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다시 일어서는 '보정동 카페거리'
소상공인 공동체 롤모델…임대료 상승 우려도
입력 : 2016-08-28 16:33:32 수정 : 2016-08-28 16:36:44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일반도로에서 약 400m 차를 타고 들어가니 유럽풍의 거리가 펼쳐졌다. 상점 앞에 잘 가꿔진 화분들, 상점 위치를 알리는 아기자기한 알림판. 보정동 카페거리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임시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26일 보정동 카페문화의 거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카페거리가 조성된 시기는 2008년경이다. 근처에 주택지구가 형성되면서 수요를 쫓아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당시 몇몇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카페거리'로 불렸다. 현재 약 2만2000㎡ 면적에 8개 골목이 조성됐으며, 126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점포 가운데 카페 비중이 가장 높지만 태국음식점, 이탈리안 레스토랑, 초밥집, 미용실 등 업종도 다양하다. 100곳이 넘는 점포 가운데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름 모를 카페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 대부분의 거리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보정동 카페거리의 전성기는 2012년 들어 시작됐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드라마 촬영 이후 유입되는 고객수가 엄청나게 늘었다"며 "그러면서 카페거리가 빠르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유입되는 인구에 비례해 매출도 상승세를 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이후 카페거리의 인기는 점차 시들해졌다. 대다수 상인들은 당시 점주들의 안일한 태도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5년째 맥주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특별한 노력 없이 매출이 오르다보니 점주들이 안일해졌다"며 "이 같은 태도가 거리를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게 했다"고 말했다.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카페거리가 최근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10월 용인시 지원으로 환경개선 사업에 나서면서다. 총 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도로와 보행로 재포장 공사를 비롯해 가로수 식재, 경관 조명, 공연무대 설치 등이 진행됐다. 또 양방향 통행으로 빚어진 교통혼잡을 개선하기 위해 전면적인 일방통행 체계도 도입했다. 그러면서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고, 보정도 카페거리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카페거리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데는 무엇보다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컸다. 환경개선 사업 이후 점주들은 자신의 상점 앞 청소를 철저히 책임지고 있다. 실제로 이 거리에서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카페문화의거리 상가번영회 임원들을 중심으로 재능기부도 활발하다. 미술, 인테리어, 전기, 법 등 점주들의 전공 분야도 가지각색이다. 우경수 상가번영회장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른 점포에 기부하면서 상생하고 있다"며 "이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청이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하는 '소상공인 안테나숍'의 첫 사례로 꼽혔다. 중기청은 보정동 카페거리를 모델로 2018년말 경에는 자카르타 외곽지역에 '소상공인 K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카페거리가 활력을 찾아가고 있지만 상인들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상인들 노력의 대가가 임대료 상승이라는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들은 가로수길, 홍대 고유의 분위기를 만들었던 역사와 전통의 상점들이 임대료가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목격해왔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oin) 현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환경의 변화로 중·상류층이 도심의 낙후된 지역으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임대료 등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30년간 자영업에 종사해온 한 점주는 "상인들이 애써서 상권을 형성해놓으면 임대료가 올라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경험했다"며 "거리가 활성화돼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크다"고 털어놨다. 우경수 회장은 "상인들의 이익보다 부동산 가치가 더 올라가기 때문에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며 "과도한 임대료 상승 문제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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