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수주 전략 '브랜드타운'…인지도 높아 수주 유리
조합원도 타운화 반겨…"파산 등 역풍엔 취약할 수도"
입력 : 2018-06-13 16:24:04 수정 : 2018-06-13 16:24:04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건설사들이 인근 단지를 묶어 수주를 추진하는 전략이 늘고 있다. 같은 브랜드로 대단위 단지가 생기면 인지도가 높아져 수주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도 아파트값이 오르는 효과를 염두에 두고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파산이나 유동성 위기 등 건설사의 부침이 생기면 부정적 여파가 동시에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삼성물산 브랜드타운 중 한 곳인 서초우성1차 아파트가 이달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서초우성1차 아파트. 사진/뉴시스
 
현대건설은 지난 2일 대우건설과 경합을 벌인 대치쌍용2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시공사로 선정된 후 주변 일대를 현대건설 브랜드타운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대치쌍용2차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이 내놓은 제안서에는 대치쌍용1차, 대치우성1차 등 3개 단지를 향후 추가 수주할 경우 하나의 단지로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대우건설 역시 조합원의 요구에 따라 타운화 계획을 제안서에 담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당시 대치쌍용2차 세대수가 많지 않아서 조합원들이 타운화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조합원들이 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대단위 단지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아파트 조합원들이 단지가 통일화되면 지하주차장을 같이 사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며 “다만 복수단지의 커뮤니티나 조경 등의 통합 개발은 조합원 간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GS건설과 삼성물산은 일대 지역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성공해 브랜드타운을 건설하고 있다. GS건설은 서울 마포구 염리동 일대에서 '자이타운'을 형성한다. 마포구에는▲마포프레스티지자이(1694가구) ▲마포자이3차(927가구) ▲마포자이2차(558가구) ▲신촌그량자이(1248가구) 등 4500여 가구의 자이타운이 조성될 예정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가 한 번 검증된 것이기 때문에 수주가 비교적 유리해지며 타운화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서초구 서초동 일대를 '래미안타운'으로 만들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이달 서초우성1차래미안(1317가구) 분양에 나선다. 서초우성1차래미안이 준공되면 래미안서초에스티지S(593가구) 래미안서초에스티지(421가구)와 함께 2300여가구 규모의 래미안타운이 조성된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타운화가 인지도 상승에 힘입어 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내지만 부정적 역풍엔 오히려 더 취약하다고 경고한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부도와 법정관리로 건설사가 파산할 경우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집값 하락과 동시에 관리 주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나서 우성아파트와 한양아파트의 경우 파산하며 브랜드 가치에 오히려 부정적인 해를 입혔다"며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공급이 되고 관리가 돼야 하는데 기업이 무너지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재건축 등의 정비사업보다 도시개발사업이나 자체개발사업의 경우 건설사가 수천 가구를 분양해 브랜드 타운화하는 경우가 있다“며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유동성 리스크 등의 문제로 번져 브랜드 가치가 크게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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