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없애나…폐지 기로 놓인 전세제도
국토부, 임대차법 관련 연구 결과 따라 개선방안 마련
전문가 "순기능 고려해야…에스크로 계좌 도입 등 필요 "
입력 : 2023-05-19 06:00:00 수정 : 2023-05-19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정부가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신고제)을 비롯해 주택 임대차 제도 전반을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전세제도가 폐지 기로에 섰습니다. 연립주택과 오피스텔·빌라 등을 대거 사들여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이른바 ‘빌라왕’ 사태가 사회적 문제로 번진 가운데 역전세난이 심화하며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피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데 따른 대응입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입구.(사진=김성은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한다”라며 제도 개편을 예고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부터 주택 임대차법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인 상황으로, 연구 결과 등을 반영해 주택 임대차 제도에 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시장에서는 전세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전세제도가 서민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왔던 만큼 급격한 변화보다 세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세비중은 외려 늘어…"세밀한 개선 있어야"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제도가 갭투자로 활용되고, 보증금 반환 문제가 발생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이 변질되다보니 제도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세 제도 자체를 없애기보다 ‘제3자 예치’(에스크로 계좌 제도)와 같은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고, 수요가 있는 제도를 단순히 전세사기 문제 때문에 없애자는 방향은 잘못된 접근이고 인위적으로 통제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면서 “역전세나 전세사기, 갭투자 등 전세관련 사안들은 섣부른 접근보다는 시장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안들이 논의돼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수도권 연립, 다세대 주택 전월세 비중 추이(표=직방)
 
실제 민간 임대차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과 보증금 미반환 우려로 실수요자들의 걱정이 커진 상황에서도 전세비중은 더 늘어난 상태입니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수도권 빌라·연립·다세대 전세 거래 비중은 60.1%로 집계됐습니다.
 
전세 비중은 지난해 말 50%까지 떨어지며 2011년 전월세 실거래가 발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올해 1월 50.3%, 2월 52.3%, 3월 55.4%로 넉 달째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 빌라·연립·다세대 전세비중도 각각 60.2%, 68%, 57.1%로 오름세입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비중이 증가한 배경에는 전세가격 하락과 함께 상대적으로 낮아진 금리 등으로 인해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금융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전세 제도가 가진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보완하고 시장의 컨센서스를 모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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