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일자리, 아랫돌 빼 윗돌 괴기)②임금피크제 밀더니 이번엔 '희망퇴직'…오락가락 정책
당국, 명퇴-채용 연계 인센티브 고려…일자리창출 정책따라 '코드맞추기' 반복
입력 : 2018-05-29 08:00:00 수정 : 2018-05-29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청년 신규 채용을 늘리는 복안으로 고임금자인 지점장·부지점장급에 대한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정년 보장 등 안정적 일자리 유지를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장려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희망퇴직에 적극 나서라고 압박하는 셈이다. 매 정권마다 일자리 창출 정책에 맞춰 '코드금융'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는 공공기관과 금융사들에 대해 임금피크제 시행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60세 정년제 적용을 앞두고 장년층의 고용불안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다. 임금 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대부분 금융공공기관과 금융사들이 임금피크제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는 이미 당초 시행취지를 잃었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평균 80%가 회사를 떠났다. 대상자 100명중 10명만 은행에 남고 80명은 떠나는 셈이다. 임금피크제가 사실상 명예퇴직을 유도하는 도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임금피크제 시행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활용하는 인력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주요 정책은 노동시장 유연화였다"며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은 빌미였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고임금 구조를 개선해 청년 채용을 더 많이 하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금융당국은 '신규 채용 확대'라는 명분으로 희망퇴직을 꺼내들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공기업부터 퇴직금을 올려 희망퇴직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현재 금융공기업 퇴직금이 2억~3억원 안팎인데 이 돈을 받을 바엔 그냥 조직에 남는다고 한다"며 "금융공기업은 임금피크제가 빨라 한창 일할 때 임금이 깎여서 본인도 힘들고 조직도 힘들다”고 꼬집었다. 최 위원장은 연초에도 신년사를 통해 "장기근속한 사람들의 명예퇴직이 많은 청년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대간 빅딜'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을 보면 임금피크제가 시작되는 사람들에게 적정 퇴직금을 지급하면 대부분 희망퇴직을 선택한다"면서 "회사나 명예퇴직자, 취업준비생을 위해서라도 명예퇴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장의 관련 발언이 나온 만큼 당국과 공공기관에선 명예퇴직과 청년채용이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공기관에서 명예퇴직 제도는 마련돼 있었지만, 시행된 적은 없었다.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와 마찬가지로 명예퇴직과 신규채용을 연계한 정도에 따라 기관성과평가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불과 3년전 정년 보장을 빌미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조하다가 이제는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오락가락 인력구조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정부마다 제각각인 일자리 창출 정책목표에 따라 코드맞추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이종용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