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전망)뒷걸음질 친 해외수주…돌파구는 있다
투자개발형 사업·고급건축 등 새 전략 필요
입력 : 2016-01-03 11:00:00 수정 : 2016-01-03 11:45:55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작년 해외건설 수주금액이 461억달러에 그치면서 4년 연속 600억달러는커녕 2010년부터 이어지던 500억달러 수주도 달성하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저유가로 인한 중동 지역 산유국들의 재정수지가 악화되면서 발주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유가하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동 지역에서 벗어나 지역을 다변화하거나 최근 몇 년간 업계 부담이 돼 온 플랜트 사업 외의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4년 전체 수주액(660억달러)의 47%를 차지했던 중동 수주액(313억달러)이 작년에는 165억달러에 그치며 전년의 절반 수준(52%)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저유가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 메체들의 보도를 보면 시티그룹은 원유생산량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석유가격이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하락이 가속화되면 중동 산유국들은 물론,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 신흥 산유국들의 발주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올해 해외건설시장은 기회요인보다 위험요인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저유가 고착화에 따른 중동 산유국의 발주 급감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저유가로 올 들어 총 49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들을 중단한 이라크의 경우 발주방식을 아예 투자방식으로 전환했다. 국가 신용등급이 낮은데다 정치적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국내 건설업계의 관심이 높은 사마와 화력발전소(750㎿ 규모), 알파오 컨테이너 항만공사 등이 모두 투자발주 방식으로 변경됐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해외건설시장에서 발주방식이 직접발주에서 금융을 연계하는 투자개발형이나 디벨로퍼형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건설사들이 맞춤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림그룹은 그룹 내 발전·에너지 디벨로퍼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대림에너지를 통해 이슬람개발은행(IDB)이 설립한 IDB Infrastructure Fund Ⅱ와 두바이에 '대림 EMA'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대림은 합작법인을 통해 중동, 아프리카, CIS, 서남아시아 국가로 민자발전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리조트, 호텔, 오피스, 주상복합 등 고급건축물이나 초고층빌딩, 스타디움 등 특수건축물 등의 분야로 진출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중동 플랜트발 저가 프로젝트의 후폭풍을 건설사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플랜트 사업은 외형 성장에는 기여했다는 평이지만, 2013년부터 이어진 대형건설사 '어닝쇼크 랠리'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플랜트 비중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전체 해외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안팎이다. 결국 건설사들의 승부처는 토목과 건축 이 두 부문"이라며 "SOC투자가 활발한 지역도 있지만, 토목사업의 경우 큰 기술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보니 입찰경쟁이 높다. 반면에 고급건축물이나 특수건축물에는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탄탄한 업체가 많은 편이 아니라 틈새시장으로 꼽히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2020년 두바이 엑스포를 앞둔 UAE나 2022년 월드컵이 예정된 카타르 등이 고급건축이나 특수건축 관련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이밖에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등에서도 관광 인프라 확보를 위해 리조트나 고급호텔 등과 관련된 발주가 지속되고 있다.
 
중동 지역 발주감소에 따른 사업다각화와 저가 프로젝트로 곤욕을 치렀던 플랜트 대신 투자개발형 사업이나 고급건축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국내건설사가 시공한 대표적인 고급건축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사진/쌍용건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성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