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자보험 공들이는 보험사…할인 늘리고 혜택 맞춤 설계
간편 가입 절차로 보험 문턱 낮춰
고지의무 위반시 보험계약 해지 '주의'
입력 : 2024-09-20 14:22:27 수정 : 2024-09-23 08:14:17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고령자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유병자보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간편 가입 절차를 통해 가입 문턱을 낮추거나 건강 등급이 높게 나올 수록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다만 일반 보험에 비해 비싼 데다 고지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초경증 유병자 등 보험료 할인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노후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유병자 보험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습니다. 질병·상해 기록으로 인해 일반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유병자 중 장기간 입원·수술 없이 건강을 유지해 온 초경증 유병자나, 그간 별다른 병력이 없었던 건강한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보험 가입 절차가 간편하거나 보험료 할인을 해주는 상품입니다.
 
삼성생명(032830)은 최근 고혈압·당뇨병 등 경증 만성질환 유병자도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가입 문턱을 낮춘 '삼성 경증간편 플러스원 건강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초 보험가입 시점에 받은 심사 결과를 기준으로 보험이 개시되므로, 건강상태에 변화가 발생해도 추가 보장 개시 시점에 별도 심사를 받지 않습니다.
 
한화생명(088350)은 최근 증상이 경미한 초경증 유병자 또는 건강한 보험소비자가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한화생명 H10 건강보험'을 출시했습니다. 기존 자사 건강보험 대비 약 12%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신 가입 심사 시 입원 및 수술 여부 기간은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은 입원과 수술 중 하나만 고지하고 가입할 수 있는 신상품 'KB 입원·수술 하나만 물어보는 간편건강보험'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보장이나 상품 구조, 납입면제 등은 기존의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 시리즈(3.10.10·3.5.5)와 동일하지만, 입원과 수술을 묻는 질문사항을 분리해 가입문턱을 낮췄습니다.
 
흥국화재는 간병비 보장을 강화한 ‘흥Good 든든한 3.10.5 간편종합보험’을 출시했습니다. 이 상품은 초경증 유병자도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으며 암 진단비부터 수술비, 치료비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입니. 입원·수술 없는' 무사고' 기간이 10년이어야 하기 때문에 무사고 2·3·5년이면 가입 가능한 다른 유병자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낮은 편입니다.
 
하나손해보험은 건강 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받는 '뉴 건강하면 더 좋은 하나의 간편보험'을 출시했습니다. 건강 등급은 인슈어테크 기업인 그레이드헬스체인(GHC)의 시스템과 연동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기록과 병원이용기록 등을 분석해 산출합니다. 이번에 출시한 상품의 경우 일반심사로 가입 시 최대 38%까지 할인되고 간편심사 시에는 최대 28%까지 할인됩니다.
 
최근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령자 스스로 노후 간병을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 모습. (사진=뉴시스)
 
질병이력 등 고지 의무 확인해야
 
이러한 보험 상품은 비교적 건강한 금융소비자들에게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보험 가입 문턱이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의료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덩달아 경제적 부담도 커지는 추세를 반영했습니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 1인 가구 중 65세이상 가구주 비중은 전체의 26.0%(192만 가구)였습니다. 하지만 2052년에 이르러서는 51.6%(496만 가구)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1인 가구 절반이 65세 이상 고령층이 되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2022년 기준 국내 노인빈곤율은 38.1%에 달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OECD 평균 14.2%(2020년 기준)를 크게 넘어섭니다.
 
정부는 2026년 저소득 노인부터 현행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달 3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인상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노인 가구는 상대적으로 월평균 소득이 낮기 때문에 의료비 관련해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치매 관리, 유병자 보험 등 노후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험 상품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보험사들은 유병자용이나 치매 보험 등 고령자 보험을 경쟁적으로 내놓되, 가격 경쟁력을 강조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초경증 유병자 고객을 유치할 경우 손해율 관리에 용이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은 아무리 간편가입 상품이라고 해도 수술과 입원, 담보 범위, 사망 보장 여부 등 꼼꼼히 따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유병자보험은 기존보다 입원, 수술 경력이나 일정 기간 내 진단 이력 등을 고지해야 하는 기간이 기존보다 긴 경우가 많아, 보다 정확하게 표기해야 합니다. 보험사는 고지의무를 지키지 않은 보험 계약에 대해서 해지할 수 있기 때문에 손해는 고스란히 보험 소비자가 떠안아야 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병자 보험은 일반인 보험 대비 가격이 높고, 고령자 특성상 너무 긴 납입기간을 설정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며 "가입 조건이나 담보 등을 잘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병자 보험은 일반인 보험 대비 가격이 높고, 고령자 특성상 너무 긴 납입기간을 설정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어 가입 조건이나 담보 등을 잘 확인해야 한다. 사진은 전북의 한 대학병원 입원 병동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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