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중소 협력업체 거래처 가로챈 SKC 2억 배상하라"
입력 : 2013-03-15 12:00:47 수정 : 2013-03-15 12:03:01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면 계약서를 작성해 중소기업 협력업체의 거래처를 가로챈 SK(003600)그룹의 계열사인 SKC(011790)가 손해를 배상하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권택수)는 조모씨(50)가 SK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정식 판매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적은 없지만 사실상 원고가 대리점 역할을 해왔다"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거래처를 탈취하는 것은 상도의상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 SKC는 '원고가 공급처에 대한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원고와 공급처인 ICI는 공급 약정서를 체결한 점이 인정된다"며 "오히려 피고가 ICI와 거래를 시작하면서 원고의 명의로 ICI에 공급자 변경 사실을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는 원고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한 계약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피고로서는 그 전에 원고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원고를 사문서위조죄로 고소하는 것이 상당하나 오히려 독점판매권 범위를 줄인 계약서를 제시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1991년부터 프린트 용지 등으로 사용되는 '감열지'를 SKC에서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하다가 2001년 영국의 'ICI'사를 거래처로 확보했다. 이듬해 ICI는 조씨에게 종전보다 감열지 물량 공급을 6배 가량 늘려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SKC는 직접 ICI에게 공급자 변경을 통보하고 거래를 시작했다. 대신 SKC는 ICI에 판매한 감열지 수익금의 1.7%를 조씨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이면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SKC는 영어를 잘 모르는 김씨를 상대로 영문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후 조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SKC는 직원의 실수로 작성된 잘못된 계약서라며 말을 바꾸고 조씨와의 협의를 중단했다. 법률사무소를 통해 이면계약서의 효력이 SKC에 유리하다는 의견을 듣고 난 뒤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조씨는 SKC를 상대로 3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면계약서 작성 과정에 피고 SKC의 의사가 반영된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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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