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눈살 찌푸려지는 BBQ의 행보
입력 : 2017-06-23 06:00:00 수정 : 2017-06-23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치킨값 인상의 불씨를 당겨 비난의 대상이 된 BBQ의 이성락 사장이 취임 3주만에 사임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BBQ는 이 전 사장 개인 신변상의 문제라고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 전 사장은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아이타스 대표, 신한생명 대표를 거쳐 이달 1일 제너시스 주력 계열사인 제너시스BBQ 사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화려한 이력만 봐도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여겨졌다. 그가 3주만에 짐을 싸게 된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는 이유다.
 
이광표 산업2부 기자.
업계 안팎의 해석이 분분하지만 BBQ를 둘러싼 가격 인상 논란 때문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BBQ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점과 이후 인상 철회 등 논란의 중심에 서자 이 전 사장이 사실상 총대를 멘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특히 그는 윤홍근 제너니스BBQ 회장이 직접 스카우트한 인물이다. 윤 회장도 이 사장 취임 당시 "국내 사업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은 전문경영인 이성락 사장에게 일임하고 글로벌 사업에 치중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이 전 사장의 영입을 주도한 윤 회장이 악화된 여론에 이 전 사장의 사임까지 종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오너 입김이 쎈 치킨 프랜차이즈의 구조적 한계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해준다.
 
실제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BBQ의 조직 문화를 두고 군대와 종종 비교해왔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조직문화 속에 이 사장의 사의 역시 윤 회장의 결정이 먼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인상 논란의 책임을 전문경영인 혼자 책임지는 모양새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구조상 '가격인상'은 오너의 결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윤홍근 회장이 그동안 각기 다른 명분을 앞세워 가격인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BBQ는 지난 2009년 닭고기값 상승을 이유로 내세워 업체 중 가장 먼저 가격을 올렸다. 이보다 앞선 2005년에는 치킨의 튀김기름을 대두경화유에서 올리브유로 바꾸면서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
 
현재 BBQ는 30개 제품 전체의 가격을 원상 복귀시켰다. 소비자 반발에도 꿋꿋하게 가격 인상을 밀어부치더니 공정위가 개입하자마자 꼬리를 내린 것도, 결국 치킨값 인상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BBQ의 가격인상 강행과 원상복귀, 전문경영인의 퇴장까지 비상식적인 일련의 행보들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여준 윤홍근 회장 역시 책임 있는 오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BBQ가 소비자들의 지지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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