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일에도 비행 나서는 조종사들…제주항공 500달러 고액수당 지급
노사 임단협으로 공식도입…눈앞 이익에 승객안전 뒷전
LCC 승무원들 '휴일 자택대기'·스케줄 변경에 피로 호소
입력 : 2018-03-16 06:00:00 수정 : 2018-03-16 06:00:00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제주항공이 비번인 날 비행을 한 조종사에게 500달러(일급)를 수당(오프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종사들은 금액이 적지 않아 쉬는 날도 운항을 하는 실정이다. 탑승객 수요만큼 조종사 수급이 따라가지 못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제주항공은 높은 수당을 지급하며 인력난 문제를 떼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항공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해 7월 오프수당을 신설했다. 노사가 임단협을 체결하면서 신설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최초다. 제주항공 노사는 매달 10일 안팎을 휴무(비번)로 정했는데, 쉬지 않고 비행을 하면 500달러(한화 53만3700원)를 일당으로 준다. 일종의 휴일수당인 셈이다. 
 
오프수당은 현행 휴일수당(통상임금 150%) 일급보다 두세배 가량 높다. LCC 항공사 특성상 빡빡한 비행스케줄로 피로도가 높은데 높은 수당에 끌려 조종사들이 휴일까지 반납하고 근무하는 것이다. 승무원은 오프수당을 받지 못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프수당은 노사간 실리적 선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제주항공은 2006년 6월 취항을 시작한 이래 매년 탑승객이 늘고 있다. 2014년 누적 탑승객 2천만명을 기록한 뒤 1년6개월 만인 2016년 1월 3천만명을 기록했다. 이후 13개월 만인 지난해 2월 4000만명을 돌파했다. 1000만명 단위 돌파기간을 빠르게 경신하는 중이다. 노조는 어차피 비번인 날 비행을 할 수밖에 없다면 수당을 높게 받자는 실리적 판단을 했다. 그 결과, 제주항공이 승객의 수요를 맞추려고 조종사와 승무원의 스케줄을 무리하게 운영하게 됐다. 
 
오프수당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높은 수당은 연장·휴일근로를 하는 동기가 돼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운송업은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장시간 노동을 제도적으로 막아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 본지가 입수해 보도한  '한국형 피로관리시스템(FRMS) 구축 연구용역(국토부)' 보고서에 따르면 조종사의 피로는 반응속도, 수면의 질을 떨어 뜨린다. 피로는 오작동, 실수 등을 유발해 항공사고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종사도 월급쟁이인데, 쉬자니 수당이 아쉬어 비행을 한다"며 "수백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조종사가 높은 수당 때문에 쉬는 날을 반납하며 일하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용하지 못한 휴무만큼 지급되는 수당"이라며 "비행시간은 항공안전법이 정한 규정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번인 날 쉬지 못하는 건 다른 LCC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진에어, 티웨이, 이스타, 에어서울은 조종사와 승무원의 취업규칙에 별도의 휴일 조항이 없다. 비행이 없는 날이 곧 쉬는 날이다. 그럼에도 승무원이 부족해 쉬는 날 자택에서 대기하거나, 스케줄이 잡혀 비행을 하는 실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10일의 휴일이 보장돼 있다. 휴일에 근무하면 근무일수 만큼 휴무가 추가로 지급된다. 대형 항공사조차 휴일이 지켜지지 않아, 자택 대기하거나 비행을 한다. 지난 10일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휴일을 보장해달라며 청원글을 올렸다. 스케줄 곳곳에 대기 스케줄이 잡혀 있어 가사와 개인사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 글에 담겼다. 
 
제주항공, 이스타를 제외한 LCC 항공사는 노조가 없다. 항공안전법이 정한 수준의 휴식시간이 곧 휴일인 셈이다. 국내 항공사는 운항을 마친 뒤 최소 8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비행시간이 늘어날 경우 휴식시간도 함께 늘어난다. LCC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운항승무원의 피로도가 높아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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