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서 종로2가와 청계천을 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2021년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 중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입니다. 당시 오 시장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고 박원순 전 시장식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19일 방문한 서울 세운상가 모습. (사진=백아란 기자)
2006년 오 시장 재임 당시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주변 8개 구역 통합개발을 골자로 한 세운상가 일대 재정비 계획이 박 전 시장 취임 이후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간 공중 보행교 조성 등 도시재생 사업으로 바뀌는 바람에 서울 도심을 발전시킬 기회를 잃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1970~1980년대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도매상가로 꼽혔던 세운상가는 한때 전자·전기산업 부흥기를 상징했지만, 용산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 등 첨단전자 상가의 등장과 시간의 흐름 속에 낙후됐습니다.
철거와 보존을 오가던 세운상가는 오 시장이 고밀·복합 개발과 녹지공간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추진함에 따라 다시 한 번 변화의 기로에 섰습니다. 서울시가 종묘(종로)에서 퇴계로(남산)까지 잇는 공중보행로 전면 개방에 따라 공중보행로 이행실태를 조사하고 개선점을 도출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출처=서울시)
약 1000억원을 들여 만든 세운지구 공중보행로의 보행량 조사 용역 결과는 내달 나올 예정으로, 과거 오 시장이 공중보행로를 '도시 발전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대못'이라고 규정했던 만큼 검증을 걸쳐 철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잠실주공 5단지, 개포주공 1·4단지 등 문화유산 보존차원에서 진행된 노후 아파트 '한 동 남기기' 사업이 철회 수순을 밟는데 이어 박 전 시장표 도시재생사업 또한 막을 내리는 모습입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와 함께 을지로 일대도 탈바꿈에 들어갑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7일 제7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을지로3가구역 제1·2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가결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4월 서울시가 발표한 '녹지생태 도심 재창조 전략'과 올해 2월 고시한 '2030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른 개방형 녹지를 도입한 첫 사례로,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과 북측으로 청계천 사이에 자리 잡은 노후·불량 건축물 밀집 지역이 대상입니다.
19일 방문한 을지로3가구역 제1·2지구 일대 모습. (사진=백아란 기자)
서울시는 건폐율을 50% 이하로 축소하는 등 을지로3가 일대 재개발 통해 지상 24층 규모의 업무 시설을 세우고 열린 녹지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수정·가결된 을지로3가 구역 제1·2지구는 녹지생태 도심을 구현하기 위한 시발점으로서, 향후 추진될 도시 정비형 재개발사업에서도 도심 내 녹지와 어우러진 공공공간을 유도·확보해 쾌적한 녹색도시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운상가 일대의 노후 건물을 철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쇄소와 조명가게가 밀집했던 을지로3가 일대가 최근 들어 구식 건물을 카페 등으로 개조한 '뉴트로(신복고풍·New+Retro)' 명소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의 심장부인 중구 개발을 통해 서울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도 "세운상가나 을지로 일대는 '힙지로'라고 불리며 곳곳에 개성 있는 상권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무작정 없애기보다 산업 생태계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재개발이) 가야 한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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