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상인 In 전통시장)③“청년창업, 소통·전문성 갖춰야 살아 남는다”
출퇴근길 인사 속에 텃세 사라져…먼저 가서 말 걸어야…자신있는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것은 기본
입력 : 2017-10-20 07:57:41 수정 : 2017-10-20 09:49:06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2015~2016년 지원한 전통시장 청년상인 396명 중 267명만 현재 영업 중으로 67.4%이 살아남았다. 지원기간이 끝나 월세 지원이 끊기자 그나마 버티던 청년상인 가운데 1/3은 영업을 포기하고 떠난 셈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청년상인 1기로 시작한 정릉시장 4명, 증산종합시장 3명, 구로시장 16명 가운데 정릉시장과 증산종합시장은 7명 모두 지금까지 영업 중이다. 단, 구로시장은 16명 중 4명이 포기해 2명은 다른 청년상인으로 충원하고 2명은 새로 찾고 있다.
 
아직 미래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단순히 컨설팅과 교육만 믿고 월세와 보증금 지원에 매료돼 전통시장 청년상인에 뛰어 들었다가 쓴 잔을 마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년상인들이 ‘소통’과 ‘전문성’을 갖춰야 성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전통시장에서 장사하려면 ‘시장사람’ 돼야
 
시쳇말 중에 ‘전통시장 상인들은 텃세가 세다’라는 말이 있다. 서울시 전통시장 1기 중에서 가장 성공사례로 꼽히는 정릉시장 청년상인들도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일부 어른상인(기존 상인)의 경우 품목이 겹친다고 시비를 거는 등 어른상인들의 거센 화법 속에서 청년상인들도 처음엔 당황했다.
 
하지만 청년상인들이 오히려 전략을 바꾸자 해법은 생각보다 쉽게 다가왔다. 청년상인들이 먼저 찾아가 인사를 하고 출퇴근길에 작은 품목 하나라도 사면서 말을 걸면서 어울리기 시작하자 거센 화법 속에 숨어있던 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 정릉시장에선 어른상인들이 먼저 청년상인들에게 다가와 안부를 묻고 자신들의 단골손님까지 끌고 와 매상을 올려준다. 청년상인 가게가 외진 곳에 있으면 묻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알려주거나 아예 다른 가게에 양해를 구해 안내도를 설치해주는 일은 덤이다. 대신 청년상인들은 어른상인들에게 SNS 사용법을 알려주며 어른상인들이 취약한 온라인 마케팅을 돕는다.
 
서울의 A 전통시장의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만 하다. 농수산물을 전문으로 하는 A 전통시장은 청년상인으로 활성화를 꾀했지만, 들어온 청년상인들은 떡볶이, 치킨, 술집, 쇼핑몰 등에 집중했다. 비교적 청년상인들에게 창업 접근성이 쉬운 품목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전통시장 특성을 활용하지도, 그렇다고 새로 유동인구를 창출할 정도로 특화되지도 못한 셈이다.
 
더욱이 아직 경영에 서투른 청년상인들은 밤 장사를 한다며 A 전통시장이 한창 영업 중인 오후 2~3시가 돼도 아직 문도 안 연 곳이 많았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청년상인들과 어른상인들은 서로 어울리지 못했고, 몇 달이 지나도 문 닫힌 모습만 본 어른상인들은 누가 와서 물어봐도 청년상인 가게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못 알려 주는 일이 빚어졌다.
 
한 분야 창업하려면 그 분야 사전 알바는 기본
 
청년상인들은 대부분 장사 자체가 처음이다. 창업 구상도 머리 속에서만 이뤄지다보니 시장에서 검증받지 못해 어설픈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창업은 놀이나 재미로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일과 사업성 높은 일을 찾아 도전해야 그만큼 성공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한 청년상인은 대학에서 식품경영학까지 전공해 수제청 가게를 열었지만, 정작 요리 경험이 일천했다. 수제청의 기본인 과일 다듬기부터 벅차 쩔쩔매던 그는 껍질을 버리고 과육만으로 수제청을 만들다 낭패를 보기도 했다. 다른 청년상인은 짜장떡볶이를 외국산 고급 그릇에 담아 팔겠다는 야심찬 사업 구상을 가져왔다. 아예 고급적이지도, 아예 서민적이지도 못한 그의 아이디어는 당장 사업성의 한계를 보였고 창업 준비과정에서 커피와 외국산 고급 그릇의 만남으로 바뀌었다.
 
반면에 정릉시장에서 ‘땡스롤리’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홍미선 대표(31·여)는 경영에는 일천했어도 자신에게 맞는 아이템 구상이 맞아 떨어진 경우다. 아이 셋을 둔 경단녀(경력단절여성)였던 홍 대표는 자신과 같은 부모들도 마음 놓고 아이한테 줄 수 있는 막대사탕을 개발했다. 국내에 공장에서 찍어낸 사탕은 많았지만, 합성착향료와 자극적인 맛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상태였다. 유기농 사탕수수 원료에 바닐라빈을 넣어 만든 땡스롤리의 사탕은 금세 인근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같은 정릉시장에서 파스타 집인 ‘파스타 펍’을 운영 중인 강주혁 대표(26)의 경우 학교 졸업 후 4년 간 파스타 집에서 일하며 파스타 만드는 하나 만큼은 자신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당연히 창업 초기엔 고객 응대나 경영 부분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미 시장조사부터 거래처 파악까지 끝낸 강 대표에겐 시행착오일 뿐이었다. 정릉시장에서 파스타 펍은 이제 새로운 맛집으로 꼽히고 있으며, 처음엔 웃는 법도 어색하던 강 대표도 제법 고객 대하는 것에 능숙해졌다.
 
서울시 전통시장 육성사업에서 교육·컨설팅을 맡고 있는 ICEO실전마케팅연구소의 김상미 대표는 “장사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전통시장에서 장사하려면 ‘시장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부분은 전문가가 도와거나 교육으로 채울 수 있지만 자기 분야만큼은 적어도 아르바이트라도 해 업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혁 파스타펍 대표가 정릉시장 자신의 가게에서 만든 음식을 들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박용준

같이사는 사회를 위해 한 발 더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