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7년의 밤’ 장동건 “충격적 내 모습, 딸도 ‘괴물’이라고 놀려”
“원작 읽고 ‘오영제’ 연기하고 싶었는데 출연 제안”
“극중 ‘오영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아니길 바랐다”
입력 : 2018-03-23 16:35:44 수정 : 2018-03-23 16:35:44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장동건에겐 딱 한 가지뿐이었다. 데뷔 이후 그를 설명할 단어이면서도 반대로 자신을 옥죄던 그것. 바로 ‘잘생김’이다. 사실 이건 연예인으로선 칭찬이면서도 배우로선 장점보단 단점으로 부각되는 일종의 오류다. 무엇을 하건 그 ‘잘생김’ 속에 파묻혀 버리는 시각효과가 발생된다. 자의적이라기 보단 타의적 시선이 이 현상에선 훨씬 크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분명 그렇다. 본인의 수긍보단 대부분의 대중이 그렇게 본다. 무엇을 하건 ‘도전’이란 단어로 장식이 된다. 데뷔 25년차 배우에게 쓸 단어로선 부적합하다. 하지만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7년의 밤’을 보고 있자면 지난 25년 동안 장동건을 옥죄던 ‘잘생김’이 얼마나 부질없는 단어였는지를 강제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 판단 자체를 관객 스스로가 거부한다고 해도 영화 속 장동건의 모습은 분명하다. 우린 지금까지 장동건의 진가를 모르고 있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건은 2015년 10월 촬영을 시작해 이듬 해 5월 촬영을 마치고 개봉까지 무려 2년이란 시간이 소비된 ‘7년의 밤’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잊어버릴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우연히 접하고 읽었던 원작 소설 그리고 막연히 상상했던 영화화에 대한 기억. 극중 ‘오영제’에 대한 단편적 해석이 현실로 다가오고 결과물이 탄생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이라기 보단 신기함이 아직도 더 강하다.
 
“원작 소설은 아주 옛날에 읽었어요. 저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었고. ‘이거 영화로 만들면 되게 재미있겠다’란 생각도 했었죠. 저도 배우이기에 ‘만약 내가 출연하면 오영제를 해보면 좋겠다’란 생각도 정말 했었고. 그런데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되니 되게 신기했어요. 막상 캐스팅 제의가 오고 최종적으로 출연이 결정된 뒤 내가 생각한 ‘오영제’를 감독님과 상의했는데. 완전히 ‘제로’가 됐죠(웃음). 감독님은 전혀 다른 인물로 생각을 하셨고. 그게 맞다고 저도 생각을 했어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충격적 비주얼로 영화 속에서 등장한 장동건은 원작 속 사이코패스 ‘오영제’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원작을 읽으며 독자들이 느낀 모습에 200% 이상 더 현실감 있게 접근했다. 연출을 맡은 추창민 감독과 장동건이 함께 만들어 간 모습이다. 사실 ‘사이코패스’란 전형적인 클리셰보단 어떤 의미에선 인간미마저 느껴지는 ‘사이코 오영제’가 탄생됐다.
 
“지역 사회에 군림하는 권력자? 감독님의 생각이셨죠. 살도 좀 찌우길 바라셨어요. 극단적인 표현으로는 사냥꾼 같은 이미지를 생각하셨더라구요. 하하하. 의상도 털 옷 같은 걸 생각하셨고(웃음) 감독님이나 저나 오영제를 단순한 사이코패스의 클리셰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표현이 그렇지만 인간미도 좀 느껴지길 바랐고. 분명한 것은 현장에서 무언가를 정하고 촬영을 하지는 않았어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결핍’이었다. 원작 소설과 달리 영화에선 ‘오영제’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저 배경이 되는 ‘세령마을’을 지배하는 권력자다. 그는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가 있다. 마을을 지배하는 왕이며 그들을 통치하는 지배자다. 자신이 설계하고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원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폭력적이고 사이코적인 면이 도출된다.
 
“모든 것을 가진 남자에요. 원작에선 어떤 모티프가 설명이 되고 자세하게 묘사가 됐지만 영화에선 그럴 수가 없으니. 사실 그렇게 생각했어요. 한 가지로 설명이 불가능한 남자라고. 그 안에는 결핍도 분명히 있고. 우리가 살면서 그런게 있잖아요. 남들에겐 별거 아닌데 나한테는 정말 크게 다가오는 것. 저 같은 경우는 사생활 노출에 굉장히 민감했던 적이 있어요. 사실 그게 별거 아닌데. 결국 오영제도 그런 게 아닐까요? 나한테 없는 것. 그것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그게 오영제에겐 아내의 사랑이었다고 봐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내에 대한 사랑이었는지 집착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장동건도 사실은 지금까지도 오영제의 마음을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만큼 일반적인 범주에서 설명 불가능한 인물이기에. 영화 내내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던 인물이다. 하지만 딱 한 번 감정을 드러내기는 한다. 바로 ‘아내의 죽음’을 전해 듣게 된 장면이다.
 
“‘사이코패스’란 전제를 깔고 가면 ‘오영제’는 일반적인 자극에는 반응을 안 하는 사람이라고 봤죠. 자극에 대한 반응이 곧바로 오는 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 대한 반응은 이전 시간에 날 자극한 반응이에요. 한 템포 느린 거죠. 결과적으로 복잡한 인물이에요. 아내의 죽음에 대한 장면이 어떻게 보면 말씀하신 대로 감정을 드러내는 유일한 장면일 수도 있어요. 정말 아내를 사랑했을까? 글쎄요 사랑도 있었겠지만 여러 가지 감정을 아내에게 갖고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한 가지로 설명이 불가능한 ‘오영제’를 연기하면서 선보인 장동건의 모습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앞선 설명과 같이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거의 없다. 자신만의 규칙으로만 움직인다. 일반인의 생각과는 다른 판단과 기준을 세워 타인을 규정한다. 대표적인 장면이 딸(이레)을 폭행하는 모습이다. 허리띠로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모습은 연기지만 충격 그 자체였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하하. 휴(한 숨). 저도 딸을 키우는 아빠라.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이해도 안됐고. 뭘 어떻게 하면 이럴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이 사람은 자기 세계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인물이라고 봤죠. 무언가 틀어지면 원작에선 ‘교정’이란 단어를 써서 폭행을 가해요. 그것도 딸에게. ‘내 딸이 누군가에게 사고를 당했다’는 상상을 하고 촬영을 했는데 정말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모습이에요. 어휴.”
 
‘오영제’에게 폭행은 사실은 소통이고 또한 집착의 다른 방식이었다. 집착이 ‘오영제’에겐 다른 의미로는 다시 소통이었다. 모든 것을 가진 권력자이면서 자신의 말 한 마디면 마을(오영제에겐 사회) 자체가 변화를 하고 움직인다. 그런 스스로에게 딸과 아내는 유일한 결핍이었다. 자신에게서 벗어나려는 아내와 딸의 모습에 그는 폭발했다. 오영제에게 아내와 딸은 사랑이었을까 집착이었을까.
 
“여러가지 의미가 혼재돼 있지 않았을까요? 결핍이란 단어로 설명을 하자면 오영제가 만든 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딸이었고 아내였죠. 그런 의미라면 결핍이 되고 집착이 되죠. 최현수(류승룡)에 대한 복수로 시작한 개념으로 보면 딸은 복수이자 집착의 동력이었고. 지금 생각해도 참 복잡하네요. 원작 자체가 워낙 탄탄하고 인물 묘사가 세밀했고. 음, 오영제에게 아내와 딸은 자신이 만든 세계 안에 존재한 물건이었지만 나중에 두 사람 모두 죽고 나선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존재란 것을 느낀 것은 같아요. 그게 사랑일까? 글쎄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인물을 연기하면서 장동건은 연기적인 측면에 대한 고민도 깊게 했지만 외모적인 변화도 눈에 띄었다. 다소 충격적인 M자 탈모는 영화 공개와 함께 화제를 모았다. ‘컴퓨터 미남’으로 불리는 그의 얼굴을 완벽한 사이코패스로 만들어 버렸다. 처음 장동건은 우려를 했었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이 꽤 괜찮았다고.
 
“하하하. 감독님이 제안을 하셨는데 처음에는 ‘정말?’이란 생각이 들었죠. ‘에이 설마’ 했는데. 하하하. 거울을 보니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어요. 워낙 낯선 모습이었고. 그나마 마음을 놨던 게 고경표가 ‘선배님 죽여줘요’란 소리에 ‘아 괜찮나 보다’ 했죠. 나중 일이지만 탈모 헤어스타일 가운데 좀 괜찮은 사진을 골라서 휴대폰에 저장을 해놨는데. 3살된 딸이 그 사진을 보고 ‘괴물 괴물’ 이러는 거에요(웃음). 아들은 그 모습 정말 싫어했어요. 하하하.”
 
사진/CJ엔터테인먼트
 
2년 만에 대중들에게 결과물을 공개하는 ‘7년의 밤’이다. 장동건은 워낙 좋은 스태프와 그들의 노력이 들어간 과정을 경험하고 눈으로 봤다. 배우라면 누구라도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선 손익분기점이 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감독님이 진짜 좋은 평가를 받으셨으면 해요. 정말 현장에서 ‘7년의 밤’ 생각만 하셨어요.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셨거든요. 배우들 모두가 마찬가지일 거에요. 감독님이 좋은 평가를 받고 감독님의 차기작이 뭐가 될지 정말 궁금해요.”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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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