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었던 누리호 발사
한 차례 연기 끝 성공…재발사 결정 앞두고 긴장감 고조
18분여 완벽한 비행…도요샛 1기 미확인은 아쉬움
"누리호 안정적 성능 지속 검증, 자랑스러워"
입력 : 2023-05-26 08:00:00 수정 : 2023-05-30 10:19:45
[고흥=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누리호의 세 번째 비행은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성공 여부가 발표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드라마 속 대사를 떠올리기 충분했지요. 
 
지난 24일 1년여만에 다시 찾은 나로우주센터는 여전히 평온했습니다. 해가 너무 뜨겁지도, 구름이 많이 드리우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가 그야말로 발사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지난해 2차 발사 당시에는 발사대 기립 후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터라, 그 과정을 순조롭게 마친 이번 발사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4일 누리호 3차 발사 연기가 결정되기 전 나로우주센터의 모습. (사진=김진양 기자)
 
센터 내에는 누리호의 발사 전 최종 점검이 원활이 진행되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연신 이어졌고, 발사가 계획한 시간에 이뤄질 것이란 공식 발표 후에는 마지막 기다림만이 남았다는 설렘과 긴장이 교차했습니다. 
 
발사의 본격적 준비를 알리는 연료와 산화제 충전 시간이 가까워졌을 즈음, 센터 내 공기가 미묘하게 변했습니다. 누리호 발사 준비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발사관리위원회가 즉시 개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내가 술렁였습니다. 발사가 돌연 연기돼 허탈하게 돌아갔던 지난해의 기억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혹시나가 역시나였습니다. 지상 장치 제어 소프트웨어에서 문제가 발견됐고, 발사를 예정대로 실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립 상태로 점검을 진행할 수 있어, 문제만 해결된다면 다음날이라도 바로 재발사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상황에 모두들 당황할 수 밖에 없던 상황. 발사 참관을 위해 부지런히 현장에 도착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다려달라"고 기자들을 다독였습니다. 
 
25일 오전 문제 해결을 마치고 발사대에 기립해 있는 누리호의 모습. (사진=항우연)
 
아무도 앞으로의 일정을 장담할 수 없었고 초조한 기다림은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졌습니다. 아마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진들은 부담감 속에 누구보다도 긴 밤을 보냈겠지요. 이튿날 정오가 가까워서야 그토록 기다렸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하루 만의 재발사 시도입니다. 소프트웨어 이상은 명령어가 잘못 전달이 됐기 때문이었고, 간단한 수정 작업을 거치니 해결이 됐습니다. 3번이면 충분한 반복 시험도 2배인 6번을 진행했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문제가 반복되면 포기하려 했지만 모두 무사히 마쳤습니다. 
 
또 다시 기다림의 시간. 전날과 마찬가지로 발사 전 준비가 차례로 진행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울려퍼집니다. 전날에는 통과하지 못했던 통신 시스템 확인도 마쳤고 연료와 산화제 충전이 시작됐습니다. 일련의 절차들이 당초 계획보다 조금씩 일찍 마무리 됐고, 마침내 발사 10분 전 발사자동운용(PLO)에 돌입했습니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엄청난 굉음과 바람을 일으키며 누리호가 하늘로 솟아오릅니다. 처음의 감동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기술로 완성한 누리호의 모습은 가슴이 벅차오르게 합니다. 이륙 후 2분이 채 되기 전 누리호는 시야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안내 방송으로 전해지는 누리호의 궤적은 시나리오에 거의 완벽히 일치했습니다. 
 
25일 오후 6시24분 이륙한 누리호는 발사 후 2분이 조금 안된 시점 흔적만 남긴 채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진=김진양 기자)
 
남은 것은 최종 성공 여부의 판단입니다. 목표궤도에 올라 위성 분리 작업은 제대로 수행한 것 같지만 위성들을 잘 내보냈는지가 불분명했습니다. 비행이 종료된 지 한 시간 여 만에 프레스센터에 등장한 이종호 장관은 "누리호의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큐브위성 6기는 정상 분리됐으나 큐브위성 1기의 사출 여부가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거듭된 질문 끝에 당초 메인 미션이 '목표 궤도 안착과 주탑재위성 분리'였기 때문에 이번 발사는 성공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소재가 확인이 안되는 위성도 사출이 된 것으로 추정은 되나,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 끝에 마주한 누리호의 또 한 번의 성공. 모든 과정을 총괄한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단번에 성공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털어놨습니다. 두번째 발사 성공 후 진행하는 세번째 발사는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에 고민과 걱정도 많았다고 합니다. "첫 손님으로 국내 위성을 모시고 간다고 큰 소리 쳐놓고 까딱하면 홀대할 뻔 했다"는 아찔했던 심경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가 개발한 누리호가 성능 등에서 안정적으로 꾸준히 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럽다"는 자부심도 잊지 않았습니다. 
 
누리호가 25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이륙하고 있다. (사진=항우연)
 
이제 우리는 또 한 번의 기다림의 시간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하는 누리호의  반복 발사, 그리고 자력으로 개발한 달 착륙선을 싣고 비상할 차세대 발사체의 개발입니다. 앞선 우주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뉴스페이스 시대의 개막이 머지 않았습니다.  
 
고흥=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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