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강경입장 고수…배경에는 위기감
정부, 재계 통로로 상의 낙점…경총은 패싱…차기 회장 인선도 난항
입력 : 2017-12-14 18:37:11 수정 : 2017-12-14 18:47:34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발, 후폭풍에 직면했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존 입장을 고수해 배경이 주목된다. 박병원 회장이 내년 2월 퇴임을 시사한 데다, 후임을 찾기도 어려워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황. 때문에 선명한 입장의 배경에는 존재감에 대한 의식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정농단 사태에 목소리를 잃으면서 재계 이해를 대변할 단체가 경총 하나로 좁혀진 데다, 노사관계 전문 경제단체로서의 위상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은 14일 오전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1000인 이상 기업부터 4단계로 나눠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근로자수 300인 이상 기업부터 시행하는 잠정합의문을 도출했다. 여당 반대가 거세 실행은 어려워 보이지만,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경총은 이보다 더 욕심을 냈다.
 
한동안 정부의 노동정책에 말을 아꼈던 경총이었다. 정부가 경영계 입장을 듣는 통로로 상의만 찾으면서 급기야 '경총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최근 경총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경총 관계자는 “상의에 비해 노사관계 전문성이나 노하우 면에서 경총이 앞선다”며 “양대 노총의 파트너인 경총이 현안에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내부 다짐이 있었다”고 전했다.
 
경총은 1970년 출범한 노사관계를 전문으로 하는 경제단체다. 1988년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부터 교섭에 참가했고, 1998년부터 노사정위원회에 사용자 대표로 참여했다. 노동 분야에서 경영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통로였지만, 현 정부 들어 위상이 떨어지면서 분위기가 침체됐다. 최근 이 같은 기류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형성되고 있다. ‘주장도 못 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박 회장 퇴임 이전까지 후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2010년 동양화학 출신 이수영 4대 회장이 퇴임한 뒤 기업인 출신 회장의 명맥도 끊겼다. 이희범 5대 회장과 박 회장은 관료 출신이다. 기업인이 경총 회장을 꺼려해 외부에서 추대됐다. 특히 노동계의 목소리에 무게를 싣는 문재인정부에서 경총 회장 자리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경총이 주로 노동계와 경영계간 갈등이 큰 현안을 다루다 보니 외부와의 마찰도 잦다. 그나마 신춘호 농심 회장과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하마평에 올랐으나, 이 회장의 경우 갑질 논란으로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경총 관계자는 "퇴임하더라도 이전까지 박 회장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2월말 총회가 예정돼 있는데 그때 가봐야 (후임 인선도)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관계가 전문적이고 특수한 분야인 만큼 경총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병원 경총 회장이 지난 6월 일자리위원회를 만났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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