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이번엔 상장하나)①말 많고 탈 많은 기업공개, 현실화 쉽지 않아
IPO는 여러 카드 중 하나…교보증권 매각도 고려 대상
입력 : 2018-08-07 08:00:00 수정 : 2018-08-07 09:09:10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포함한 자본확충 방침을 공식화함에 따라 IPO 추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의 IPO는 자본을 늘리기 위한 여러 카드 중 하나일 뿐 아직 실행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유가증권시장 IPO 등을 포함한 자본 확충방안을 보고했다. 교보생명은 2021년 도입되는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영향평가 결과 최소 2조원에서 최대 5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어 교보생명은 지난 1일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증권사와 JP모간,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UBS, 노무라 등 외국계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발송한 RFP에는 IPO뿐 아니라 신종자본증권 등 증자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오히려 IPO 보다는 증자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10억달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했지만 금리 상승으로 이를 보류했다. 교보증권 지분 매각도 자본확충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이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쓰고 그래도 자금이 부족하면 마지막으로 상장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있다.
 
교보증권 매각 가능성 여전
이와 관련, 최근 시장에서는 우리은행이 교보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주전환을 선언한 우리은행이 적은 돈을 들이면서 탄탄한 증권사인 교보증권을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교보증권은 IB부문이 강해 지주가 되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의 교보증권 지분 51.6%에 대한 매각 가격을 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교보증권의 시가총액은 지난 3일 종가 9220원 기준 3355억원으로 그중 교보생명의 보유가치는 1731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3000억원이라는 가격이 나온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교보증권을 이 가격에 팔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차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1분기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교보증권의 지분가치는 원가법에 따라 2801억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원가법은 재고자산의 가치를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교보증권의 지분매입 당시 원가가 2801억원이라는 것이다. 교보생명 입장에서 교보증권 매각가격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이 돼야 한다. 과거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매각 가격을 65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희망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IFRS17과 K-ICS 도입에 따른 요구 자본이 2조원 내외라면 10억달러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교보증권 매각 등의 방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며 "결국 교보생명 상장과 교보증권 매각은 교보생명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관건
현재 IFRS17과 K-ICS의 기준서가 확정되지 않아 실제로 교보생명이 필요한 자금이 얼마나 될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2조원 가량이 필요할 경우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교보증권 지분매각 만으로도 이에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면 결국 상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교보생명 상장 이야기는 시장에서 수도 없이 나왔다. 지금도 상장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아직은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교보증권 매각 등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는 상황이다. FRS17이나 K-ICS에 대한 영향평가가 확정되고 교보생명이 필요한 자금 규모의 윤곽이 잡혀야 상장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이 결정되더라도 그 방식을 두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간 의견 차이를 좁혀야 한다. 상장 목적이 자본확충인 만큼 신창재 회장은 신주발행을 통한 상장을 해야 한다. 반면, 투자금 회수가 목적인 FI들은 구주매출을 통한 상장을 해야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지난 2012년 2대 주주였던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은 지분 24%(1조2054억원)를 FI들에게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교보생명은 2015년 9월까지 회사를 상장시킨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도입할때 필요한 자본 규모와 방식을 확정하지 못해 당장은 IPO를 추진할 수 없다며 상장을 미뤄왔다. 당시 한 주당 가격은 22만원 내외로 알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을 결정하더라도 신창재 회장과 FI가 원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 입장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FI 입장에서는 구주매출을 통해 최대한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상장이 결정되면 상장 주관사를 어느 증권사가 맡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지난 1989년 한국투자증권(당시 동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당시 쌍용증권)이 교보생명과 IPO주관사 계약을 맺었지만 자산재평가 차익 배분 문제로 정부와 교보생명이 이견을 보여 현재는 실효성이 없는 상태다.
 
IPO 시장에서 교보생명은 분명 대어급이지만 증권가에서는 기대감 뿐만 아니라 우려도 공존한다. 조 단위의 상장인 만큼 막대한 수수료 수입은 물론 IPO 시장에서 빅딜을 소화했다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메리트다. 반면 IFRS17 도입으로 보험업 전망이 불투명해진데다가 이미 상장한 보험사들의 주가 상황도 좋지 않아 교보생명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어급 계약이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흥행 여부에 대해서는 다들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공모에서 흥행이 안되면 주관사가 많은 물량을 떠안아야 하는데 큰 계약일 수록 이런 부분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의 상장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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