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박원순표 미래유산…'한 동 남기기' 없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108동 없앤다
박원순 전 시장 '한 동 남기기' 줄줄이 철회
미래유산될 뻔한 아파트, 추억 속으로
입력 : 2023-05-22 06:00:00 수정 : 2023-05-22 0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미래유산? 사실상 보존가치 희박한 흉물"(한 강남 재건축 조합원)
 
19일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을 나오자 공사장이 펼쳐졌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 일대 대단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흔적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재건축 사업에 의해 지난 2021년 6월부터 이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현재 철거된 상태입니다. 내년 3월 착공을 거쳐 최고 35층, 55개동, 총 5002가구의 새 아파트로 거듭날 예정입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부지. 2021년 6월부터 이주를 시작해 현재 철거됐다. (사진=김성은 기자)
 
역사적 가치 보존을 이유로 남기기로 했던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108동도 사라지게 됐습니다. 지난16일 열린 재건축조합 총회에서 기존 108동 보존·활용계획을 철회하고 덮개공원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긴 '기부채납시설 계획 변경의 건'에 찬성표가 몰리며 가결됐습니다. 이후 관련 절차를 밟으면 나머지 한 동의 철거가 가능해집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는 근현대 유산을 보존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했는데요. 당장 문화재라는 인식이 부족하지만 장래에 문화재가 될 잠재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보존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도시정비사업에서는 이른바 '한 동 남기기'로 전개됐죠.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경우 66개동 중 1개동(108동)을 리모델링해 주거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습니다. 1970년대 강남권 개발 초창기 지어진 대단지인 만큼 주거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죠.
 
반발도 컸습니다. 지난 2020년 8월 개포주공 1단지 조합원이자 입주민이라 밝힌 한 서울시민은 "원형 보존 예정인 개포주공 1단지 한 동은 사실상 아파트 흉물로 보존가치가 희박하다"며 "원형으로 리모델링해 보존할 것이 아니라 VR 전시관 형태의 문화시설로 대체해 달라"는 민원을 서울시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철거 작업에 들어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이런 기조는 바뀌었습니다. 국내 최초로 연탄보일러가 설치된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주공1단지와 4단지는 각각 1개동(15동과) 2개동(429·445동)을 남기기로 했지만 지난 2021년 철회한 바 있습니다. 현재 1단지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로 공사 중이며, 4단지는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로 다시 지어져 입주를 시작했죠.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최초로 도입된 중앙난방 아파트라는 점에서 1개동(523동)을 보존하려는 계획이 있었는데요. 지난해 철회하는 대신 임대주택 37가구를 더 짓기로 했습니다.
 
당시 한 동 남기기 정책은 미래유산이냐 흉물이냐 논란이 상당했었죠.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기존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기로 하면서 박원순 전 시장의 한 동 남기기 정책도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무엇을 미래유산으로 남길지에 대한 관점 차이가 있었다"며 "과거는 과거일 뿐, 도심의 경우 공급을 늘리기 위해 용적률을 높여 고밀개발하는 대신 건폐율은 낮춰 도시공원화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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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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