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와 한국 반도체)중, 미 마이크론 제재…K반도체 득일까 독일까
마이크론 물량 한국 반도체 기업이 차지할 경우 반사이익
미국 '어부지리 얻지말라' 요구 현실화할 경우, 미중 선택 기로
업계 "현재까지는 미측의 요청 받은 바 없어"…"마이크론 물량 많지 않아 영향력은 미미"의견도
입력 : 2023-05-23 16:14:46 수정 : 2023-05-23 17:06:5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어부지리를 얻을지, 반대로 유탄을 맞을지가 주목됩니다. 가뜩이나 반도체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등 중장기적 불확실성이 고조된건데요. 이른바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중국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빈자리를 우리 반도체 기업이 메꿀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렸습니다.
 
마이크론 반도체.(사진=연합뉴스)
 
중, 마이크론 제재로 미국에 보복…우리 기업 반사이익 누릴 가능성도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일에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를 공식화했습니다. 지난 3월31일 마이크론에 대한 심사 개시를 발표한 지 50여일 만에 내려진 조치입니다. 중국이 외국 반도체 회사에 대해 사이버 안보 심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업계에서는 이를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일단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나옵니다. 마이크론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약 10%, 우리돈으로 약 4조원 규모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만큼,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중국의 이번 제재가 우리 기업에 '어부지리'로 작용할 거란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반면 중국의 이번 제재가 우리 기업에 독일 될 수 있단 상반된 우려도 제기됩니다.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가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어섭니다.
 
앞서 외신은 "미국 정부가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판매를 금지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마이크론 대신 반도체 판매를 늘리지 못하게 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습니다.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어부지리를 얻지 못하게 하라는게 요지입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한국 기업, 마이크론 제재 어부지리 얻지말라'  현실화할지 주목
 
외신 보도대로 미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늘리지 말 것을 실제로 요청할 경우,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딜레마에 놓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동맹국인 미국과 아직도 우리 반도체의 주요 시장인 중국 사이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1차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던데, 현재로선 전혀 확인 불가하다"면서 "개별 기업들이 중국에 반도체를 공급한다 안 한다 그런 말을 하기가 너무 조심스럽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미측으로부터 이 같은 요청을 받은 바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개별기업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업계에선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이나 피해보다는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더 우려하는 기류입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중국 매출이 높지 않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물량을 차지한다고 해도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간의 문제가 얽혀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가 "마이크론 사태 대응은 기업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전선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해석도 나왔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각) "한국 정책 입안자들이 '관련 사안은 기업들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힘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앞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2일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정부 대응과 관련해 "정부가 (기업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사업을 하니 양쪽을 감안해서 잘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고, 우리 기업들에 대해 조치한 게 아니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우리 기업에 일차적으로 피해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라며 우리 기업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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