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금융권이 대규모 감원설로 술렁이고 있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은행권 희망퇴직을 독려하며 신규 채용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은행들은 중간관리자가 많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개선하고 정부가 원하는 청년 채용도 늘리자는 취지에서는 공감을 하고 있지만, 수천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드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미봉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채용비리 문제로 중단됐던 신규 채용을 확정 짓고 이에 맞춰 희망퇴직 규모를 산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적극 권고에 은행들은 올해 희망퇴직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종구 위원장은 최근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며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은행에도 희망퇴직을 늘려야 한다. 인센티브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최근 2~3년 사이 희망퇴직을 상시화하며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 약 2400명이 희망퇴직했고, 퇴직급여 비용은 1조353억원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규모를 더 늘리라며 압박을 가하자 은행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상시화해 규모를 늘리기 역부족이고, 퇴직비용도 큰 부담이 된다. 노조와의 갈등소지도 크다. 현재 산별교섭에서 금융노조는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을 55세에서 60세로 늦추고, 정년을 최대 65세까지로 조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은 일단 신규 채용 일정 및 규모를 정한 후에 희망퇴직 규모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대 시중은행의 채용 인원은 2250여명 수준으로 지난해(1700여명)보다 32%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희망퇴직 확대가 청년 채용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수년동안 은행권이 구조조정을 확대하면서 임직원수를 줄였지만, 정작 신규 채용 규모는 퇴직 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중간 간부급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혼란스러운 인력 구조조정 정책에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불과 수년 전에 고용 안정을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장려하더니 이제는 다시 장년층의 희망퇴직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가 인적 구조조정을 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재량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국이나 은행들이나 청년층보다 경험과 역량을 갖춘 중장년층 직원들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가 강조해온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과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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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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