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인증마크를 아시나요?
입력 : 2017-02-06 11:45:24 수정 : 2017-02-06 11:45:24
‘계란순이’는 요즘 괴롭다. 원래 아침으로는 에그 베네딕트, 점심으로는 계란찜, 저녁으로는 계란말이, 하루의 마무리인 야식은 간장계란밥이 적격이다. 참기름을 둘러 살짝 익힌 반숙 노른자에 소금을 살살 뿌린 고소한 달걀후라이의 향내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달걀, 냉장고에서 떨어진 지 오래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계란 코너는 피해서 동선을 짜야 효율적이다.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카트가 지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줄의 앞 쪽에서는 한 시간째 줄서있는데 아직도 안 들어왔어.” 하는 할머님들의 투덜거림을 들을 수 있다. “ 카트를 밀고 있는 아빠에게 ‘나도 계란...’ 하는 눈빛을 보내면 코웃음만 흥 하신다. “내가 한 판에 만원 주고는 안 사먹지. 그리고 느이 엄마가 난리난다. 요즘 AI 난린데 계란을 먹고 싶냐고.” 
 
AI(조류인플루엔자)는 매년 사람들에게 굉장한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다. 계란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불편함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나서야 그 원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닭 사육장이 비인도적이고 불결하다’, ‘도축 방식이 잔인하다’ 등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문제들이다.
 
사진/바람아시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이미 제시돼 왔다. 더럽고 비좁았던 기존의 사육 상태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독려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도 제시되어 있다. ‘동물복지 인증마크’가 그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정의에 따르면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은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돼지.닭.오리농장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한다.
 
‘유기농 축산물’이나 ‘무항생제 축산물’ 등은 제법 잘 알려진 인증제도다. 그러나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상대적으로 공급되는 양이 적고,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게 낮은 인지도의 가장 큰 원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으로 총 113개소(산란계 89, 육계 10, 돼지 12, 젖소 2)의 인증농장이 있다.  
 
2012년 산란계(계란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닭)를 시작으로 돼지, 육계, 한?육우, 젖소, 염소 순으로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유기농 인증과는 다르게 가축 사육은 물론 도축과 이동 과정, 심지어 복지와 건강까지 모든 과정에서의 동물복지 기준을 충족해야 인증이 가능하다. 인증 기준 역시 ‘인간에 해로운가’가 아닌, 유럽연합(EU)에서 선정한 ‘동물(가축)의 5가지 자유’를 기반으로 한다.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통증·상해·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
 
사진/바람아시아
 
동물복지 인증마크 제도는 가축이 최소한의 인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효과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는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가치를 촉진하고, 환경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며, 가축이 질병에 걸릴 위험도를 낮춘다. 
 
실제로 동물복지 인증제를 실천하고 있는 한 농가는 닭을 방사해 키우기도 한다. ‘공장식’으로 알려진 일반 축산농가와는 확실히 다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닭은, 일조량과 먹이에 따라 크기와 색이 제각각이고 면역력 또한 강한 자연 그대로의 달걀을 낳는다.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생산된 닭과 달걀은 더 비싼 값에 팔린다. 
 
사진/바람아시아
 
그러나 동물복지 인증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점이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선 인증을 받고자 하는 농장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동물복지 인증농장의 농장주는 “초기자본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동물복지 인증농장을) 시작하기가 힘들다.” 고 말하며 “게다가 기존에 마크가 생기기 전부터 농장을 운영하던 사람들은 있는 시설을 철거하고 기준에 맞게 다시 증축해야 한다. 그게 사실상 불가능이나 다름없다.” 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을 평생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귀농한 농장주로 소개했다. “나는 초기 자본이 많고, 어쩌면 소일거리로 시작한 일이라서 유지가 쉽다. 그런데 생계로 농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렵게 인증을 받아도, 큰 혜택이 없다’는 입장이다.” 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증을 위해서는 80여 가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준은 산란계의 경우 폐쇄형 케이지 사육금지, 바닥면적 1㎡ 성계 9마리 이하의 밀도, 횃대 설치 등이 있다. 일반 축산법에 따르면 닭 1마리의 사육 부지는 A4용지보다 작은 0.05㎡의 사육 면적이 최소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작은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 등에서 길러지는 경우가 많다. 알을 더 많이 낳도록 불을 24시간 켜두는 곳도 있다. 이해 비하면 동물 복지 인증제는 상당히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소비량이 적다는 것이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약 13%정도 가격이 더 비싸다. 인지도의 경우 유기축산 인증제도는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이 인지하고 있지만, 동물복지 인증제도는 20%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에게 제도를 널리 알릴 필요성이 대두되는 부분이다. (출처 : 서울 YWCA 친환경 동물복지 서포터즈) 
 
사진/바람아시아
 
공장식 축산의 위험성을 항생제로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70만 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한다. 박테리아가 약물에 내성을 지니면 치료 수단이 없어지고, 박테리아 자체도 진화하기 때문이다. 가축의 경우 항생제 남용에 대한 규제도 없어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질병예방과 발육속도 향상을 위한 항생제를 먹고 자란 육류가 인간의 식탁에 그대로 올라온다.
 
AI.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은 비단 인간의 불편함만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목숨이 아닌, 물건 취급을 받은 수많은 가축들이 살처분 되고 있다. 예방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해 막대한 국가예산이 낭비되는 것은 덤이다. 이 모든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인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사육장을 조금 더 청결하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동물복지 인증제도는 꽤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앞에 언급된 몇 가지 문제점들이 정부의 지원으로 해결된다면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저녁 밥상에 쓸 돼지고기를 집고 있는 당신. 동물복지 인증마크를 아시나요?
 
 
 
라진주 바람저널리스트  baram.news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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