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어려운데 일감도 뺏겨…설 자리 줄어든 전문건설사
'업역 폐지' 후 수주 불균형 심각…수주물량 4배 격차
전문건설사, 전체 폐업 86% 차지…개정 법안도 발의
입력 : 2023-05-24 06:00:00 수정 : 2023-05-24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 칸막이가 사라지면서 수주 불균형이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 분야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수주물량이 4배 넘게 차이가 나는 등 종합건설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발생한 까닭입니다. 특히 내년부터는 상호 시장 완전 개방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전문건설업체의 설 자리는 줄어들 전망입니다.
 
전문건설업체가 지난해 4월 국토부 앞에서 생존권 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공고된 전체 건설사의 폐업신고건수는 1442건으로 작년 동기(1178건)에 견줘 2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폐업 건설사의 86.06%는 조경, 토목·석공·상하수도 등 단일(전문)공사를 맡는 전문건설업체가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업체의 폐업건수는 1052건에서 1241건으로 18% 뛰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문을 닫는 건설사도 늘어난 것입니다.
 
여기에는 전문건설업체와 종합건설업체의 업역 폐지도 한 몫을 했습니다. 정부가 건설 산업 선진화를 위해 지난 2021년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시행하며 종합·전문 공사 간의 상호 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일감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내년부터 상호시장 완전 개방…"상호 균형 맞춰야"
 
기존에는 종합공사의 경우 종합건설업체가, 단일 공사는 전문건설업체가 맡았지만 공공 공사 부문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민간 공사에서도 상호 업역 구분이 사라지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전문건설업의 경우 수익성 감소 위기에 직면한 까닭입니다.
 
실제로 대한전문건설협회의 ‘상호시장 진출 발주현황’을 보면 지난해 양측이 함께 수주전을 펼친 공사는 3647건으로 이 중 81.1%(2958건)을 종합건설업체가 가져간 것으로 나왔습니다. 수주 금액 역시 종합건설업체는 1조2985억원(협회 추정기준)에 달했지만 전문건설업체 몫은 3895억원에 그쳤습니다. 수주 건수와 금액은 각각 4.3배, 3.3배 격차가 납니다.
 
(표=뉴스토마토)
 
종합건설업체 우위에 따른 수주 불균형이 만연한 셈입니다. 국토부 역시 수주 불균형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억원 이상 3억5000만원 미만 전문공사에 종합참여를 배제하는 발주 기준을 마련했지만, 이는 올해까지 한시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상태입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종합공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전문 면허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자본금과 기술자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전문건설업체는 영세하다 보니 면허 1~2개 보유한 곳이 90%에 달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상호 시장 개방으로 입찰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전문공사업체가 종합공사 시장으로 진출하려면 관련 업종을 모두 등록하고, 기술자와 자본금을 종합건설의 등록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되레 전문과 종합의 불균형을 초래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국회에서도 수주 불균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교통위원회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공정한 상호경쟁을 유도와 영세업체 보호를 위한 보호구간 위임 규정 마련을 골자로 한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홍성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합업계 교차수주 진출건수가 전문업계에 비해 4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특히 지방의 경우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건설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으로, 건설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선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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