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노사 갈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하반기 신차 출시로 실적 반등이 절실한 상황에서 악재를 만난 것인데요. 특히 한국지엠 노조는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두 달 가까이 부분파업을 진행하며 생산 손실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차(005380),
KG모빌리티(003620)를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도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까닭에 신차 판매는 물론 수출량에도 악영향이 우려됩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부터 이틀간 올해 단체교섭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합니다.
한국지엠 노사 24년 임단협 노사 상견례 모습.(사진=한국지엠 노조)
이번 2차 잠정합의안은 지난 7월 26일 1차 잠정 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50%를 넘지 못해 부결된 후 약 한 달 만에 마련됐습니다. 기본급을 10만1000원 인상하고 일시금 및 성과급으로 155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또 '경영 정상화 시행에 따른 수익성 회복' 격려금이 기존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늘었고 직원들의 호봉을 1호봉씩 특별 승급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문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앞서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7월 3일부터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지난달 30일까지 두 달 가까이 부분파업을 실시했습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손실은 4만대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실제 한국지엠의 지난 7월 생산량은 1만9885대로 전월 대비 57.3%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1월(1만8888대)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2차 잠정합의안이 또다시 부결된다면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지엠의 경우 내수 보다는 수출에 집중하는 곳입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경우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수출 1위 모델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7월에는 3위로 밀려났습니다.
한국지엠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를 통해 지난해 국내 생산량은 46만4648대를 기록했습니다. 연 생산량이 40만대를 넘은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죠. 올해는 50만대 이상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7월까지 28만8605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50만대를 넘으려면 남은 4개월 동안 월 4만대 이상을 생산해야 한다"며 "힘들게 정상화 궤도에 올랐는데 노사 갈등으로 수출량이 꺾일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사진=르노코리아)
한국지엠 협력업체 모임인 '한국지엠 협신회'도 "파업으로 협력업체들의 매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고 심각한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임단협 마무리와 생산 공장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노사 갈등에 따른 긴장의 끝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아 노사는 기본급 인상 뿐만 아니라 퇴직자 차량 평생 할인 제도 복원 등 단체협약에서도 입장차가 팽배합니다. 최근에는 파업권도 확보했습니다.
4년 만의 신차 '그랑 콜레오스'를 출시한 르노코리아의 경우 임금 인상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죠.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지만 노사갈등에 따른 파업 등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신차 효과는 반감될 수 있죠.
완성차 업계는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서 내수 및 수출 감소에 따른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합니다. 7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9만906대로 2022년 8월 이후 월 생산량이 30만대를 밑돌았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는 강성 노조의 이미지가 크다 보니 외국에선 '국내에서 기업하기 어려운 구조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노조가 수용하기 힘든 주장을 계속하게 된다면 국내 산업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노사협상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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