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BJ, 채은뀨를 인터뷰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 / 가능 사회
입력 : 2017-02-13 11:59:48 수정 : 2017-02-13 11:59:48
딜러, 탱커, 힐러. 어디서 많이 들어본 용어 아닌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바로 각각의 포지션이 떠오를 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막연히 피시방을 떠올릴 테다. 요즘은 직접 게임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게임 플레이를 관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투브, 아프리카 티비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게임 방송’이라고 불리는 콘텐츠들을 보며 게임 플레이를 간접적으로 즐기는 것이다.
 
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포맷은 역시 요즘 최고 인기라는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 오버워치. 오버워치 플레이는 게임 BJ들에게도 최고 인기 포맷이다. 오버워치 BJ를 통해 게임 내 세상에 관한 생각을 듣기로 했다. BJ의 속 이야기, 팬과의 소통, 게임 속 문제점에 대해서. 오버워치 게임 BJ, ‘채은뀨’다.
 
유튜브 스크린 샷. 사진/지속가능바람
 
PART 1. 나는 게임 비제이다.
 
-안녕하세요 ‘채은뀨’ BJ님. BJ라는 직업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BJ는 아프리카 TV에서 유행된 약어인데, 'broadcasting jockey' 라고 해요. 해외에서는 스트리머라고 부르는데, 개인방송을 내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그럼 그 중에서도 게임 BJ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일단 게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연령층이 젊은 분들 위주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것 같아요. 특히 학생 분들이 대다수 보신다는 점이 특징이죠. 또 게임 특성상 유행을 많이 타게 돼요. BJ의 개인역량도 중요하지만 그 BJ가 플레이 하는 게임의 유명세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루에 얼마만큼을 게임과 BJ일에 할애하시나요?
 
하루에 게임 플레이시간과 영상편집, 업로드시간을 합치면 10시간에서 15시간정도 되는 것 같아요.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아예 못하는 날도 생기고요. 하지만 웬만해서는 10시간 이상은 확보하려고 노력중이에요.
 
-영상물 편집을 직접 하시나요?
 
편집은 직접 하고 있습니다. 저는 게임플레이를 거의 편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업로드 하는 편이거든요. 전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으로 같은 방송을 추구하고 있어서 그냥 누구든 보기 편하게, 마치 자신이 플레이하듯 부담 없이 봐주셨으면 해서요. 최대한 본 영상에 손 안 대고 업로드 하는 편이에요.
 
-홍보는 어떻게 하세요?
 
홍보는 따로 안 하고 있어요. 애초에 제가 유투브를 시작한 것도 이걸 본업으로 하겠다는 심정으로 한 것이 아닌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서였거든요. 게임을 하며 만나는 수많은 인연을 그냥 지나쳐버리기에는 아쉬워서 하나하나 올리다보니 봐주시는 분들이 늘어나서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요. 앞으로도 홍보는 없이 편하게 찾아와주시는 분들 위주로 진행 하려고 해요.
 
-그러면 BJ가 보는 직업으로서의 인터넷 1인 미디어 전망은 어떤지? 경제적 수입이라든가 이런 면에서요.
 
개인적인 측면에서 인터넷 1인 미디어 전망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우선 집에서 손쉽게 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동시에 돈도 벌 수 있어요. BJ 자체도 전망은 좋지만 요즘은 너무 좋은 점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자신이 하는 게임이 유행이 지나버리면 흔들려요. 수입이 당장 줄어들 수도 있는 거라 불안정한 직업으로 볼 수 있죠. 또 게임 이라는 게 나이도 중요하잖아요. 어리고 머리회전 빠른 친구들이 치고 올라오면 금세 밀려나니까요. 물론 BJ가 하기 나름이겠지만요. 그리고 BJ의 좋은 점만 너무 보여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성공해서 많은 수입을 벌고 있는 BJ의 수는 전체 인원에 비하면 극소수니까요. 굳이 비유하자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극소수의 연예인과 같아요. 많은 연습생들이 빛나기도 전에 지는 것처럼요.
 
-유투브 외에 다른 채널을 이용해 보신 적이 있나요? 각각의 장단점은?
 
아프리카 티비를 이용해봤는데 아프리카의 경우 실시간 시청자와 소통이 가능하고 실시간 방송에 최적화 되어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운영미숙으로 많은 방송인들과 시청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더군요. 유투브의 경우 좋은 화질의 영상을 올릴 수 있고 광고비도 잘 나오는 편이라 좋아요. 특히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이 도입된 이후에는 BJ들에게 최고의 플랫폼이 되고 있는 거 같아요. 예전엔 아프리카로 방송하고 녹화한 걸 유투브에 올리는 식이었지만 이젠 굳이 그럴 필요 없이 유투브로 방송하고 유투브에 업로드하면 되거든요. 개인적인 사견입니다.
 
-유투브 라이브 기능도 이용해 보셨나요?
 
조금요. 아직 안 익숙해서 힘들더군요.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구요. 사용해보니 익숙해지기 만하면 정말 유용하겠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거나, 친분을 맺자고 하는 경우도 있나요?
 
네. 게임BJ다 보니 아무래도 같이 게임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죠. 친구추가를 하고 싶다는 분들도 많이 계시구요. 초창기에는 한 분 한 분 소통하려고 노력했지만 수가 늘어날수록 제 역량으론 힘든 것 같아요. 여전히 최대한 안 놓치고 소통하려고 노력중이지만요.
 
스크린샷. 사진/지속가능바람
PART 2. 나는 여성 게임 BJ다.
 
-게임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실 것 같아요.
 
그럼요. 수많은 시간을 게임으로 보내다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죠. 이젠 게임 시작 할 때 한 두 마디만 해봐도 어떤 사람일지 감이 오더라고요.
 
-그럼 게임을 하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취급을 당하거나, 욕을 먹은 적이 있나요?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다양하게 겪어봤죠.
“여자는 집에서 걸레질이나 해라”, “밥이나 해라“, 혹은 게임 내에서의 특정 포지션(역할)을 강요한다던지. 제가 하는 게임에서는 힐러라는 포지션이 인기가 없는 편인데 그 역할군을 강요한다던지. 단순히 아는 사람들과 같이 게임한다는 이유로 여왕벌로 매도하거나 성희롱을 당한적도 있고요. 성희롱발언은 듣는 저도 기분이 나쁘지만 같이 게임하는 남성분들도 당황하시더라고요. 정말 민망한 단어들이 나오니까요.
 
-그럴 땐 어떻게 하시나요? 보통은 성별을 안 들키려고 마이크 끄고 하고 그러잖아요.
 
게임초창기에는 마이크를 사용했는데 점점 안 쓰게 되어 이젠 마이크 없이 게임을 하고 있어요. 즐겁자고 하는 게임인데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니까요. 또 사고방식을 좀 바꿔봤어요. ‘어차피 날 욕하는 저 사람은 내가 여자가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트집 잡아 욕했을 사람이다. 신경 쓰지 말자’ 이런 식으로요. 게임 시간이 늘어나면서 느낀 건 상대 해 주고 반응 할수록 오히려 더 심해진다는 거예요. 바로 게임 내 기능인 ‘차단’을 하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대응을 누가,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제 경험상으론 본인이 하지 말라고 단호히 얘기하고, 그래도 안 되면 차단하고 무시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반응해 주는 걸 더 즐기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또 단호한 모습을 보이면 팀원 분들도 그만하라는 식으로 도와주는 경우도 많고요. 애매모호한 태도만 아니면 좋을 듯해요.
 
-그럼 게임하는 여자 BJ로서의 삶에 대해서 질문할게요. 상처받는 댓글이나 개인적인 공격을 받는 경우가 있나요?
 
수많은 악플과 공격을 경험하죠. 게임 플레이에 대한 악플도 있고, 타 BJ와 비교하여 까내리는 경우도 있어요. 특히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사실인 양 퍼뜨리기도 해요. 제일 힘들었던 건 저와 같이 게임하는 사람까지 조사하고 그 사람에게 귓속말(게임 내에서 개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저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경우였어요. 제가 뒤늦게 그런 말들을 들었을 땐 정말 속상했었어요. 저에게 다는 악플은 저 혼자 감수하면 되지만 주변인들에게까지 피해주고 모함하니까요. 요즘은 단련이 되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고 노력중이에요.
 
-그럼에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대처는 어떻게 하시나요?
 
저를 믿고 따라주는 팬 분들이 계시니까요. 악플에 힘들 때도 힘내라는 댓글, 잘 봤다는 댓글 하나에 위안도 되고 힘도 나거든요. 대처는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저 자신이 마음을 다잡고 잘 넘기는 수밖에요. 댓글을 읽어보기 전에 미리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은 뒤에 보는 편이에요. 익숙해지면 또 괜찮더라고요. 비판을 수용해야 성장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팬이 있다는 게 참 좋을 것 같아요. BJ에게 팬이란 어떤 개념인가요?
 
팬은 그야말로 BJ에게 삶의 원동력이죠. 팬 분이 있기에 더 열심히 방송을 할 수 있는 거구요. 악플도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BJ가 개인방송을 위주로 하다 보니 사람들과 만날 일도 적은데 팬 분들과의 소통이 많은 도움이 되죠. 항상 팬 분들께 감사하죠.
 
-게임하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수의 불량한 사람들에게 너무 상처받지 말고 당당하고 즐겁게 게임하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데 소수의 인원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기분 나쁠 이유는 없으니까요.
 
-게임 유저 전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판이 끝나면 안 볼 사이라고 해서 욕하거나 비하하지 말구요. 지더라도 으쌰으쌰 해서 통쾌한 역전승도 만들어 봐요. 떠올려보세요.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기억이 남는 순간은 언제였는지. 처음부터 승기를 잡고 이겼던 판? 아닐 거예요. 질 거라고 다 포기한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팀원들과 힘을 합쳐서 역전승을 이뤄낸 판이겠죠? 언제나 게임에 접속하면 즐거운 시간만 보내는. 그런 게임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즐겁자고 하는 게임인데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도록 말이에요. 말 한마디로 사람을 기분 좋게 할 수도 슬프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왕이면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얼마 전 열린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무패’로 우승했다. ‘한국은 FPS 에 약하다’는 속설을 깔끔하게 지워버리고 최고의 게임 플레이어가 많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게임 강국이 되어가는 만큼 게임 내 에티켓도 모범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채은뀨’의 말처럼, 게임은 모두가 함께 즐기기 위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스크린샷. 사진/지속가능바람
 
 
라진주 바람저널리스트 baram.news T F
 
**이 기사는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 바람>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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