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이번엔 상장하나)②IPO 결정되더라도…신주상장 vs 구주매출 '동상이몽'
신주를 상장해야 자본확충…FI는 투자금 회수 원해
입력 : 2018-08-07 08:00:00 수정 : 2018-08-07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교보생명이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넘어야할 산이 있다. 바로 상장 방식에 대한 결정이다. 교보생명이 IPO를 실시하는 목적은 자본확충이기 때문에 신창재 회장 입장에서는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 하지만 재무적투자자(FI)들은 구주매출을 통한 자금 회수가 시급하다. 따라서 그 방식을 놓고 합의를 하지 못하면 상장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신창재 회장과 FI간의 의견 차이 때문에 교보생명 IPO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한다. 결국 그동안 IPO를 미뤄왔던 신창재 회장이 FI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교보생명 지분율은 현재 신창재 회장(33.78%)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39.43%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수출입은행과 우리사주를 포함하면 46.28%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53.36%로 절반을 넘는다.
 
외국인 투자자 중 어피니티(9.05%), IMM PE(5.23%), 베어링PE(5.23%), 싱가포르투자청(GIC, 4.50%) 등은 지난 2012년 교보생명 2대주주였던 대우인터내셔널(24%, 현 포스코대우) 지분을 인수한 뒤 상장을 요구해 왔다. 당시 교보생명은 2015년까지 IPO를 단행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7.62%)도 2012년 캠코로부터 교보생명 주식을 사들였으며 코세어캐피탈(9.79%)도 대표적인 FI다.
 
현 상황에서 상장에 가장 부정적인 사람은 신창재 회장 본인이다. 현재 신 회장의 지분(33.78%)을 고려하면 신주발행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할 경우 경영권 방어가 복잡해진다. FI들을 신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FI의 불만이 커지자 교보생명은 배당확대로 급한 불을 끄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 3월 교보생명은 보통주 1주당 5000원씩 총 1025억원의 2017년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1주당 3750원씩 총 769억원을 배당했던 전년에 비해 256억원(33.3%) 증가한 금액이다. 교보생명이 결산배당금 1000억원을 넘긴 것은 동일한 금액을 배당했던 2015년 이후 2년만이다.
 
이 기간 배당성향은 15.98%에서 16.77%로 0.79%포인트 상승했다. 교보생명은 배당금 증가에 대해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에 대비해 30% 가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FI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IFRS17 준비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회사로 사업비 감소와 상품포트폴리오 관리도 가장 먼저 하고 있다"며 "IFRS17이 도입되면 수조원이 필요한 상황이라 배당 성향을 높이기가 부담되지만 FI들을 잡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주 발행 규모나 공모가액 등이 결정될 경우 신 회장의 신주 인수도 관심을 모은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신 회장은 최대한 신주를 많이 사들여야 한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그룹내 최상단에 위치한 만큼 다른 보험사 같은 모기업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보생명이 보유한 자사주도 없어 상장 전 우호 세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FI들이 원하는 구주매출은 신 회장 입장에선 자본확충에 도움이 안된다. 외국인 FI들은 구주 매각을 통해 교보생명에 투자한 자금 회수를 더 바란다. 앞서 상장한 생명보험사들의 사례를 살펴봐도 지난 2015년 미래에셋생명은 신주 4000만주, 구주 540만주를 각각 발행해 증시에 입성했고, 작년 ING생명은 신주 없이 구주만 발행했다. ING생명의 경우 자본확충보다 투자금 회수가 주 목적이었고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상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보면 결국 신 회장이 또 한번 FI를 설득할 수 있느냐에 따라 상장 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가장 원하는 방식은 신종자본증권을 최대치로 발행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과 더불어 기존 FI들의 추가 증자 혹은 제3자배정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FI들이 추가 증자를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제3자배정 역시 규모가 너무 커 쉽지 않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을 보면 교보생명 IPO는 득보다는 실이 많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 최후의 방법으로 IPO를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구주매출을 하더라도 ING처럼 투자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그래도 FI는 구주매출을 원할 것"이라며 "교보생명은 다른 생보사와 다르게 이미 투자를 많이 받은 상황이라 향후 시나리오가 복잡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증권계좌대비 300%, 연 2.6% 토마토스탁론 바로가기


  • 이종호

이종호 기자의 최신글 뉴스카페
관련 기사 더보기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