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엔지니어링, 한국남동발전 '기술자료 유출' 주장
화력발전소 옥내저탄장 분진 저감설비 기술
허인순 대표 "공기업이 특정업체 밀어줬다"
입력 : 2023-06-07 12:00:00 수정 : 2023-06-07 12:53:07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한진엔지니어링이 한국남동발전에 의해 자사의 기술이 유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20년여 간 거래를 해왔지만 새로운 기술이 탈취당하면서 한진엔지니어링은 신기술을 이용한 사업에서 밀려나게 됐다는 겁니다. 
 
허인순 한진엔지니어링 대표는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기술침해 사례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고압 노즐을 통해 화력발전소 옥내 저탄장의 먼지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한 한진엔지니어링은 지난 2018년 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발전소에 처음으로 옥내저탄장 분진 저감설비를 적용했습니다.
 
그러자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이 고성하이화력발전소 현장에 이 설비를 적용하려 한다며 관련 기술자료를 요청해 허 대표는 2018년 기술자료를 관련 건설사들과 한국남동발전, 설계사인 한국전력기술에 넘겼습니다. 이후 입찰은 2019년 진행됐는데 그때까지도 허 대표는 기술자료 유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국정원 내사 검찰 조사를 통해 비로소 기술자료 유출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했다고 허 대표는 전했습니다.
 
앞서 지난 정권에서 전국 화력발전소 옥내저탄장화를 위해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편성된 바 있습니다. 옥내저탄장화 관련 사업의 확대를 알았던 발전 자회사들이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계획적으로 기술자료를 유출했다고 허 대표는 주장합니다. 이들은 한진엔지니어링의 하도급 승인 배제, 허위 기술 검토서 및 검증도 안 된 기술사양 채택을 통해 특정업체 수의계약 사유를 만들어 줬고 기술은 일본을 통해 해외로 유출됐다는 것입니다.
 
공사 발주를 받지 못한 민원성 이의제기라는 취급까지 받으며 지금까지 왔다는 허 대표는 "화력발전소는 국가 기밀시설로 폐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실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할 공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앗았다. 이런 관행은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섰다"고 했습니다.
 
현재 사건은 재판 중인 상황입니다. 허 대표는 한국남동발전의 적극적인 개입이 증언으로 나온 만큼 한국남동발전으로의 수사 확대를 촉구했습니다.
 
허인순 한진엔지니어링 대표가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기중앙회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기술침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한진엔지니어링은 플랜트엔지니어링 제조업체로, 석탄을 이송하는 컨베이어 벨트의 찢어짐 방지, 비산먼지 저감 등에 대한 기술을 개발·설치·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일을 하는 중소기업입니다.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유연탄의 경우 산소와 만나면 자연발화를 일으켜 결손이 발생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한진엔지니어링은 고압 노즐로 코팅 약재가 담긴 물안개를 만들어 분사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허 대표는 특허 출원으로 기술을 보호했기 때문에 특정 업체에서는 이 설계를 교묘히 변경해서 수주를 따냈다고 설명했습니다.
 
허 대표는 "진정한 기술은 수억원의 뇌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에 기술자들과 연구진들의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과 그 아픔을 딛고 기술은 완성이 된다"며 "중소기업의 성능인증을 받은 제품이 화력발전소에서는 무덤이 되고 있다. 공기업의 먹잇감으로 희생당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기술자료 유출로 인해 허 대표는 한진엔지니어링의 피해액이 천문학적 숫자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허 대표는 "화력발전소에서 20년 가까이 일했으나 작년과 재작년은 일을 전혀 못하게 됐다. 민원을 넣었다고 찍혔기 때문"이라며 "2020년 4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8억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직원에 대한 검찰조사 결과 무혐의로 판정이 났다.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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