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연예계 금수저 논란, 왜 이토록 첨예해진 걸까
핵심은 연예인 2세가 아닌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
입력 : 2015-10-26 06:00:00 수정 : 2015-10-26 06:00:00
이른바 관찰카메라라고 불리는 리얼리티쇼가 우리네 예능의 한 트렌드를 차지하면서 연예인 가족들의 방송 출연이 잦아졌다. 이건 해외의 리얼리티쇼와는 차별되는 우리 식의 수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의 리얼리티쇼는 일반인들이 주로 출연해 적나라한 사생활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는 일반인과 연예인 사이의 연예인 가족 리얼리티쇼로 이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가족’이라는 우리네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하고 있는 아이템이 한 몫을 차지한다. 그래서 MBC '아빠 어디가'를 촉발점으로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육아예능들이 나왔고 그것은 SBS '아빠를 부탁해' 같은 본격 가족예능으로 차츰 확장되었다. 처음에는 신선했다. 연예인 가족은 어찌 보면 연예인보다 더 궁금해지는 부분이기도 하고,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일상의 모습은 보통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아예능이 일반적인 육아와 괴리를 갖게 되고 그것이 나아가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거나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경도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은 냉랭해졌다. '아빠를 부탁해'는 절대로 2세 대물림이 아니라고 했던 애초의 이야기와는 달리 남보다 쉽게 드라마에 캐스팅되고, 그 가족들이 광고에 자주 등장하면서 역시 보기 불편한 방송이 되어갔다. 최근 연예인 가족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금수저 논란'은 방송이 저들의 전유물처럼 대물림 되는 경향을 목도한 대중들이 거기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현상이다.
 
과거 연예인 2세들은 거꾸로 부모의 후광 때문에 오히려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예 그걸 드러내지 않고 예명으로 활동하다가 어느 정도 스스로 입지를 마련한 후에야 비로소 그걸 드러내는 경향이 있었다. 즉 연예인 2세라는 위치가 금수저가 아니라 족쇄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벌어지고 있는 금수저 논란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한 마디로 말하면 지금은 그런 고충은 한 마디로 배부른 이야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의 청춘들은 실력이 있어도 연줄이 없으면 실력을 보여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이른바 금수저를 물고 나온 이가 사회에서도 쉽게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사회 진출조차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는 것.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고 성장의 사다리는 끊긴 지 오래다.
 
아마도 연예인 가족의 금수저 논란 이면에 놓여 있는 건 이처럼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편과 혐오일 것이다. 대중들은 이미 무수한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에게서 ‘결국은 대물림’되는 권력이나 경제력을 봐왔다. 그토록 많은 비판과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은 변하지 않는 이 공고한 시스템 앞에 절망을 느껴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대중들이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연예인 가족의 ‘대물림’에 대해 이토록 강한 논란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핵심은 연예인 2세가 아니다. 그들을 통해 발견되는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이 진짜 중요한 문제다. 돈이 있든 없든, 가족이 누구든, 어떤 학력을 갖고 있든 모두가 똑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회. 지금 대중들이 연예계 금수저 논란에서 폭발시키고 있는 건 바로 그런 사회에 대한 강력한 요구다.
 
정덕현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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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상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