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장"→"과당경쟁"…반년만에 말바꾼 국토부
에어서울 땐 "항공시장 성장"…불과 6개월 뒤 '시장포화' 우려
입력 : 2018-08-09 07:00:00 수정 : 2018-08-09 08:48:43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토교통부가 신규 LCC의 항공운송 면허를 허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과당경쟁 우려'다. 국내 항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 반해 사업자는 대형 항공사와 LCC 등 총 8곳이 난립하고 있어, 여기서 신규 사업자를 추가로 허가할 경우 시장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진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입장은 논리와 명분이 약하다"며 "궁색한 말 바꾸기와 변명"이라고 반론했다. 우선 국내 항공시장은 2010년 이후 수요가 폭발, 과당경쟁 우려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토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항공교통량은 총 39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우리나라 하늘길 중 가장 바쁜 '서울~제주·동남아' 구간은 일평균 773대 이용,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국토부는 "하반기에도 여름휴가와 추석 연휴 등으로 올해 항공교통량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 항공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임을 강조했다. 당시 국토부 자료에는 그 어디에도 '시장포화' 또는 '과당경쟁'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아울러 과당경쟁 우려는 국토부가 2015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의 LCC 자회사 에어서울의 면허를 허가할 때 내세운 명분과 상충된다. 당시 국토부는 "최근 5년간 국내 항공시장 규모가 연평균 7.8% 성장 중"이라며 "에어서울의 면허를 허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스스로 항공시장의 성장성을 강조하면서 에어서울 면허를 허가했지만, 반년 뒤인 2016년 6월부터는 "시장이 과당경쟁"이라며 신규 면허를 불허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석진 미국 노스텍사스대 교수는 "국토부가 있지도 않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걱정, 신규 LCC의 진입을 막고 있다"며 "특정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토부가 시장 진입 문턱을 높이면서 국내 항공시장은 과당경쟁은커녕 독과점 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8개 항공사 중 대한항공 계열(대한항공·진에어)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이 5개로, 시장의 수익을 독차지한다는 주장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에 따르면, 2016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시장공급 점유율은 88.4%(대한항공 계열 58.1%, 아시아나항공 계열 30.3%)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점유율은 94.9%(76.0%, 18.9%)나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국내 항공시장을 과당경쟁이라고 규정한 국토부의 시각과 달리 독과점 시장이라는 상반된 결론을 냈다. 공정위가 올해 4월 발표한 2015년 기준 시장구조 조사 자료를 보면 정기항공운송업의 산업 집중도는 78.2%로, 국내 33개 산업군 중 8위에 해당한다. 현재 공정위는 더 자세한 분석을 위해 지난 6월 '항공여객운송사업에 대한 시장분석' 용역을 발주하고 항공시장의 독과점구조 개선에 착수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항공여객운송산업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지만 현재 국내 시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장기간 과점하고 있는 구조"라며 "거대 자본이 투입되고 정부 규제가 많은 제도적 환경이 독과점적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경쟁을 저해하는 제도를 세밀하게 분석해 경쟁을 촉진시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달 중 연구조사 업체를 선정하고,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국토부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는 오히려 3월 항공사업법을 개정을 통해 신규 면허 요건을 현행 자본금 150억원, 보유 항공기 3대에서 자본금 300억원, 보유 항공기 5대로 강화하기로 했다.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규제를 개선하려는 정부 정책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면허 신청을 준비 중인 한 LCC 관계자는 "과당경쟁은 논리가 약해진 지 오래"라며 "정부는 시장에 빗장을 걸 게 아니라 경쟁을 도입, 늘어난 항공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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