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허하라
입력 : 2018-06-20 06:00:00 수정 : 2018-06-20 06:00:00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하지만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은 민주주의의 축제라 불리는 선거를 가만히 지켜봐야 했다. 

현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18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18세가 되면 결혼과 군입대, 운전면허 등 성인에게 주어지는 대부분의 책임과 의무가 부여된다. 반면 투표권은 예외 대상이다.

때문에 청소년들은 줄기차게 투표권을 요구해왔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40여일간 국회 앞에서는 천막농성을 이어 갔고, 삭발식과 기습시위, 집회 등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지만 결국 좌절됐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투표 참여 독려였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개최된 6.10 민주항쟁 31주년 기념식에서 참석한 김정민 촛불청소년연대 활동가는 국민대표 8명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김 활동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신들은 선거권이 없다며 선거권이 있는 분들은 권리를 행사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투표권을 반대하는 이들의 근거는 한결같다. 교육의 정치화를 우려하고, 청소년은 판단력이 부족하고 미성숙하기에 부모의 정치성향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해묵은 이유를 들이댄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요즘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누구보다 논리적이고 명확하다. 자신들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출하고 사회적으로 응집시키는 능력도 탁월하다. 

비록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청소년들은 마지막까지 ‘청소년스러움’으로 본인들의 요구를 표현했다. 지방선거 당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청소년 모의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지방 선거 당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만난 청소년들이 내뱉은 말들은 무척이나 신선했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교육정책의 ‘소비자’로 지칭했다. 소비자인 자신들이 교육정책을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을 꼬집으며 적어도 교육감 선거권만큼은 주어지길 희망했다. 

이날 모인 청소년들은 ‘청소년’과 ‘비청소년’을 가르는 배제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호 0번 교육감 후보로 ‘청소년’인 자신들을 내세우기도 했다. 

청소년들도 민주주의를 누려야 한다. 그럴만한 권리가 있다. 비록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지만 분명 지금의 목소리가 현실화될 날이 올 것이다. 돌아오는 제8회 지방선거에서는 민주주의 축제에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 

조용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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