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인어공주' 정치적 올바름이 낳은 이질감
입력 : 2023-05-24 00:03:03 수정 : 2023-05-24 00:03:03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안데르센의 덴마크 동화를 원작으로 한 1989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34년 만에 실사 뮤지컬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28번째 클래식 장편입니다. '인어공주'는 월트 디즈니 사망 이후 장기적 침체를 겪던 스튜디오의 명성을 회복 시킨 작품입니다. 2의 전성기를 열어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인어공주'는 디즈니의 대표 히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의 부흥기를 이끈 '인어공주'지만 실사판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2019년 흑인 가수 할리 베일리가 인어공주로 캐스팅 된 이후부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어공주' 속 에리얼은 애니메이션 '인어공주'가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만큼 오랜 시간 대중에게 정립된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아무런 개연성도 없이, 더구나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배우를 넣는다는 것만으로도 논란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디즈니가 편견이나 차별에서 벗어나자는 정치적 올바름에 치우쳐 정작 원작을 왜곡하거나 PC주의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인어공주' 스틸.(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인어공주'는 대중들의 우려와 걱정과 달리 인어공주가 제법 잘 어울렸습니다. 오히려 실사로 인해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특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팬이라면 익숙함에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낯섦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에리얼이 포크가 어떤 용도를 사용되는 건지 스커틀에게 묻는 장면이나 2인 마차를 타고 질주를 하는 장면 등은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장면들입니다. 그렇기에 애니메이션을 봤던 이들이라면 원작과 비슷한 분위기에 익숙함을 느끼게 합니다.
 
세바스찬이 부르는 'Under the Sea''인어공주'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대표 장면이자 최고의 영화 사운드트랙 중 하나로 꼽히는 곡입니다. '인어공주'의 대표곡이다 보니 실사판에도 담겼습니다. 하지만 실사로 옮겨진 해당 장면은 애니메이션이 보여준 유쾌하고 경쾌한 분위기, 그리고 화려함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깁니다. 오히려 너무 현실감을 살리다 보니 이질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시대의 변화인지 넘버곡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스커틀이 왕자의 결혼 소문을 전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애니메이션은 해당 장면을 대사로만 처리했다면 실사판에서는 스커틀과 세바스찬이 랩을 하는 장면으로 바뀌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달리 사라져서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도 있습니다. 주로 애니메이션에서 웃음 포인트였던 슬랩스틱 장면들을 많이 덜어냈습니다. 슬랩스틱으로 웃음을 주는 루이 주방장 노래 장면이 실사 영화에서는 아예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우르슬라가 노래를 하는 장면은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마녀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 애니메이션의 향수를 되살아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인어공주' 스틸.(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 스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주는 새로움이 없습니다. 애니메이션 러닝타임 82분에서 125분으로 늘어나면서 전개도 늘어지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그나마 이야기 후반 스토리에 탄력이 붙어 그나마 속도감있게 전개됩니다.
 
원작과 달리 하얀 피부와 붉은 머리를 가진 백인 에리얼이 흑인으로 바뀌면서 배경이 카리브해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에리얼은 카리브해 지역의 흑인들이 자신들의 종교 교리에 따라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빗질을 하지 않고 소금물에 머리를 감아 땋아 기른 것에 유래한 드레드록스를 하고 등장을 합니다.
 
에리얼의 언니들 역시 외견만 보더라도 대략적으로 어느 바다를 대표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름 역시다 각각의 지역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인종의 다양성을 표현했습니다. 이는 영화의 마지막에서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습니다. 어울리지 않은 두 세상이 만나 편견을 허문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인지 에릭 왕자를 백인으로 설정했습니다. 흑인 왕비가 입양한 것으로 설정됐습니다.
 
정치적 올바름이 잘못된 건 아닙니다. 소수라서, 권력 집단이 아니라서 소외 받는 이들의 존중은 필요합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문화예술계의 화이트워싱 역시 바로잡아야 할 현상입니다. 하지만 강력하게 추진하는 PC주의가 오히려 대중의 반감만을 불러 일으킨다면 오히려 '블랙워싱', 또 다른 차별과 편견을 낳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올바름으로 인해 달라진 부분에 대한 낯섦과 기존의 익숙함의 격차에 따라서 누군가는 무던히, 누군가는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24일 개봉.
 
영화 '인어공주' 스틸.(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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