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꺼지지않는 TDF '최초' 논쟁
삼성운용-미래에셋운용, '원조' 타이틀 다툼
입력 : 2018-03-21 08:00:00 수정 : 2018-03-21 10:02:08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은퇴 시점을 설정하면 생애주기별 자산배분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정해주는 타깃데이트 펀드(TDF)에 대한 최초 논쟁이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있다.
 
2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2016년 4월 삼성자산운용이 국내에 TDF를 선보인 이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비슷한 구조의 상품을 출시한 바 있으나, 흥행을 거두진 못했다. 두 운용사에서 모두 서로 '최초'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평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TDF를 포함 라이프사이클 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8835억원이다. 2년 전만 해도 100억원에 미치지 못했던 이 펀드는 TDF의 등장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삼성운용의 역할이 컸다. 미국의 퇴직연금펀드 강자인 캐피탈그룹과 제휴를 맺고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펀드를 제공하겠다는 게 주효했다. 지난 1월 삼성운용의 TDF 설정액은 3000억원을 돌파했다.
 
삼성운용 관계자는 "한국인의 특성이 맞게 자산을 생애주기에 맞게 조절해준다는 개념의 TDF를 첫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운용은 TDF 출시 당시 '대한민국에 없던 연금솔루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최초라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 미래운용 관계자는 "미래운용은 2011년 '평생연금만들기'를 출시, 국내서 처음으로 TDF를 내놨다. 다만 수탁고가 미미하면서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미래에셋운용은 2011년 6월 출시한 '평생연금만들기' 펀드명을 지난해 '자산배분형TDF'로 바꿨다. 미래에셋운용은 펀드명에 TDF라는 이름만 안 들어갔을 뿐 사실상 TDF를 먼저 운용해왔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2년 작성된 '평생연금만들기' 펀드제안서를 보면 "연금개시시점에 근접할수록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타겟데이트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의 '평생연금만들기' 펀드는 은퇴시점에 초점을 두고 은퇴까지의 잔여기간에 따라 자산을 배분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삼성운용 TDF의 경우 군입대, 취업, 결혼, 은퇴 등 한국인의 생애주기에 맞게 글라이드 패스(투자비중 경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운용업계에서 삼성운용의 TDF를 첫 출시라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투자협회에서는 두 운용사 모두 최초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퇴직시점에 맞춰 자산을 조정해주는 펀드를 자체적으로 출시했다는 점에서 TDF 펀드류를 내놨다고 볼 수 있고, 삼성운용의 경우 한국인 방식이 맞는 펀드를 해외 운용사와 연구해 TDF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다. 금투협 관계자는 "최초라는 기준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운용사의 펀드가 강조점이 달랐던 것 같다. 상품의 성격이 조금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느 운용사의 펀드가 먼저 출시된 것이라고 정확하게 분류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초 논쟁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TDF가 미국에서 만들어져 국내에 이식됐다는 점에서다. TDF는 미국에서 1993년 처음으로 등장해 2000년대 초반에 운용사들이 관련 펀드를 잇따라 출시했고 2006년에야 본격 성장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최초라는 논쟁이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각사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마케팅 효과 등에서 중요한 문제일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의 구성훈 대표(현 삼성증권 신임대표 내정자)가 2016년 4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된 타깃데이트펀드(TDF) 기자간담회에서 한국형TDF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자산운용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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