두환씨의 손자이긴 하지만 가해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구 전남도청 (사진 = 정동진 기자)
 
대학생 “5·18도 추모와 기억의 방식을 넘어 혁신해야”
 
오 씨는 이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5·18도 조금 더 세대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며 “단순한 추모와 역사 기억의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5·18 정신을 우리 시대에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7일 총 5부로 구성된 전야제는 오월시민난장, 민주평화대행진, 5·18정신계승 풍물굿 등 식전행사를 시작으로 3시간 동안 ‘의향·예향·미향의 도시 광주’를 춤과 무용, 연극, 뮤지컬, 퓨전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민주평화대행진은 시민, 시민단체, 아시아공동체 각국 대표단, 고려인마을 동포, 북한이탈주민 등 3000여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습니다. 18일 오전 10시에는 국가보훈처의 주관으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국가기념식’이 거행됩니다.
 
제43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 전야제 현장 (사진 = 정동진 기자)
 
광주=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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