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피아 기득권 반세기…국토부 묵인 아래 항공재벌 득세
'전주인맥' 통한 신규 LCC 진입 방지 의혹 제기…"슬롯교환 등 편법 영업지원도 눈감아"
입력 : 2018-08-09 07:00:00 수정 : 2018-08-09 08:49:3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대한항공과 국토교통부의 밀월관계를 뜻하는 용어 '칼피아'. 대한항공을 지칭하는 'KAL'과 '마피아'의 합성어인 칼피아는 1969년 대한항공 창립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햇수로 49년. 시간이 쌓이면서 관계 또한 한층 공고해졌다. 이제 비단 대한항공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과 LCC까지 가세, 그들만의 기득권을 지키며 항공산업에서 각종 이권을 누리고 있다. 

신규 면허 반려…국토부 전주 인맥의 부당개입?
 
신규 LCC 진입을 막은 것으로 의심되는 곳도 이들 항공사다. 국토부 항공정책 라인과의 유착도 제기됐다. 앞서 2016년과 지난해 두 번에 걸쳐 면허 신청이 반려된 플라이강원, 지난해 처음으로 시장 진입에 도전했다가 탈락한 에어로케이가 피해자로 지목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가 신청한 항공면허에 대해 그해 12월 최종 불허를 결정했다. 8월과 10월 두 차례 심사를 연기한 끝에 도달한 결론이었다.
 
면허 반려 소식에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면허 발급의 핵심 요건(자본금 150억원과 항공기 보유 대수 3대)을 충족하기 위해 두 사업자는 각각 3대, 8대의 항공기 도입 계약을 완료하고 자본금도 185억원, 450억원을 확보한 상태였다.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의 신규 운항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 강원도와 충북도의 지원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예상을 깨고 탈락하자 업계는 술렁였다. 에어로케이는 국토부 결정과 관련해 "당국의 판단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여 공개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상식 수준에서 볼 때 반려 결정은 공정경쟁과 소비자 후생 증대를 가로막는 나쁜 규제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일각에서는 정치적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보냈다. 당시 국토부에서 항공사 신규 면허 발급을 결정하는 정책 라인은 김현미 장관과 A 정책실장, B 과장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전북 전주시를 지역 연고로 하며, 역시 전주 출신의 전직 국회의원 이모 LCC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특히 이 회장은 A 실장, B 과장과 함께 전주고 선후배인 것으로 드러나 이런 지연과 학연이 업계의 이해와 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더해졌다.
 
구모 실장과 박모 과장은 최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촉발된 진에어 사태를 계기로 모두 항공정책 라인에서 물러났다. 앞서 4월 조 전 전무가 2010~2016년 사이 미국 국적자임에도 진에어 등기이사로 장기간 불법 재직한 사실이 드러나며 국토부의 부실한 관리감독 논란이 불거졌고, 국토부는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국토부 실무자 3명에 대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항공정책을 총괄한 A 실장이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는 분석이다. B 과장도 항공정책 담당에서 도시계획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항공재벌의 자회사 편법 영업지원과 국토부의 모르쇠
 
지난 5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LCC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서울에 '슬롯(Slot)'을 편법 지원했고, 국토부가 이를 눈감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슬롯은 항공사가 특정 공항에 특정한 날짜와 시각에 운항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이다. 승객들이 주로 이용하고 선호하는 시간대의 슬롯 획득 여부는 항공사의 수익과 직결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LCC 자회사의 수익을 보장하고자 슬롯을 편법으로 지원했다는 게 안 의원의 주장이다. 
 
안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슬롯 교환은 6회,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은 11회였다. 진에어는 후쿠오카와 세부, 기타큐슈, 사이판, 코타키나발루 노선에서 상대적으로 승객들이 선호하는 시간대를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았다. 예를 들면 인천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갈 때 진에어의 원래 슬롯인 오후 10시20분에 출발하면 현지에 오전 2시20분에 도착한다. 반면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슬롯을 이용해 오후 6시40분에 출발하면 현지시간 오후 10시40분에 도착한다. 진에어로서는 보다 많은 승객을 유치할 수 있는 황금 시간대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진에어, 에어서울과 맞바꾼 슬롯을 거의 운행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슬롯 교환이었지만 실은 두 항공사가 LCC 자회사의 영업에 유리하도록 슬롯을 넘겨줬으며, 이는 불공정행위에 해당된다는 게 안 의원 지적이다. 국토부는 산하기관인 서울지방항공청이 슬롯을 관리·감독한다는 이유로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국토부의 관리 소홀로 대기업 계열사의 부당지원 소지가 있는 슬롯 교환 문제가 방치됐다"며 "국토부는 모든 항공사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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