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개헌'…87년 체제, 시대·민의와 충돌
5년 단임제→4년 중임제, 영남서도 과반 찬성
"현실 맞지 않는 경제·사회 조항도 손봐야"
입력 : 2024-06-04 06:00:00 수정 : 2024-06-04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박주용 기자] '포스트 87년 체제'를 위한 개헌 논의의 골든타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로 37년째를 맞은 87년 헌법은 5공화국 종식의 결과물이지만, 4차 산업혁명 등 현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절차적 민주주의를 꾀한 87년 헌법의 정신은 계승하되, 제6공화국 헌법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자는 당위론이 힘을 받고 있는데요.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부터 저성장·양극화 극복, 저출생·기후위기 등 경제·사회적 조항 등에 대한 개정 요구가 커질 전망입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지난달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개헌특위 설치 및 제7공화국 개헌 제안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 과반 '개헌' 찬성…범야권 매직넘버 '8석'
 
4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6월1~2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ARS 방식)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5.5%는 '다음 대통령선거를 2년 뒤에 있을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할 수 있도록 현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고, 지금의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3.2%에 그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에서조차 "찬성한다"는 응답이 대구·경북(TK) 51.0%, 부산·울산·경남(PK) 52.0%로, 각각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 결과(5월27~29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전화면접조사 방식)에서도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58%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 36%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보수층에선 찬성 여론이 50%로, 절반이 중임제 개헌에 동의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찬성 46% 대 반대 48% 응답이 엇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개헌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되면서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개헌을 완수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야권이 192석을 확보하면서, 여당 내에서 8명의 이탈자만 확보하면 '개헌선'인 200석을 맞출 수 있는 등 입법 환경도 우호적입니다. 
 
임기단축 주장 위헌 논란…'선 개헌-후 발효' 대안
 
다만 쟁점은 '어떤 방식을 언제부터 적용하는가'입니다. 정치권에서는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변경하자는 내용에 대체로 공감을 하고 있는데요. 야당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부터 소급 적용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7 포인트' 개헌을 제시한 조국혁신당이 대표적인데요.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해 제7공화국 헌법을 논의하자"면서 "윤 대통령이 명예롭게 자신의 임기 단축에 동의하고 개헌에 나선다면, 지금까지 국정운영 실패, 비리, 무능, 무책임에도 헌법을 바꿨다는 점에 기여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개헌은 소급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하면 위헌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연유로 주목받고 있는 대안이 '선 개헌-후 발효' 주장입니다. 본지가 지난달 31일 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113명(국민의힘 43명·민주당 70명)의 양당 초선 의원에게 '정치개혁을 묻다'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민주당 한 의원은 "2032년에 (총·대선의 선거 주기를) 맞춘 뒤 추진하면 좋을 거 같다"며 "그러면 (여야 간) 타협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선거가 너무 많으니까 선거 임기를 조정해서 선거를 같은 해에 있게 하자"라며 "만약에 22대 국회에서 4년 중임제의 개헌이 된다면, 또는 의원내각제나 이원 집정부제도 약간 그런 형식이 된다면 2032년부터 발효할 수 있는 일종의 발효 시점을 우리가 만들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출생·기후위기 등 어젠다도 논의 필요"
 
개헌 과제는 대통령 권력구조뿐만이 아닙니다. 경제·사회 등의 환경이 변화하면서 경제조항과 사회권 개정에 대한 요구도 개헌 당위성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헌법은 제약하는 폭이 상당히 넓다"며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손을 봐야 할 부분이 굉장히 광범위하다고 말했는데요. 
 
이 교수는 저출생, 기후위기 등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도 "당연히 논의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나타나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문구로 표현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를테면, 저출생에 관해서는 "적정한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인간의 생태적 환경 문제를 강화하는 방식을 규정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개헌 논점의 시급성에 따라 원 포인트 개헌을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서두르기보다는 심도 깊은 논의가 요구된다"며 "헌법 개정 절차 자체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진양·박주용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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