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전자담배의 진짜 정체가 궁금한 흡연자들
입력 : 2018-06-18 15:38:58 수정 : 2018-06-18 15:38:58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더 이상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물질이 일반담배 대비 현저히 감소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흡연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 받을 권리가 있다."
 
18일 필립모리스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 못잖게 해롭다'는 식약처 주장을 정면 반박하며 던진 메시지다.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를 놓고 정부와 업계간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흡연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는 '덜 해로운 담배'로 알려져 일반담배의 대체 상품으로 각광받아왔다. 시장점유율이 2017년 7월 3%에서 1년새 9.4%로 치솟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지난 7일 식약처 발표가 논란의 불씨가 됐다. 전자담배인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앰버)',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의 '글로(브라이트토바코)', KT&G '릴(체인지)'의 유해성 검사 결과 전자담배에서 발암물질인 타르가 일반담배보다 많이 검출됐다는 게 요지였다.
 
담배회사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필립모리스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담배제품규제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타르는 담배규제의 확실한 근거가 아니기 때문에 측정할 필요가 없으며, 타르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내뿜는 일반담배와 가열식 증기를 발생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타르 성분만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결국 하나의 분석 결과를 두고 정부와 업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각자 유리한 입장에만 몰두해 흡연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궐련형 전자담배도 결국 담배라는 점이다. 필립모리스도 "아이코스는 금연보조제품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의 대체상품일 뿐 금연을 돕는 제품은 아니라는 얘기다.
 
소비자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금연 시작했다"고 말하는 이가 없듯이 말이다. 이들 제품에 유해성분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소비자들 대부분은 알고 있다.
 
다만 유해성 정도와 관련해 투명하고 검증된 정보가 무엇인지, 흡연자들이 신뢰하며 접할 수 없다는 것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내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식약처 또한 흡연자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타르 함유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은 그간 외국계 담배업체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르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다'는 점만 앞세워 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사결과를 둘러싼 업계의 반박과 설명 요구에 제대로 된 피드백이 없다는 점도 발표된 조사내용에 헛점이나 오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만 키울 수 있다.
 
일부 흡연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부각시켜 세금 인상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이같은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업계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할 때다. 서로 합의된 연구기관이나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투명한 조사와 검증과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이 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따지는 것이 결국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증진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 공감한다면 합심하는 자세로 흡연자들 앞에 투명해질 때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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