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가격경쟁력 실종…소비자 편익은 뒷전
시장경쟁 제한에 비용절감·운임인하 동기 사라져…"과당경쟁 아닌 과당이익"
입력 : 2018-08-09 07:00:00 수정 : 2018-08-09 08:50:25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우리나라에 '온전한 의미'의 LCC가 있나요? 신규 진입과 경쟁이 없는 독과점에다, 모기업인 대형 항공사가 지원해주니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죠."
 
국내 LCC는 왜 대형 항공사와 가격 차이가 별로 없냐는 질문에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연하다듯 말했다. 대형 항공사와 LCC를 포함해 단 8곳의 항공사 밖에 없는데 누가 비용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려 하겠느냐는 반문이다. 그나마 외형적으로 8곳이지,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라는 점에서 국내 항공시장은 5개 회사 체제로 봐도 무방하다.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서는 소비자 편익이 가장 뒷전에 밀린다는 경제학의 교훈을 국내 항공시장은 잘 보여준다. 
 
8일 기준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와 중국 청도로 가는 국내 항공사들의 가격을 비교했다. 편도 노선이며 할인이 미적용된 일반요금의 최저가를 검색했을 때 대한항공은 후쿠오카가 26만8900원, 청도가 31만3900원이었다. 6곳 LCC의 해당 노선 평균가격은 대한항공보다는 저렴했으나 차이는 2~4만원에 그쳤다. 흔히 LCC는 대형 항공사보다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비용도 줄여 가격을 많이 낮췄다고 인식되지만 격차의 체감효과는 크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진에어가 지난해 1월 김포~제주 등 국내선 항공료를 3~5%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등 다른 LCC들도 국내선 요금을 비슷한 가격대로 올렸다. 업계는 2012년 이후 국내선 운임이 동결된 가운데 물가상승을 고려해 인상했다지만, 당시 최대 24%에 달하는 LCC의 요금 인상률은 소비자 물가상승률(14.2%)을 크게 웃돌았다는 게 위 의원의 설명이다.
 
사진/뉴스토마토
 
LCC가 노선 요금을 차례로 인상하면서 2010년대 초반 대형 항공사 대비 약 30% 정도 저렴했던 LCC 항공권 가격이 지금은 대형 항공사와 큰 차이가 안 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오히려 일부 LCC에서는 사전 좌석 지정과 추가 수하물(무료 수하물은 15㎏까지) 서비스 등에 1만7000원~2만원 수준의 추가 요금을 붙여, 대형 항공사보다 더 비싼 노선까지 생겨나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국내 LCC 중에서는 비용과 가격 면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춘 '올 LCC'가 사실상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모회사로부터 정비와 인력, 노선 등의 지원을 받고, 나머지 LCC들도 정부가 경쟁을 제한하니 굳이 가격경쟁을 통해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동기가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국내 LCC는 해외와 비교해 고비용 구조를 갖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CASK(Cost per Available Seat Kilometers: 비행기 좌석 1개가 1㎞를 움직일 때 소요되는 비용)'는 평균 11센트고, 제주항공은 6.5센트로 추정된다. 그런데 미국의 대표적 LCC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의 CASK는 2.5센트다. 국내 LCC가 비행기를 한 번 운항할 때 소모하는 평균 비용이 해외보다 최소 3배 더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항공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항공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각되면서 LCC가 자체적으로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늘어난 항공수요 대비 시장의 공급은 제한돼, 소비자 편익이 저해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원도청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국내 항공사 수는 8곳, 총 보유 항공기는 367개, 비행기 1대당 운송 분담인원은 28만3144명이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43개 항공사가 3059대의 비행기를 갖추고 있으며 운송 분담인원은 15만9516명이었다. 일본은 24개 항공사가 717대, 인도네시아는 17개 항공사가 592대, 태국은 18개 항공사가 330대의 항공기를 확보했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소비자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LCC의 평균 운임은 대형 항공사들의 평균 운임과 큰 차이가 없어 소비자 편익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국내의 경우 성수기에 항공권을 구입하는 게 매우 어렵지만 이웃 일본은 11개의 LCC가 다양한 노선에서 운영 중이어서 소비자가 낮은 가격으로 넓은 선택의 폭을 누린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LCC 시장이 10년을 넘어가지만 서비스 경쟁은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시장경쟁을 통한 추가 운임 인하 가능성은 없는지,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면은 없는지 살펴볼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