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지배구조 점검)③'유명무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특례 앞세워 당국 심사 회피…"실질적 지배자 감시 강화해야"
입력 : 2024-09-19 06:00:00 수정 : 2024-09-19 08:11:0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취약한 이사회 구조와 내부통제 사고 뿐 아니라 대주주의 불법 행위가 지배구조를 뒤흔드는 사례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당국이 금융사 대주주 자격을 평가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은 적격성 심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분 보유 규모 등을 따지기 보다는 실질적인 지배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적격성 심사 회피 빈번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편법으로 악용되거나 현행 심사 제도의 사각지대가 문제가 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OK금융그룹은 종합금융그룹 전환을 앞두고 대주주 리스크에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OK금융 노조는 정치권과 손을 잡고 사측의 불법 경영과 총수의 사익편취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은 올해 DGB금융지주(139130) 지분 9.5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했지만, 모회사인 OK금융은 단순투자라는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10% 이내의 금융사 지분을 보유하거나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 목적이라면 당국의 적격성 심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DGB금융은 올해 6월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IM뱅크(옛 대구은행)의 모기업입니다. 대주주의 대주주는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닙니다.  이와 관련 OK금융은 DGB의 경우 공시한 바와 같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법으로 정한 지분율 이내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10% 이내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주주간 계약을 통해 은행을 지배하는 경우에 대한 규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관계법령상 OK금융그룹 동일인인 최윤 회장은 사익편취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대부업과 저축은행을 함께 운영하던 OK금융은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인가요건 충족 명령에 따라 대부업에서 철수하지만, 그 과정에서 최 회장이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OK금융 계열사 6곳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대주주 또는 총수의 편법 행위 등으로 금융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경고등이 켜지거나 신사업 차질 위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7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국회 소통관에서 'OK금융그룹 불법 의혹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계열사 리스크로 전이
 
카카오뱅크(323410)는 대주주 자격이 없지만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례로 꼽힙니다. 은행 대주주가 법인일 경우 그 법인의 동일인이 대주주 요건을 위반해도, 법인을 통해 은행을 간접 지배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은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돼 최근 첫 재판을 받았습니다. 만약 김 전 의장이 시세조종 혐의로 벌금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은행법에 따르면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합니다. 벌금형 이상 형이 확정되면 김 전 의장은 한도 초과 보유 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됩니다.
 
김 전 의장이 유죄가 확정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면 매각 가능성이 나오는 것은 물론, 카카오 계열사들이 진행하는 신사업 전망까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시세조종과 불법 대출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유준원 상상인 대표는 2019년 말 금융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른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상상인 자축은행과 상사인플러스저축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만약 유 대표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상상인증권에 대해서도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됩니다.
 
토스뱅크의 사례는 대주주 적격성을 통과했음에도 자금조달 능력 문제가 불거진 사례입니다. 2019년 5월 말 금융위는 출자 능력 등 자금 조달 능력 측면에서 지배주주 적합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토스뱅크의 은행업 예비인가를 불허했습니다. 그러나 그해 10월 중순 토스뱅크는 예비인가를 재신청했고, 12월 중순 예비인가를 획득합니다.
 
당시 금융위는 토스뱅크 최대주주의 혁신 역량과 금융 혁신 기여 의지가 강하다는 이유로 인가를 결정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주주의 사업 의지가 강한 것에 비해 당초 적격성 미흡 원인으로 지목됐던 자금조달 능력 문제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지주회장의 독단 경영에 대한 견제 장치 부재는 관치적 개입을 불러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주회장의 전횡 및 도덕적 해이를 방지·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10% 이내 주식 보유한 경우 주주간 계약으로 은행을 지배하는 경우에 대해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주식 보유의 구체적 규모와 사실상 지배에 따른 적격성 심사 적용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5일 이학영·김현정·박홍배 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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