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택배기사’ 김우빈 “싸움 못하는 역 해보고 싶어”
“극중 흡연 장면, 전부 CG로 만들었다…아버지도 보고 놀라실 정도”
“극중 마스크 너무 불편, 코로나 상황과 비슷…지금 일상 너무 감사”
입력 : 2023-05-24 07:00:43 수정 : 2023-05-24 07:00:4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젠 꽤 오래 전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니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너무 놀랐고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건강하다 못해 거대한 피지컬을 소유한 20대의 건장한 남자 스타가 이름도 생소한 비인두암투병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갑작스럽고 너무나 느닷없이 말입니다. 다행히 그는 몇 년의 투병 생활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배우 김우빈입니다. 모델 시절을 거쳐 짧은 무명 생활을 거친 김우빈은 드라마 활동을 통해 인지도가 급부상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출연을 통해 주목되는 스타로 거듭날 뻔했습니다. 그 시기에 갑작스럽게 비인두암발병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건강하게 컴백했습니다. 컴백과 동시에 작품을 선택해 출연했습니다. 그때 김우빈의 눈에 들어온 흥미로운 작품이 한 편 있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될 택배기사였습니다. 일단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마스터를 연출한 조의석 감독이 선택한 작품입니다. 조 감독에 대한 신뢰는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마음을 빼앗겼던 점은 이 작품의 세계관이었답니다. 이 작품을 만났을 때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그리고 택배기사속 세계관에선 모두가 마스크를 썼습니다. 묘한 기시감이 들었답니다. 이건 해야할 것 같았답니다. 그렇게 김우빈은 택배기사가 됐고, 모두의 영웅이 된 ‘5-8’이란 인물이 됐습니다.
 
배우 김우빈. 사진=넷플릭스
 
택배기사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입니다. 워낙 인기가 높았던 작품이기에 넷플릭스를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이 된다는 소식이 원작 마니아들의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일단 원작 속 ‘5-8’의 비주얼을 고스란히 재현한 김우빈의 피지컬을 대체 불가입니다. 모델 출신의 거대한 피지컬이 택배기사‘5-8’이란 인물과 너무도 찰떡 궁합처럼 맞아 떨어졌습니다. 김우빈은 대본을 받고 ‘5-8’의 모든 것을 파고 들었답니다.
 
기본적으로 난민이었고, 그래서 버림 받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아픔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어요. 그럼에도 모두가 잘 살고 모두가 행복한 삶만을 고민하는 인물이죠. 원래 이름도 있었지만 부모로부터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들어 본적 없는 이름에 대한 혐오도 있고. 그래서 점점 더 자신을 숨겨 나갔겠죠. 그런 삶을 살다가 뚝딱 할배(김의성)를 만나서 택배기사로서의 삶에 눈을 뜨고 지금의 모습이 되지 않았나. 그렇게 상상했어요.”
 
배우 김우빈. 사진=넷플릭스
 
일단 택배기사가 공개된 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에 모두가 놀랐습니다. 다름 아닌 김우빈의 극중 흡연 장면이었습니다. 원작 속 ‘5-8’은 항상 입에 담배를 물고 사는 골초 중에 골초로 묘사돼 있습니다. 극중 김우빈이 연기한 ‘5-8’ 역시 원작 속 그 설정 그대로였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5-8’의 상징과도 같은 설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런데 이게 왜 모두를 놀라게 했을까. 김우빈은 암 투병을 했었습니다. 완치에 가깝게 건강을 회복했다고 해도 흡연은 무리입니다. 그런데 흡연을 했습니다. 사실 그 장면, CG였습니다.
 
“(웃음) 다들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아버지도 많이 놀라셨어요. 사실 감독님이 촬영 전에 흡연 장면을 전부 빼주시겠다고 하셨는데 그건 너무 무리라고 생각했죠. 저도 그냥 피울까 했는데, 감독님이 ‘CG로 가능하다고 하시더라고요. CG로 있는 걸 지우는 건 힘든 데 없는 걸 만드는 건 힘든 게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담배만 들고 촬영했어요. 연기를 뱉는 얼굴과 입의 각도 그리고 담뱃재가 떨어지는 방향까지 전부 계산해서 연기를 했어요. 결과물을 보고 저도 놀랐어요.(웃음)”
 
'택배기사' 스틸. 사진=넷플릭스
 
택배기사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담았습니다. 장르적으로는 SF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배우적으로는 액션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김우빈에겐 암 투병 이후 복귀한 작품으로선 3번째가 바로 택배기사입니다. 건강은 사실상 완치한 이후 출연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액션 강도와 수위가 높아서 주변 모두가 걱정을 했었답니다. 김우빈 본인도 당연히 걱정을 했었다고 합니다. 물론 액션이 쉬울 수는 없었기에 건강 여부와는 상관 없는 걱정이었다고 합니다.
 
제 건강 문제 여부를 떠나서 사실 액션은 다 힘들어요. 근데 액션팀 형들이 정말 잘 만들어 주셨어요. 액션은 촬영 전 준비를 정말 많이 해요. 그리고 촬영하면서도 액션팀의 역할이 진짜 절대적이죠. 사실 배우가 좀 어설프게 해도 액션팀에서 진짜 잘 받아 주시면서 만들어주시면 정말 멋지게 나와요. 그런 상황에서 액션의 구분을 했던 건 5-8의 과거와 현재의 액션이었죠. 과거가 좀 더 날 것의 느낌이라면 현재의 액션은 정제된 느낌이었으면 했죠.”
 
'택배기사' 스틸. 사진=넷플릭스
 
김우빈은 흥미로운 경험을 전했습니다. 바로 택배기사촬영의 이른바 크로마키 촬영입니다. 쉽게 말하면 CG촬영. 세트장에서 거대한 블루스크린을 치고 그걸 배경 삼아 모든 장면을 찍었습니다. 김우빈은 택배기사전 영화 외계+촬영을 경험했습니다. 이 영화는 충무로에서 역대급 촬영 기간으로 유명했습니다. 무려 13개월을 찍었습니다. 그 속에서 김우빈은 거의 대부분을 CG촬영으로만 진행했었답니다. 그래서 택배기사CG촬영은 사실 별 것 아니었다고 웃으면서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습니다.
 
제가 외계+ 13개월 동안 찍었어요. 그리고 외계+촬영에서 아마 제가 제일 많은 CG촬영 분량 이었을 거에요. ‘외계+찍으면서 하늘도 날고 손으로 레이저도 쏴보고(웃음) 해볼 건 다해봤죠. 그래서 택배기사’ CG촬영은 뭐 하면 되지싶었어요. 뭐 경험이 있으니 충분히 수월하긴 했죠. 하지만 그럼에도 힘든 건 힘든 거더라고요. 하하하. 진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아요(웃음).”
 
배우 김우빈. 사진=넷플릭스
 
택배기사에선 모든 배우들이 마스크를 쓰고 연기를 합니다. ‘택배기사속 세계관이 혜성 충돌로 한반도가 사막화 됐고 공기가 오염된 세상입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 속 마스크를 쓴 사람들. 뭔가 너무 익숙합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진 지금의 세상.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김우빈은 이 작품이 더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고 합니다.
 
극중 사용하는 마스크가 너무 불편해요. 우선 쓰면 말소리도 거의 안 들려요. 호흡하기도 진짜 힘들고. 습기도 많이 차요. 그런 상황이 계속되니 오히려 현실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묘했죠. 마스크를 쓴 일상이 진짜가 될 수도 있구나란 상상이 아닌 우리가 그런 현실에서 살고 있잖아요. 촬영 당시 가장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라 촬영장에 올 때마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수시로 검사를 받았었죠. 지금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 감사해요.”
 
배우 김우빈. 사진=넷플릭스
 
김우빈은 택배기사를 매순간 멋짐을 연기했다는 온라인 감상평에 손사래를 치며 웃었습니다. 하지만 택배기사를 보면 멋짐을 연기했다는 감상평을 결코 부인하지 못할 듯합니다. 모델 출신이면서 워낙 좋은 피지컬을 보유한 남자배우로 정평이 났기에 장면 장면이 너무도 멋들어진 비주얼 그 자체였습니다. 김우빈은 앞으로는 택배기사와는 정반대의 작품을 좀 만나봤으면 싶다고 웃습니다.
 
배역에 걸맞게 몸집도 좀 많이 키웠어요. 그래서 더 거대하게 나온 느낌도 있고(웃음). 데뷔 당시부터 너무 싸움 잘하는 배역만 자꾸 저한테 와요(웃음). 이젠 저도 좀 싸움도 못하고 좀 못난 배역도 해보고 싶어요. 하하하. 저 그런 역 진짜 잘할 수 있거든요. 시켜만 주시면 진짜 제대로 잘할 자신 있습니다. 하하하. 근데 다음 작품도 아마 강한 남자가 될 듯한데. 하하하. 그 다음 작품으로 싸움 못하는 김우빈을 한 번 꿈꿔 보겠습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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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