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한경협 회비 납부 '눈치게임'…관건은 '삼성'
삼성·SK·현대차·LG 중 회비 납부한 곳 없어
"삼성 안 내는데 먼저 낼 필요없다" 기류
회비 납부 기한은 연말까지…한경협 '자발적 납부' 기대
입력 : 2024-06-10 15:07:13 수정 : 2024-06-10 17:10:03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한국경제인협회 회비 납부와 관련해 눈치 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관건은 삼성의 납부 여부입니다. 주요 기업들은 재계 1위인 삼성이 먼저 한경협의 회비를 내면 상황을 보고 움직이겠다는 기류가 강합니다.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당시 국정농단 사태로 기관의 존립이 위태로웠던 한경협이 경제단체로서 본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선 4대 그룹의 실질적인 회비 납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재계의 분석입니다. 
 
1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4대 그룹 중 현재까지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한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앞서 한경협은 지난 3월 말 4대 그룹에 회비 납부 공문을 보냈습니다. 기한은 연말까지 입니다. 
 
한경협 FKI타워.(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주요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다른 기업이 안내는데 굳이 나서서 먼저 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회비를 안 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삼성이 먼저 회비를 내면 자연스레 회비 납부 얘기가 나올 것인데 그때 움직여도 늦지 않다"고 귀띔했습니다.
 
다른 기업 관계자도 "회비를 내고 협조할 의향이 있다"며 "다만 회비 납부 기한이 올해까지이고, 다른 기업들이 안 내고 있으니 먼저 내지 않는 것일 뿐이다. 4대 그룹이 회비 납부를 완료하면 우리도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특히 한경협의 시초가 1961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주축이 돼 1세대 기업들과 설립한 만큼, 삼성과의 인연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 역시 그룹 차원에서 구체적인 한경협 회비 납부 시한을 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삼성의 한경협 회비 납부와 관련해 "아직 계열사들로부터 안건이 오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이 위원장은 "올라오면 한경협 가입과 관련해 냈던 조언이 있으니 그 권고에 따라 철저히 검토하겠다"면서 "회비를 내느냐 안 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 사용한 후에 어떻게 감사를 철저히 받을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현재로선 한경협이 순수 민간단체이기에 회비를 강제할 방안은 없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무역협회는 법정 단체이기에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제재 조항이 있지만, 한경협이나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순수 단체라는 특성상 회원사들의 자발적인 회비 모금을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경협 측은 '회비 납부 기한인 연말까지만 내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한경협 회원사들이 회비를 납부해왔고, 납부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한경협은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전신인 전경련에서 4대 그룹이 잇달아 탈퇴한 뒤 회비 수익이 급속히 쪼그라들었습니다. 4대 그룹이 회원사로 활동했던 2017년 이전만 하더라도 전경련 회비 수익의 70% 가량을 담당할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전경련은 지난해 기관명을 한경협으로 변경하고 산하 연구조직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일하면서 4대 그룹은 자연스럽게 한경협에 승계됐습니다.
 
재계에선 한경협이 간판을 바꿔달고, 4대 그룹이 복귀한 후 처음 회비를 내는 상황에서 회비 납부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4대 그룹이 복귀했으니, 회비를 안 내지는 않을 듯하다. 예전에도 4대 그룹이 회비를 곧바로 내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그룹이 처한 사정이 다르다보니, 내부 프로세스를 거쳐 올해 안에 내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재계 일각에선 4대 그룹이 총선 후 지형을 의식해 납부를 망설인다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야권은 윤석열정부들어 경제단체 채널로 위상을 회복한 한경협에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병준 상임고문은 윤석열 대통령 측근이기도 합니다. 22대 국회 역시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의 반기업 정서 등이 고조되는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에 따라 4대 그룹으로서도 한경협 회원사 활동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활동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범야권이 192석의 압도적 과반을 차지하면서 반기업 정서에 영합하는 경제 정책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덩달아 재계의 긴장감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총선 이후 견고히 된 여소야대 지형이 주요 기업들의 회비 납부를 망설이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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