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은퇴…'반전 스토리' 써냈던 수문장
새 팀 구하기 어렵자 평소 소신대로 은퇴
철저한 자기 관리 뒷받침된 살아 있는 '레전드'
입력 : 2016-07-20 12:57:05 수정 : 2016-07-20 12:57:05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김병지(46)가 은퇴 선언을 했다. 힘닿는 데까지 운동장에 남고 싶었던 그는 새 팀을 구하지 못하지 못하자 평소 소신대로 후회 없이 제2의 인생을 택했다.
 
김병지는 19일 자신의 SNS에 "그동안 고마웠다. 많은 이들의 머리와 가슴에 고스란히 내가 기억돼 있으니 선수로서의 삶은 괜찮았다"면서 "행복한 선수였다. 선수로 보낸 35여년을 이제 추억으로 저장하고 은퇴한다"고 적었다.
 
김병지는 지난 시즌 전남 드래곤즈와 계약이 만료됐지만 여전히 현역 선수로 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전남과 재계약에 실패했으며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새 팀을 찾아 나섰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은퇴설이 흘러나왔으나 개인 운동으로 꾸준히 몸 상태를 유지하는 등 7월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을 구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팀을 구하지 못하자 은퇴로 방향을 틀었다.
 
김병지는 1992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포항 스틸러스, FC서울, 경남FC(플레잉코치), 전남 드래곤즈를 거치며 지난 시즌까지 24시즌 간 프로 무대를 누볐다. K리그 통산 최다 출전 기록(706경기)고 그의 몫이며 골키퍼로 3골(헤딩 1골·승부차기 2골)을 득점한 진기록도 갖고 있다. 프로축구 최다 무실점 경기(228경기)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시즌 전 경기 풀타임으로 출전하며 철저한 자기관리의 대명사로도 불렸다. 1995년부터는 꾸준히 대표팀 골키퍼로 활약해 A매치 통산 61경기(72실점)에 출전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과 2002 한일 월드컵 대표로 골문을 지키기도 했다.
 
특히 프로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김병지가 걸어온 인생 스토리는 축구계에서 다시 보기 힘든 이력으로 꼽힌다.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한국 최고의 수문장으로 우뚝 섰다.
 
밀양초, 밀양고, 마산공고, 알로이시오전자기계고를 거친 김병지는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LG 산전에 들어가 용접공으로 생활했다. 그러다가 1990년 상무에 입단한 이후 1992년 울산을 이끌던 차범근 감독의 추가 지명에 호명돼 가까스로 프로 무대를 밟았다. 첫 시즌 적응기를 마친 김병지는 두 번째 시즌부터 주전 골키퍼로 자리 잡으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축구계에 알렸다.
 
100m를 11초대에 달리는 순발력과 찰랑거리는 그의 꽁지 머리는 이러한 반전 스토리와 더불어 그를 상징하는 하나의 표식이 됐다. 선수 생활 내내 술을 입에 대지 않고 탄산음료를 멀리했으며 20년 넘게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한 사례는 그가 얼마나 축구를 사랑하며 자기 관리에 철저한지 보여주는 예다. 그러면서도 짬이 나면 독서를 꾸준히 해 축구계 어린 후배들한테도 본보기가 되는 선수로 꼽힌다. 지금도 젊은 선수들은 그를 '병지 삼촌'이라 부르며 꾸준한 태도를 배우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김병지는 "이제 선수로는 은퇴했지만 유소년 골키퍼 육성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김병지의 은퇴식은 오는 9월18일 열리는 K리그 클래식 2016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에서 개최된다. 두 팀 모두 김병지가 몸 담았던 팀이다. 김병지는 두 팀의 1998년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 막판 세트피스에서 헤딩으로 K리그 역사상 최초의 골키퍼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김병지.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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