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골목상권 상생)③"출점규제 강화 동시에, 소상공인 경쟁력 키워야"
기업 자율합의 기대 힘들어…"독일 등 선진국 '허가제' 참조 필요"
입력 : 2018-06-27 06:00:00 수정 : 2018-06-27 06:00:00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출점 규제를 위해 대규모 점포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은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익이 되면 무조건 진출하는 기업들에게 자발적 상생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골목상권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강력한 출점 규제를 통한 상권 보호가 필요하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소상공인 생태계를 유지해 자영업자들의 생존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만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골목이 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가 없는 도로에서 대형 트럭이 혼자 가속도를 높여 달리면 다른 차들은 근처에도 못 간다. 속도제한을 두고 다른 운전자한테도 도로를 사용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골목상권 문제를 시장에만 맡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상당수 국가에서는 이미 도시계획 단계부터 대규모 점포 출점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법제연구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1200㎡ 이상 대형 소매점은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특별지구 내에만 출점할 수 있도록 입지규제를 두고 있다. 프랑스 역시 사르코지 정부 들어 규제가 완화돼 지역 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매장 면적 규제가 300㎡에서 1000㎡로 완화됐지만 한국에 비해 여전히 강력하게 출점을 규제하고 있고, 미국, 영국 등도 입지와 영업시간 규제 등을 통해 대형 점포를 규제하고 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해외 다수의 시민사회에서 도시계획을 진행할 때부터 주거지역과 상권을 분리시키는 정책을 주장하고 있고 많은 국가들에서 이러한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창영 변호사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완전히 법제가 다르지만 도심에 대규모 점포가 들어가는 것을 사실상 어렵게 규제하고 있고 유럽도 마찬가지"라며 한국의 출점 규제가 너무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점포 출점 규제를 반대하는 편에서는 소비자 선택권 침해 가능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오히려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 뒤 지역 내 다양성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창영 변호사는 "대규모 점포가 들어서면 기존에 있던 소매점은 대부분 문을 닫게 되는데, 이들이 어떻게 영업하는지에 따라 지역민이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다양한 선택 범위가 단일화된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점 규제로 국내 유통기업이 성장을 멈춘 동안 외국계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한국에서 점포수를 늘리고 있는 이케아, 유니클로, 무인양품 등의 브랜드는 외국계 기업 여부와 무관하게 전문점으로 분류돼 영업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현재 대형마트와 SSM에만 적용되는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을 복합쇼핑몰에도 적용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이케아를 비롯한 전문점이 골목상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전문점 규제는 한샘을 비롯한 가구업체의 대형 전시장과 다이소 등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골목길 자본론'에서 자영업자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안으로 인력 양성 체계 구축을 제시한다. 숙련 소상공인을 육성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고품질 공급자가 많아져야 골목 유입 인구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모 교수는 "세제와 인센티브를 통해 대기업 유치에만 몰두하는 지방정부도 지역에 필요한 자영업자를 양성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전주 한옥마을,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 해운대 달맞이고개, 대구 김광석거리 등 지방 도시의 골목도 떠오르는 골목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인위적이고 정형화된 유통센터서 쇼핑하는 것에 익숙한 문화에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대구 대봉동에 위치한 김광석거리를 시민들이 둘러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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