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빗장에 신규 LCC '한숨만'
"기존 사업자 보호하며 신규에는 진입장벽"
입력 : 2018-08-09 07:00:00 수정 : 2018-08-09 11:04:28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토교통부는 '항공시장이 과당경쟁'이라고 고집하며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신규 항공사 허가에 부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는 과도하게 보호하는 반면 신규 사업자에는 냉랭한 국토부의 이 같은 행태에 신규 LCC들은 한숨만 내쉰다.
 
항공 전문가인 A씨는 지난해 9월27일 국토부가 주관한 신규 LCC 의견 수렴 공청회에서의 찝찝함을 잊지 못한다. 당시 자리는 그해 6월 신규 항공면허를 신청한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 등에 대해 업계 의견을 듣고자 마련됐다. 지금은 사직한 구모 국토부 실장이 주관,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는 물론 8개 항공사 임원들과 업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A씨는 공청회가 "이름만 의견 수렴이었지, 사실상 기존 사업자들이 신규 사업자를 불러다 시장 진입을 못하게끔 막으려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신규 LCC 사업자로 하여금 사업계획과 영업방안 등을 발표하게 하고, 기존 사업자에게는 공개적으로 비토를 주문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앉아서 국토부와 시장 진입 규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며 "상식 밖의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네 치킨집도 레시피를 비밀로 하는데, 국토부는 경쟁사 앞에서 타 회사의 영업 전략을 브리핑하게 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했다"며 "기존 사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토부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회의는 이날만 아니라 그해 10월과 12월 등 총 세 차례나 이어졌고, 참석자들에게는 회의 내용과 분위기 등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 보안 서약서까지 받았다. 결국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 면허는 12월22일 최종적으로 모두 반려됐다.
 
이에 대해 구 전 실장은 "현행 항공법상 면허 허가 때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다 듣도록 되어 있으며, 공청회 내용 등은 사전에 공지가 됐다"며 "정부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다 수용한 것은 아니고 법과 절차에 따라 객관적으로 공청회 등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시장 진입을 추진한 신규 LCC 관계자는 지난해 6월 항공 면허를 신청하려고 정부세종청사의 국토부를 찾아 담당 과장을 만난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과장에 명함을 주고 인사를 하며 LCC 면허 이야기를 했더니 대뜸 명함을 앞뒤로 훑더니 냉담한 표정부터 지었다"며 "'이번에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LCC들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노선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급증한 여객수요에 따라 각 항공사들은 신규 항공기 도입 경쟁에도 나섰다. 사진/뉴스토마토
 
국토부는 항공시장을 과당경쟁으로 규정하고 신규 사업자 진입을 막는 대신 이미 시장에 진입한 8개 항공사가 급증한 항공 수요를 맞추고자 새 비행기를 도입하고 노선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 장려하는 이중적 모습도 보였다. 지난 2013년 5개 LCC의 총 보유 항공기는 5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22대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송영출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당경쟁 주장은 모호하다 못해 엉망진창"이라고 운을 뗀 후 "영남에어처럼 파산하는 LCC가 생길 수도 있지만 정부의 역할은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것이지, 파산하는 기업을 만들지 않기 위해 진입장벽을 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진입 규제를 통해 항공산업에서의 권한에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23일 항공사업법에서 '과당경쟁'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항공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변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국토부가 계속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당경쟁 조항이 없어지면 자신들의 권한이 하나 없어지니까 그러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규 LCC 관계자는 "문재인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인데 유독 국토부만 항공사에 대해 규제를 높이면서 패러다임에 역행하고 있다"며 "항공시장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전후방 산업 발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세 중원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과당경쟁이라는 정부 주장에 근거가 없다 보니 신규 사업자들은 면허 신청을 준비할 때 자본을 더 확충해야 하는지, 서류가 더 필요한지 도대체 어디에 맞춰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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