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발 규제혁신 골든타임)③'기업 사금고화' 우려 vs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나"
전문가들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등 안전장치 걸면 돼"
산업자본 바탕으로 금융경쟁 촉진, 소비자혜택 등 설립 취지 살려야
입력 : 2018-07-23 08:00:00 수정 : 2018-07-23 08:00:00
[뉴스토마토 정초원·백아란 기자] 정부와 여당이 은산분리 완화 논의에 속도를 내면서 이해당사자나 시민단체간의 찬반 논쟁도 다시 가열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면 금융기관이 자칫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례법 제정 등을 통해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금지하는 등 은행법보다 강력한 규제 장치를 만들면 사금고화 우려는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인터넷은행이 성장하면 일자리 창출이나 금융산업 혁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 가장 큰 쟁점은 '대기업 사금고화 우려'다. 참여연대와 금융노조 등 이른바 '반대파'에서는 은산분리를 금융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대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에도 예외를 적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현재 은행업 인가를 받은 ICT 기업들이 전통적인 형태의 재벌기업은 아니지만, 기업의 유동성이 곤란할 때 자신들이 소유한 은행을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은산분리 논의가 재개되자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정의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 시민단체는 지난 17일 금융소비자단체 연대회의를 결성하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저지하는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은산분리 완화 반대에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참여연대는 "인터넷은행이 초래하는 위험이 다른 업권으로 전이될 경우 예금보험제도 자체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례법을 통해 기존 은행법보다 강력히 규제하면 이런 우려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 관련 법안들은 ▲대주주로의 대출 등 신용 공여 금지 ▲대주주 발행 주식 취득 금지 등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주주 사유화가 걱정된다면, 대주주의 경우 비즈니스만 하고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한다거나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면서 "인터넷은행이 자본을 확충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험적인 상품을 만들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은산분리는 고성장기의 산물로, 과거에는 문어발식 사업을 확장하는 사업자가 은행의 돈을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양질의 산업자본을 바탕으로 금융업을 키워야 한다"고 피력했다.
 
인터넷은행의 일자리 창출과 금융혁신 효과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갈린다. 찬성쪽에서는 은산분리 완화로 인터넷은행이 더 활성화되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은행업 신규 플레이어로서 '메기'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호소해왔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을 둘러싼 논쟁이 지나친 '원칙론'에만 발목 잡혀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에 없던 혁신을 통해 금융권의 경쟁을 촉진하고 최종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게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였던 만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도형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인터넷은행에 은산분리를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현재 인터넷은행은 기본적인 수익사업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으로, 제3의 인터넷은행 등이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지금은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할 때"라며 "우선 은산분리 완화라는 큰 터널을 넘은 후 국회에 발의된 대주주 신용공여 등 특례법 제정안에 대한 세부적인 사안을 조율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구더기(대주주 사금고화 등 부작용)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상황이 오면 안된다"고 역설했다.
 
 
정초원·백아란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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