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PE포트폴리오)국내 투자 늘리는 SBVA…소프트뱅크 그림자 지울까
전자결제 IT스타트업 지분 주도로 큰손 존재감 과시
초기 기업도 성장 가능성만 보이면 과감하게 투자
소프트뱅크 투자 방식 닮아…경영권 개입 문제 우려
입력 : 2024-05-20 06:00:00 수정 : 2024-05-20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소프트뱅크의 네이버 라인 지분 강탈이 화제가 되는 가운데 IT시장에서 물주 역할을 해온 소프트뱅크의 국내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투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소프트뱅크 벤처스 아시아 (SBVA)다. 소프트뱅크 그룹 스타트업 중심의 벤처 캐피털(VC)사로 2000년에 설립돼 2022년 기준 운용자산(AUM)은 2조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손정의 회장의 동생 손태장 회장이 회사를 인수해 경영하고 있다. 현재 SBVA의 대표적인 국내 IT기업 포트폴리오로는 의료 IT서비스 기업 루닛,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 등이 있다.
  
(사진=모두싸인)
 
소프트뱅크의 투자 첨병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자계약 전문기업 모두싸인은 177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모두싸인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으로 이메일과 카카오톡, 전용 링크로 법적 효력 있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27만 기업 및 기관이 이용 중이며 향후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활용해 Legal AI 서비스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SBVA(구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주도하고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기업은행, DSC인베스트먼트가 새로 참여했다. 앞서 SBVA는 지난 2023년에도 모두싸인에 115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투자에서도 SBVA의 주도로 펀딩이 조성돼 브리즈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와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참여했다.
 
투자를 주도한 SBVA는 국내 대표 VC다. 지난 2001년 설립된 SBVA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이홍선 당시 소프트뱅크코리아 대표가 주축이 돼 설립했다. 설립 당시엔 소프트뱅크의 한국 법인인 소프트뱅크코리아가 지분 100%를 보유했다. 지난해 6월 손정의 회장의 동생 손태장 회장이 설립한 싱가포르 국적의 디에지오브가 인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SBVA는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독립적인 투자법인이다. 하지만 현재 기업을 이끌고 있는 손태장 회장이 손정의 회장의 친동생이라는 점과 야후재팬 설립에 참여했고, 1998년 소프트뱅크 자회사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겅호) 창업을 주도한 점 등 SBVA에 소프트뱅크의 그림자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기 가능성만 보고 투자
 
SBVA는 사실상 국내 IT업계 태동부터 함께해왔다. 설립 후 2002년 문규학 대표 체제 당시엔 닷컴 버블 붕괴라는 부침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SBVA의 운용상 가장 큰 특징은 아직 기업 면모를 갖추지 못한 기업에 소규모 투자를 시작으로 장기간 투자한다는 것이다. 통상 보통의 VC가 기업이 본격적인 매출을 일으키거나 시장에 소개될 때 투자하는 것과 달리 투자시기가 빠른 편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루닛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서범석 대표(앞줄 가운데), 백승욱 이사회 의장(앞줄 오른쪽) 등 루닛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루닛)
 
실제 SBVA의 대표적인 투자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AI 의료기업 루닛(328130)의 경우 SBVA가 첫 투자한 시기는 회사 창립 2년째인 2015년이었다. 루닛은 창업 당시 카이스트의 힙합동아리 내 친구 사이였던 백승욱 전 의장 외 6명이 의기투합한 것으로 기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동호회 수준에 불과했다. 
 
2015년 이미지넷 이미지 인식대회에서 5위에 오르며 시장의 주목을 받은 루닛은 그해 SBVA로부터 시리즈A를 통해 총 21억원을 투자받았다. 이후 2016년 다시 37억원의 추가 투자가 진행됐다. SBVA는 2022년 7월27일 기업공개(IPO)를 완료한 뒤 5일 만에 주식 14만 6050주(1.20%)를 장내 매도하면서 투자회수(엑시트)에 성공했다. 당시 주가 가치로 57억원 규모로 나머지 3.86% 지분도 순차적으로 매각했다.
 
 
 
현재 SBVA는 '인공지능(AI) 르네상스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말 2000억원 규모의 '2023 알파 코리아 펀드'를 결성했다. 산업은행을 포함해 소프트뱅크그룹(SBG)과 한화생명, 중소기업은행, 넥슨코리아, 케이비캐피탈 등 주요 재무적 투자자(LP)의 신뢰가 바탕이 됐다. 해당 펀드를 통해 AI, 로보틱스, 컴퓨팅 기술 등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을 가져올 초중기 스타트업 발굴이 목적이다.
 
손태장 SBVA 회장 (사진=손태장 링크드인)
  
손정의 그림자 피할 수 있을까 
 
순항하던 SBVA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최근 발생한 소프트뱅크의 라인 경영권 탈취 시도때문이다. SBVA는 소프트뱅크와는 별개의 투자법인이라 소개하지만 손태장 회장 취임으로 소프트뱅크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실제 SBVA가 추구하는 국내 ICT 분야 투자 확대는 손정의 회장의 AI 100조원 투자 계획과 맞물려 보인다. 지난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은 AI 사업에 대한 준비를 구상 중이며 최대 10조엔, 한화로 880억원의 투자가 전망됐다.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반도체설계 기업 ARM을 통해 AI 전용 반도체의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 2분기 시제품을 시작으로 반도체 개발과 양산을 소프트뱅크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물론 지분상 개별 법인이라는 점에서 소프트뱅크와 SBVA를 같은 회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라인 지분 인수에 대한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는 만큼 소프트뱅크의 한국지사로 출발한 SBVA가 한 묶음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SBVA가 IT 유니콘 기업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이 소프트뱅크가 라인 지분을 가져간 것과 같다"며 "이런 방식의 투자는 자금이 급한 소규모 스타트업에 막대한 지원을 한 물주가 언제든 회사 경영에 개입이 가능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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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