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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이익잉여금'을 쌓은 기업들은 배당을 통한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친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다. 현재 상장 기업들의 배당은 선택이 아닌 의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넉넉한 배당 곳간에도 수년간 무배당 기조를 이어온 제약사들이 존재한다. <IB토마토>는 무배당 제약사들의 배당 재원과 향후 주주환원 계획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삼천당제약(000250)이 4년 넘게 주주환원 정책을 펼지지 않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안정적인 실적으로 풍부한 배당 곳간을 보유했음에도 올해까지 5년째 무배당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자사주 소각도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 일가는 삼천당제약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개인회사를 활용해 배당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천당제약 본사 전경.(사진=삼천당제약)
넉넉한 이익잉여금에도…'무배당'·'자사주 무소각'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이 올해까지 5년째 배당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까지는 매년 약 11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지만, 이를 마지막으로 감감무소식이다.
특히 넉넉한 배당 재원을 보유했음에도 배당을 실행하지 않고 있어 주주 환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삼천당제약의 총 이익잉여금은 1055억원을 기록했다. 상법상 의무로 보유해야 하는 법정적립금(28억원)과 임의적립금(13억원)은 약 41억원이다. 실질적으로 배당에 사용할 수 있는 미처분이익잉여금 1014억원이다.
통상 지속적으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기업이라면 이익잉여금이 줄어들면서 소극적인 배당 정책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삼천당제약의 올해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41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연도 같은 기간에 당기순손실(7억6296만원)이 발생했던 것보다 개선됐다.
삼천당제약은 앞서 배당이 끊기기 시작한 2020년에도 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후 2021년에는 당기순손실 104억원이 발생하긴 했으나, 2022년(88억원) 순이익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42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지만 1000억원대 이익잉여금은 유지했다.
삼천당제약은 또 다른 주주환원 방법인 '자사주 소각'에도 시큰둥하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의 발행주식수가 줄면서 주당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최근 오히려 자사주를 시장에 처분하면서 주주 환원에 거꾸로 가는 모습이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7월1일 총 50만주(714억원)를 국내외 기관투자자에 처분했다. 자사주 처분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주식시장에 파는 것으로 통상 주가에 악재로 여겨진다.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사주 물량이 풀리면서 유통주식수가 늘고 주당순이익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천당제약은 배당 없지만…오너 일가는 '두둑'
삼천당제약이 주주환원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오너 일가는 개인회사 배당을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인산엠티에스는 삼천당제약 등 내부거래를 통해 이익잉여금을 쌓아 왔으며, 이를 활용해 배당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인산엠티에스는 의료기기와 의약품 판매 기업으로 윤대인 회장의 장남인 윤희제 인산엠티에스 대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삼천당제약의 배당이 끊기기 시작한 2020년부터 인산엠티에스의 배당 이력을 살펴보면 윤 대표가 모은 금액을 알 수 있다.
인산엠티에스는 지난 2020년(8억3400만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배당을 지속했다. 지난 2021년에는 4억2000만원을 배당했으며, 2022년(5억원)과 지난해(7억원)도 실행했다. 윤 대표가 인산엠티에스의 지분 100%를 소유한 만큼, 최근 삼천당제약의 배당이 없던 4년간 총 24억5400만원을 얻었다.
특히 인산엠티에스는 삼천당제약과 수인약품 등 특수관계기업을 통한 내부거래로 매출을 내왔다. 인산엠티에스는 지난해 총 2815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가운데 16.59%(467억원)는 소화·한농푸드시스템·삼천당제약·수인약품 등 총 10곳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다.
삼천당제약의 최대주주인 '소화'를 통한 배당 이익도 챙겼을 것으로 분석된다. 소화는 삼천당제약의 지분 30.7%을 소유한 최대주주다. 더욱이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소화는 윤 회장이 지분 72.22%, 인산엠티에스가 지분 27.78%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특히 지난해 소화의 전체 매출액 1304억원 중 특수관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은 30.75%(401억원)을 기록했다.
소화는 지난 2020년 배당금 지급으로 30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이후 2021년에도 31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22년(1억3007만원)과 지난해(2억3400만원)에는 배당 규모를 대폭 줄였지만, 삼천당제약의 배당을 실행하지 않은 동안 오너 일가는 65억원을 받았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으나, 글로벌 프로젝트가 일정 궤도에 오르면 적극적으로 검토 및 개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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