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선연장전과 응급실
입력 : 2024-09-30 06:00:00 수정 : 2024-09-30 06:00:00
응급실 뺑뺑이도 큰 문제지만, 국민 다수가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것도 못잖은 문제다. SNS에는 정치염증에 따른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글이 넘친다. 문제는 이 증상이 병원이나 약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유형이라는 것. 대한민국 건국이 언제라느니, 조선인의 일제강점기국적이 어디라느니…몇 년 째 소모전이다. 그간의 토론과 정리를 통해 헌법에까지 기록된 사안이 다시 끌려나와 부관참시된다. 국회의 법안통과와 대통령거부권이 일상화되면서 ‘과연 국정이 운영되고 있는가, 아니 국정이라는 게 있기는 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들끓고 있다. 코로나 종식선언이 언젠데 아직도 고물가-고금리에 시달리고, 서민 식당 한 끼 밥값은 35%가량 치솟아 생활고에 시달리다보니 무한반복적 정쟁에 우울증이나 신경쇠약에 안걸리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국회에서는 검사탄핵을 넘어 판사탄핵과 대통령탄핵까지 거론된다. ‘17년 박근혜대통령 탄핵이라는 혁명적 역사를 경험한 시민들은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됐기에 불과 몇 년 만에 다시 이 지경이 된 것인지 참담할 수 밖에 없다. 
 
잠시 ’22년 3월로 가보자. 20대 대통령선선거 결과 윤석열후보는 이재명후보에 0.7%p 차로 앞서 가까스로 당선됐다. 물론 과반이 못됐다. 0.7이라는 소숫점 한 자리 차이는 상상하기 힘든 숫자였다. 이 정도 간발의 차이면 양쪽 모두 겸손에 또 겸손하라는 명령으로 알아듣고, 서로 ’낮은 자세‘ 경쟁을 벌이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대선 후 30개월이 지나도록 대선연장전은 지속중이다. 국정은 실종됐고, 급기야 지난 추석 전후 국정지지율은 20%까지 떨어졌다(갤럽조사). 20%는 윤 대통령의 대선득표율 48%를 감안하면 심각한 지지 이탈이다. 물론 민주당지지율도 대선과는 차이가 상당하다(여론조사수치와 대선득표율을 동일기준-동률비교하자는 건 아니다).
 
국정난맥을 넘어 국정부재 상태에 처한 원인은 바로 그 대선연장전이다. 연장전 이유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용산은 이 대표를 잠재적 범죄피의자라며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야당은 탄핵불가피론으로 맞서기 때문이다. 실질적 전쟁상태다. 법조인인 윤 대통령이 더 잘 알겠지만 무죄추정원칙은 엄연한 법 정신이다. 유죄 최종확정이 아닌 한 국정파트너다. 국민도 그 재판에 대해 다 생각과 판단이 있을 것이다. 재판은 사법부에 맡기면 된다. 민주당이나 이 대표는 판사탄핵 운운해서는 안된다. 만일 행여라도 눈치보기재판이나 지지부진재판으로 흐른다면 사법불신이 심각해질 것이다. 
 
김건희여사 관련 의혹과 잡음이 3년째 끊이지 않으나 분명한 조치나 해명이 부족해 국민은 임계점 상태다. 지난 총선에서 정권심판민심이 명확히 확인됐음에도 협치는 커녕 협치의 자세조차 내팽개쳐졌다. 대통령의 인식전환과 자세변화가 필수적이다. 의료개혁 추진은 국민 지지가 월등했으나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고 의료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 사안은 여야를 나눌 일이 아니다. 용산과 여야는 이 문제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존재증명이다. 
 
모든 이가 입이 닳도록 해온 말을 되풀이하는 게 영 마땅치 않지만, 답은 간단하다. 여야는 대타협을 통해 대선연장전을 즉시 중단하고, 일단 국가 기본시스템은 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광장은 다시 성난 민심으로 가득 찰 수 있다. 9/26일 NBS 조사를 보면, ’지지 정당 없다‘는 응답이 27%다. 총선 이후 최고치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양당 모두 신뢰의 위기에 처해있다. 주권자는 늘 참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강윤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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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