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①'효성 형제의 난' 재점화…조현문이 말하는 조현준 비리
"조현준, 수천억 회삿돈 훔쳐…도둑질 은폐하려 음해공작"
입력 : 2023-06-07 06:00:00 수정 : 2023-06-07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2014년 세상을 들썩였던 '효성가 형제의 난'이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형제의 난을 주도한 조현문 변호사는 지난달 3일 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 공판에 출석, "이 사건의 본질은 조 회장의 횡령과 효성의 비리이고, 이번 고소는 저에 대한 보복"이라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죄를 짓지 말자고 얘기한 것밖에 없는데 그게 죄가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효성을 투명한 기업으로 만들고자 했던 제 노력이 어처구니 없는 억지 사건으로 돌아와 참담한 심경"이라고도 했습니다. 조 변호사는 조 회장의 친동생입니다. 조 회장의 부친인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세 아들을 뒀는데, 장남이 조 회장, 차남이 조 변호사, 3남이 조현상 부회장입니다. 조 변호사의 공격은 형과 모친 송광자씨를 향합니다. 그룹 홍보실도 조 회장의 비리를 감싸는 공범 중 하나로 바라봅니다. <뉴스토마토>는 효성가 형제의 난이 한국 재벌가의 속살을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판단, 오랫동안 이 사건을 추적했습니다. 첫 순서로 2015년 7월 조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그간의 취재내용과 엮어 복기하고자 합니다.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편집자>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효성그룹 전경. (사진=뉴시스)
 
2014년 형제의 난 시작…고소·고발로 진흙탕 싸움
 
효성가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을 이해하려면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조 변호사는 효성중공업 PG장(부사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2014년 중순 친형인 조 회장과 그룹의 주요 임원진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했습니다. 조 변호사 측에선 총수 일가와 그룹의 불법 정황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서 자신이 직접 총대를 메는 심정으로 나섰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조 변호사를 도왔던 터라 당시 효성은 하루하루 피 말리는 긴장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반전도 있었습니다. 조 변호사는 2016년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자신과 홍보대행 업체 간의 '법률사무 대행' 용역 계약과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자 해외로 출국했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홍보대행 업체는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이며, 대표는 박수환씨입니다. 박 대표는 조 변호사가 "신뢰하는 멘토"로 지칭한 인물입니다. 당시 검찰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에 박 대표가 깊숙히 연루된 것으로 의심했습니다. 박 대표는 구속됐고, 조 변호사는 해외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조 회장이 동생을 고소했습니다. 조 변호사가 박 대표 조언을 토대로 자신을 협박했다는 겁니다. 박 대표가 조 변호사를 도와 효성에 대한 배타적 여론을 조성했다는 주장도 더했습니다. 조 변호사가 자신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지 않으면 형과 그룹의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했으며, 이 계획의 배후에 박 대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변호사에 대한 공갈미수 고소 건은 검찰로 넘어갔지만, 조 변호사는 계속 해외에 머물며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초 귀국해 조사를 받았고, 그해 11월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마침내 조 변호사는 지난 5월3일 첫 공판에 출석했습니다. 그는 이날 "효성을 투명한 기업으로 만들고자 했던 제 노력이 억지 사건으로 돌아와 참담한 심경"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조현준 회장과 효성은 자신들의 부정과 비리를 은폐하고자 저를 음해하고 핍박했고, 이번 고소는 보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조 변호사의 고소·고발로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5월3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문 변호사(전 효성 부사장)가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현준, 수천억원 회삿돈 훔쳐…도둑질 은폐하려 인신공격"
 
<뉴스토마토>와 조 변호사의 첫 만남은 2015년 7월 중순 서울 모처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효성가 형제의 난이 벌어지고 1년 정도가 지난 무렵입니다. 당시 그와 나눈 대화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형제의 난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길잡이'가 됩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형제의 난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대화내용 전문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당시 효성 내부 상황 등에 관해선 별도 설명을 달았습니다.
 
효성 내부에선 조 변호사님이 합리적이어서 많은 사람이 따랐다고 합니다. 다만 경영진으로 있으면서 알았던 몇몇 내용을 가지고 아버지와 형을 공격하니 옳은 행동이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조현문 변호사(이하 조현문): 효성이 아직도 저를 패륜아로 규정 짓고 있습니까?
 
부인하진 못하겠습니다. 결국 지분과 돈, 지위도 아버지가 준 것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조현문: 효성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팩트로는 할 말이 없기 때문에, 저에 대한 인신공격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효성이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있는 사실은 가릴 수 없습니다.
 
저와 관련된 얘기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제가 타의에 의해 효성에 못 나가게 된 건 지난 2011년 9월6일이고, (그 이후)4년 가까이 효성은 끊임없이 (저에 대한)인신공격과 음해를 해왔습니다. 가장 주된 프레임은 '아버지를 건드린 패륜아'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진실을 은폐해도 큰 두 가지 진실은 숨길 수 없습니다. 첫 번째는 불법 횡령·배임 행위입니다. 조현준 사장이 횡령·배임으로 수천억원의 회삿돈을 훔쳤고, 그게 가장 중요한 줄거리입니다. 도둑질입니다. (저는)그걸 막고 바로 잡으려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조현준 사장의 불법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작업입니다. 그 작업에 회장님(조 변호사는 부친인 조석래 회장을 '회장님'이라고 불렀습니다)과 일부 언론이 나섰고, 저를 나쁜 놈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효성 내부에서 진행돼 왔습니다. 모든 작업에는 조현준 사장이 있습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효성그룹)
 
<편집자> 조석래 회장은 2000년을 전후해 현준·현문·현상 세 아들에게 회사 지분을 균등하게 나눠주고 차례로 경영에 참여시켰습니다. 1997년엔 장남이, 1999년엔 차남이, 2000년엔 셋째가 효성에 입사합니다. 이후 세 사람은 각각 효성의 무역·섬유·정보통신, 중공업, 산업자재 PG(Perfomance Group)장을 맡습니다. 당시 효성은 PG별로 각 PG장이 책임경영을 하고, 이상운 부회장이 사업 총괄을, 조석래 회장이 최고의사 결정권을 행사하는 형태였습니다. 효성 안팎에 따르면, 이들 형제의 균열은 이때부터 시작됐다는 게 중론입니다. 지분을 균등히 나눠받은 현준·현문·현상 3형제의 입장에선 경영능력만 제대로 입증하면 경영권 승계에 다가설 수 있다는 꿈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는 형제간 경쟁을 부추겼으며, 갈등의 씨앗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조석래 회장의 태도가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유교적 가풍의 조 회장은 실제로는 장남을 후계자로 내정해 놓고, 나머지 두 아들에겐 경쟁심과 '이룰 수 없는 대권'에 대한 야망만 촉발시킨 꼴이 됐습니다. 효성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효성의 유교적 가풍으로 볼 때 조현준 사장이 그룹을 물려받는 것은 이미 정해진, 거스를 수 없는 일"이라며 "일찌감치 후계구도를 정리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효성의 창업주 조홍제 회장은 장남(석래)에게 효성을 물려주는 대신 차남(양래)에게 한국타이어를, 삼남(욱래)에게 대전피혁을 떼 주고 혹시 있을지 모를 분쟁을 미연에 방지한 선례도 있습니다.
 
"아버지도 형의 비리 방조…이상운은 조현준 하수인"
 
LA 부동산 사건 이후 형(조현준 사장)에게 두 번 다시 불법을 저지르면 안 된다고 직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나요?
 
조현문: 제가 조현준 사장의 법정 대리인이었으며, 한 번만 더 이런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다시는 도와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회사를 위한다면 (형에게)충성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불법을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저를 패륜아라고 하는 분들이 효성 안에서 도둑질이 있다고 하던가요?
 
지나간 얘기라고 하죠.
 
조현문: 지나간 얘기가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도 효성의 돈은 유출되고 있고, 그게 엄연한 사실입니다. 효성캐피탈뿐 아니라 곳곳에서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조현준 사장에 대해 제가 제기한 건 10분의 1도 안 됩니다. 가장 약한 것만 건드려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그런데 메시지에 대한 답변은 없고, (오히려 저를)패륜아, 나쁜 놈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조석래 회장님은 조현준 사장의 불법행위에 대해 모르세요?
 
조현문: 회장님은 당연히 알고 계십니다. 그뿐 아니라 방조하고 계시고, 이제는 도와주고 있습니다. 회장님은 수년 전부터 조 사장을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효성은 조현준 사장에 의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상운 부회장은 조현준 사장의 하수인에 불과하고, 제일 많은 불법을 진두지휘하고 실무를 담당한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갤럭시아는 조현준 사장의 사그룹인데, 효성이 지금도 불법자금을 퍼주고 있습니다.
 
<편집자> 효성의 전직 고위 관계자도 조현준 사장의 부정과 비리 관련해 이상운 부회장이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회장님이 (몸이 편찮으셔서)이상운 부회장한테 위임을 해줬는데, 이 부회장을 견제하는 조직이 다 없어졌다"며 "회장님도 문제가 많고 아들들도 문제가 많고, 그 사이에 이 부회장이 껴서 회사에서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였다"라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또 "이상운 부회장은 회사에서 일 터지는 게 싫잖아요. 일 터지면 자기도 회장한테 얻어터질 테니. 그리고 밑에 임원들은 '그냥 편하게 있다가 가자'라고 하고. 괜히 '뭐 이런 문제가 있다' 이러면 골치 아프니까 그냥 곪아터지고 있는 것들이 여러 군데 있었다"라면서 "이 부회장은 조 변호사가 파문되고 회사를 그만둔 이후엔 조 사장에게 아부해서 '옛날에 조현문한테 잘렸던 애들은 다 구제를 해줘야 할 것 아니냐'라고 불러들였고, 그 사람들이 회사를 다 말아먹었다"고 했습니다.
 
효성그룹 가계도. (이미지=뉴스토마토)
 
그런 문제들을 그룹 내에 계실 때 제기했죠?
 
조현문: 여러 차례 직언했습니다. 제가 회장님께 회사에서 쫓겨날 각오를 하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가면 저희가 망한다"고 2011년 6월28일 말했습니다. 화요일입니다. 그때 조 사장은 효성의 오라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프로젝트를 통해 수십억원의 뒷돈을 챙겼고, 저는 그 프로젝트의 리더였습니다. 조 사장에게 이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안 된다고 하니, 형은 어머니(송광자씨)에게 이 사실을 말했습니다.
 
다음 주 어머니께서 "너 왜 형의 발목을 잡느냐"면서 야단을 치셨습니다. 저는 "그건 형이 횡령하는 것이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재차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는 회장님에게 다시 말했고, 회장님은 "무조건 형을 도와주라"고만 했습니다. 저는 "못하겠다. 이대로 가면 효성은 미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회장님께 세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는 저희 세대의 '사회적 책임'은 과거와 다르다. 지금 사회 요구는 비교할 수 없다. 재벌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정당하게 돈을 벌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이제는 저희의 돈을 사회에 바쳐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습니다. 대세다. 회장님과 우리 세대의 차이다. 회장님 때는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이후락씨 말처럼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묻는다"는 것이 통용됐습니다. 몇십억원씩 횡령·배임하면 5대 5로 해서 환원하고, 사면 받으면 끝났습니다. 이게 회장님 때는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때는 안 통합니다. 그런데 조현준 사장은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70년대식으로 회삿돈과 내 돈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2009년 조 사장이 LA 부동산 횡령 건이 끝난 직후였는데, 조 사장의 반응은 "재수 없이 걸렸다"며 "내가 걸린 건 우리 그룹이 실력이 없어서 그런 거다. 다음에는 안 걸리도록 하라"고 대놓고 얘기했습니다. 조 사장은 회장님이 담낭으로 2010년 7월부터 11월까지 효성에 못 나왔을 당시에도 집중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그룹 내에서 (조 사장을)견제할 사람이나 시스템이 전혀 없습니까?
 
조현문: 제가 견제해서 쫓겨날 정도인데, 누가 감히 조 사장을 견제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회장님께 죽을 각오로 말했습니다. "우리 집안이 현준이 형 때문에 크게 다칠 수 있다. 한 번 더 이런 잘못을 하면 용서할 수 없고, 현준이 형이 감옥에 가는 것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 생각은 한 사람(조현준)의 범죄로 우리 집안이나 가족이 모두 함께 걸려들어 간다. 조현준 사장만 가는 게 아니고, 조현문·조현상·회장님·어머니가 모두 같이 간다. 저는 그렇게 가고 싶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저희 집안은 이명박 대통령 사돈이어서 정계·학계·언론계 친구들이 이구동성 정권 바뀌면 제일 먼저 효성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말들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빨리 조현준 사장을 불러서 뺨 한 대 때리고 "너 언제까지 회삿돈 훔쳐 이런 식으로 살 거냐"라고 호통을 친 뒤 당장 횡령한 회삿돈 정리를 하고, 조 사장의 불법에 관여한 이상운 부회장부터 주변 인물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효성그룹을 바로 세우고 튼실한 성벽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정권이 바뀐 뒤 국세청이나 검찰에서 조사할 경우 대놓고 "잡아드세요" 하는 꼴밖에 안 된다고 했습니다. 큰일 난다. 이처럼 썩어 빠진 조직은 본 적이 없다고 진언한 뒤 1차로 쫓겨났습니다.
 
<편집자> 조 변호사는 2011년 6월28일 1차 파문에 이어 그해 9월6일 아버지로부터 2차 파문을 당했습니다. 2년 뒤인 2013년 2월28일에는 보유하고 있던 효성 지분(7.18%)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습니다. 가문과의 결별이었습니다. 조 변호사는 그해 5월16일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는 동륭실업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23년 5월 기준으로 동률실업 지분구조는 조 변호사 80.0%,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10.0%입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사진=효성그룹)
 
"패륜아 낙인, 지라시 등 조직적 음해공작도…가족 빙자해 입막음"
 
회장님께선 위기의식이 없었습니까?
 
조현문: 최근까지도 회장님은 제가 착각하고 있다면서 조 사장이 회삿돈을 한 푼도 횡령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회장님께 "왜 저를 패륜아라고 낙인을 찍으셨느냐. 패륜아라고 회삿돈 써서 조직적으로 홍보하셨잖아요"라고 물었더니, "우리는 한 번도 그런 적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하니까 회장님은 제게 "너 큰일 났다. 사회에서 끝이야. 뭐라고 하는 줄 아니? 너만 조용하고 입 다물고. 내가 받아줄 때 돌아와". 그래서 전 "그건 가족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화해는 진실 기반의 얘기입니다. 제가 진실을 얘기하고 "조 사장 회삿돈 훔쳤나? 안 훔쳤나?"라고 되물었고, 아무 말씀도 안 하셨습니다. 4년 전에도 회삿돈 훔쳤나, 안 훔쳤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똑같았습니다. 제가 "저와 저희 가족을 음해하셨잖아요. 내부에서 조 사장과 어머니께서 저희 집사람을 지라시 소재로 작업한 걸 모두 알고 있습니다. 왜 자꾸 거짓말하시냐" 했더니, 회장님은 "우리는 너를 패륜아·불효자라고 한 적 한 번도 없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조 사장의 범죄 은폐입니다. 가족을 빙자해 나와 부모님의 입막음을 하려는 것입니다.
 
효성은 두 가지 공작을 준비했습니다. 법정에 나갔을 때 일인데, 조금 있다가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겠지만, 2013년 효성 비자금 수사 때 김앤장이 회장님과 조 사장의 홍콩 비자금을 제 것으로 뒤집어 씌우려다가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회장님께 여쭤봤습니다. "왜 홍콩 비자금을 제 것으로 돌리셨나요?". 기억에 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검찰 조사서를 미리 읽어봤는데, 거기에서 회장님은 비자금이 조현문의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하도 거짓말을 하셔서 당시 검사가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게 합당한 것이냐고 야단까지 맞으셨잖아요. 검찰 조서에 쓰여 있는 걸 부정하시는 거냐"라고 했습니다. 이 거짓말이 또 하나의 문제의 본질이라고 했습니다. 회장님은 "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했습니다.
 
결국 제가 해명을 했고, 재판에서 조 사장이 또 거짓말을 합니다. 조현문한테 속아서 그런 짓을 했다고 해서 제가 다시 진술서를 썼습니다. 김앤장은 나의 존재가 불편했고, 본인들이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자, 두 가지 공작을 합니다.
 
하나는 재판 휴정 중에 나를 자극해 소란을 일으키게 하는 겁니다. 휴정 중 홍보팀의 사주를 받은 사람이 나에게 와서 "이런 패륜아 새끼야"라고 자극해 소란을 일으켜라. 법정 소란으로 휴정하고, 효성에서 매수한 언론사들이 있겠죠. 그들이 이 장면을 갖고 '재판장에서 볼썽사나운 행동하는 패륜아'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써라. 회장님 지시라면서 누구라도 조현문을 퇴정시키는 사람에 대해서는 1계급 특진을 시키고, 올해의 효성상과 1억원을 주겠다고 지시를 내립니다. 제가 회장님께 물어봤습니다. "나를 내쫓는데, 왜 1억원을 주신다고 했냐?", 그러자 "나는 그런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은 바로 "어떤 놈이 현문이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했느냐"면서 내부색출 작업에 나섰습니다. 내부 누설자를 찾아내라고 했습니다. 그게 첫 번째 공작입니다.
 
2020년 1월21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 오른쪽)과 이상운 부회장이 서울시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사진=뉴시스)
 
두 번째는 할리우드 액션인데, 수사가 검찰 특수부로 넘어가면서 효성 측 변호사들 머리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합니다. 시나리오는 회장님이 조현문 집을 찾아갔는데, 조현문이 몇 번이고 안 만나줬다, 앞에서 기다리다가 쓰러지던지 돌아가는 길에 쓰러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언론들이 '문전박대'라는 식의 기사를 쓰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아들을 애타게 찾다가 아들이 만나주지도 않아 상심 끝에 부정맥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는 제목으로 기사화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쪽 변호사들에 의하면 3가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패륜아로 아버지를 사경에 헤매도록 한 불효자 △검찰 특수부 조사에서 조현준 사장의 범죄를 희석, '저런 나쁜 놈이 한 말에 대해 신경 쓰지 마세요' 하는 것 △나아가 효성 조사가 막바지에 있기 때문에 회장님이 쓰러져 조현준 사장까지 조사에 유리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회장님 아프다는 것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이참에 일석이조, 판결에도 유리하도록 시나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6월4일 목요일 "곧 회장님께서 찾아가실 겁니다"라고 제보를 받았습니다. 6월8일 월요일인데, 아침 8시30분에 진짜로 회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다행히 집사람과 아들은 학교에 갔고, 저는 일이 있어서 일찍 나갔습니다. 그래서 뵙지를 못했습니다. 아줌마 혼자 계신데, 수행원과 함께 집에 들어오셔서 저를 찾으셨다고 합니다. 저희 아주머니께서 "회장님 차라도 한잔 드릴까요?" 하니 회장님께서 "내가 심장이 약해서 차를 못 마시겠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다녀와서 그 얘기를 듣고 이건 공작이구나 직감했습니다. 시작이구나. 그 뒤 7월9일 오후 7시15분에 성북동 자택에 집사람과 함께 갔습니다.
 
"왜 거짓말하고, 증거 인멸하고, 불법 홍콩계좌 바꾸고 그러셨느냐"고 물었고, 회장님은 "난 그런 적 없고, 이대로 가면 네가 손해고, 우린 그런 적 없다. 너는 갈 곳이 없으니 너만 입 막고 조용히 돌아오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미 20번 넘게 들은 얘기고, 지금 하는 행동이 할리우드 액션인 건 다 알고 있습니다. 언제든 오세요. 대신 한 번 오실 때마다 조현준의 범죄는 한 개씩 늘어납니다. 그러니 언제든 오세요. 한 번만 더 패륜아라고 하시면 이제부턴 회장님과 어머니 범죄도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팩트가 없어서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공작을 하시면서 또 한쪽에서는 거짓말만 하시고. 가족이라는 것으로 저를 입막음을 하시고 있다. 계속하시면 저는 계속해서 범죄사실을 추가하겠다. 오시려면 오세요. 그러니까 다음부터 오지 않으셨습니다.(계속)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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